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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번역 I 엥겔스, 여성 노동자, 그리고 사회주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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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김요한 조회 1,279회 2022-01-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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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사

Engels, Working Women, and Socialist Feminism

  

호세피나 마르티네스 I 20201128

 

 

친구의 죽음에 여전히 영향을 깊게 받고 있던 1883,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런던에 있는 마르크스의 집에서 마르크스가 미완성으로 남겨둔 편지, 원고, 메모 더미를 살펴보고 있었다. 자료들 속에서 엥겔스는 마르크스가 미국 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의 저작에 관해 남긴 일련의 메모를 발견했다. 모건의 마지막 책 <고대사회>가 바로 몇 해 전 출판된 터였다. 두 친구는 이 주제에 관해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했고, 엥겔스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들떴다. 마르크스의 인류학 메모를 기초로, 엥겔스는 친족, 가부장제 가족, 결혼제도, 일부일처제 형태의 변화와 특히 연관된 사회 조직들에 대한 역사유물론적 분석을 전개했다.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이라는 엥겔스의 책이 1884년 출판되었는데, 이 책은 출판 이후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나는 아래에서 이 책의 근본적인 공헌뿐만 아니라 이 책이 야기한 논쟁 몇 가지에 관해서도 지적할 것이다. 그에 앞서 먼저 여성해방에 관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처음으로 내놓은 입장의 전체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엥겔스는 1845년 출판된 <잉글랜드 노동자계급의 처지>란 책에서 처음으로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이중 억압에 관해 기술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영국 노동자계급의 생활, 노동조건, 도시의 과밀상태, 거대한 고난을 직접 보여줬다. 엥겔스는 이것들을 공상적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주의 운동이 출현하게 된 토대로 보았다. 엥겔스는 당시 24세였는데, 엥겔스가 1892년 독일어판 서문에서 설명했듯이 그가 훗날 마르크스와의 협력을 통해 발전시키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관점은 그 책에서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잉글랜드 노동자계급의 처지>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훌륭한 시각적 비유로 시작된다. 엥겔스는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가 런던에 입성할 때 경험하는 충격에 대해 기술한다. 여행자는 도시의 놀라운 발전, 건물의 숫자, 선박들, 번영하는 문명의 모든 상징에 매혹된다. 그러나 그곳을 떠나 슬럼(빈민가)”으로 이어지는 좁은 거리를 걸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런던 사람들이 그들의 도시를 가득 채우는 문명의 온갖 경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 본성의 가장 뛰어난 자질을 희생하도록 강요당해왔다는 것,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더 완전하게 계발하고 다른 이들과 연합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들 안에 가만히 잠들어 있는 백 가지 능력을 억눌러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1

 

즉 엥겔스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잔혹한 불평등에 대해 언급하는데, “문명의 온갖 경이는 사회의 거대한 부문, 즉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프롤레타리아트를 짓밟아 성취한 것이다. 엥겔스의 시선은 이제 노동자계급 이웃 속으로 한층 더 파고든다. 더럽고 비좁은 거리, 난방이 되지 않는 집, 식량 부족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이어 엥겔스는 섬유산업 종사자의 다수인 여성 노동자를 특별히 언급한다. 그들은 남성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10~12시간을 일하고 있었지만,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또 위기가 닥치면 여성 노동자들은 제일 먼저 해고됐다. 여성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요리, 세탁, 육아 등의 돌봄을 해야만 했다. 비록 엥겔스가 이 책에서 자본주의 사회 내 노동자계급 여성의 역할에 관한 이론을 전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반복해서 특히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현상을 강조했다. 엥겔스가 보기에 자본주의 사회 질서는 노동자계급 가족의 해체를 초래하고 있었다. 그 존재 조건을 불가능하게 해서 말이다.

 

이런 사회질서 때문에 노동자가 가정생활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불편하고 더러워서 밤새 쉬기도 어렵고, 세간도 변변치 않고, 대개 지붕에서 물이 샐 뿐더러 따뜻하지도 않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탁한 공기가 방을 가득 채우는 집에서 안락하게 지내기란 불가능하다. 남편은 온종일 일을 하고, 형편에 따라 부인과 나이 많은 자식들까지 일을 한다. 일하는 장소는 모두 다르다. 그들은 밤과 아침에만 만나고, 모두 음주의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이런 마당에 어떤 가정생활이 가능하겠는가? 그럼에도 노동자는 가족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가족과 함께 살아야만 한다. 그 결과 부모와 자식 모두의 도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가족 간 갈등과 가정 불화가 끊임없이 잇따르게 된다.”2

 

15~20세 사이의 여성들은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많은 수의 아동들도 그러했다. 엥겔스는 여성 노동자들이 매우 자주 출산 후 3~4일 만에 공장으로 돌아가야했으며, 휴식 시간에 신생아 수유를 위해 일터에서 집으로 달려갔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12시간 혹은 13시간을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친척이나 이웃들이 돌봐주든지, 아니면 맨발로 주변을 헤매고 있었다. 게다가 작업장에서의 성적 학대가 만연했다. 엥겔스에 따르면 공장에서의 종속관계가 다른 종속관계와 마찬가지로, 심지어 그보다 더한 정도로 제조업자에게 초야권(初夜權, 중세 영주가 신랑보다 먼저 신부와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권리 옮긴이)을 부여한다는 것도 당연히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고용주는 피고용인들의 인신과 아리따운 용모를 지배하는 군주이기도 하다.”3

 

이런 이유에서 엥겔스는 아내의 고용은 완전하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가족을 해체시키며, 가족에 기반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가족의 해체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늘날의 사회는 가족에 기반해 있지만, 동시에 가족을 해체하기도 한다. 가족의 존재가 불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서 말이다. 이러한 파괴적 모순은 여성 노동자들과 전체 노동자계급이 살아가고 투쟁하는 조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직 충분히 발전되지는 못했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 생각을 계속 이어나갔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돌아와, 여성해방을 향한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정의, 가부장적 억압의 기원에 대한 분석, 가부장제 가족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내놓는다. <신성 가족>이란 책에서 그들은 공상적 사회주의자 푸리에의 사상을 받아들인다. 푸리에는 사회의 진보와 시대의 변화는 자유를 향한 여성의 진보라는 미덕을 통해 이루어지며, 사회의 퇴보는 여성의 자유가 줄어든 결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수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이전부터 여성 억압의 문제를 다뤄왔다. 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런 전통에서 가사노동의 사회화, 일부일처제의 종식, 자유로운 사랑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산주의 사회의 청사진을 그리면서 개별 주택의 구조를 개조할 필요와 같은 문제들이 검토됐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고안했던 이러한 개요는 꽤 모호했다. 그들은 그 목적에 어떻게 다다를 것인지, 그리고 어떤 사회적 힘으로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서 오언주의 공동체의 경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엥겔스가 이후 저작에서 지적했듯이, 오언의 글을 통해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미래 공산주의 사회의 첫 번째 씨앗을 뿌렸다.5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플로라 트리스탄의 작업은 공상적 사회주의와 과학적 사회주의 중간에 있었다. 그의 책 <노동자 연합>(1843)에서, 그는 노동자계급의 사회·정치적 조직에 대한 제안을 개괄했으며, 처음으로 계급과 젠더의 관계를 다뤘다. 이 책의 세 번째 장은 전적으로 여성들에게 할애되었는데, 그는 여성들을 프랑스 사회의 마지막 노예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책을 통해 노동자들이 이 문제를 숙고할 것을 요구했고,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간해방의 과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6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주의 선언>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거듭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계급 가족 구성원 모두를 동등하게 착취하고, 많은 여성과 아이들을 작업장 안으로 밀어 넣어 노동자계급의 전통적 가족을 파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부르주아들의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즉 부르주아들은 공산주의자들이 부인 공유제를 도입하기를 원한다고 비난하지만, 여성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면서 (사회적으로 남성에게만 허용되는) 간통이나 성매매를 통해 이를 실제 실현한 것은 부르주아들이었다.

 

<자본>도 수차례에 걸쳐 여성 노동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산업예비군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또한 여성과 아동노동에 대한 잔혹한 착취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러나 가족 제도와 여성 억압의 원인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분석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엥겔스의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에서 전개됐다.

 

가족, 여성 노동자, 그리고 공산주의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은 여전히 필수 저작이다. 비록 모건의 연구가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고, 이 책이 역사 시기에 대해 다소 도식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 그 책은 무엇보다도 여성 억압의 역사적 기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필수적이다. 여성 억압이 항상 존재했거나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인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엥겔스는 베벨과 같은 다른 사회주의 이론가들의 저작에 관해서도 논쟁을 벌였다.7  엥겔스의 책이 출판된 이후, 베벨은 모건에 대한 엥겔스의 참조를 포괄하며 자신의 저작을 수정했다. 카우츠키는 직전에 이 주제에 관한 저작을 출판했는데, 여성의 종속은 인류사회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마치 여성 억압이 언제나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다. 엥겔스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 대신 엥겔스는 좀 더 평등하고 심지어 모권(母權)에 기반한 원시 사회가 있다고 보았으며, 그 역사를 강조하고자 했다.

 

엥겔스는 사적 소유의 등장, 사회의 계급 분할, 그리고 여성이 종속적 역할을 하는 가족 제도의 정립 사이의 관계를 입증했다. 결혼과 일부일처제의 성립을 통해, 여성과 아이들은 남성의 사적 소유물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 엥겔스는 이렇게 썼다.

 

남자는 집안에서도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여자는 지위가 하락하여 예속적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남자의 정욕의 노예로, 단순한 산아 도구로 전락하였다. 아내의 정조, 따라서 자녀들 아버지의 확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내는 남편의 무조건적 권력 하에 놓인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의 권리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8

 

게다가 이 책 초판 서문에는 엥겔스가 가족 문제와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고찰한 중심점으로서, 생산과 재생산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중요한 구절이 있다.

 

유물론적 파악에 따르면, 다음의 요인들이 역사를 종국적으로 규정한다. 직접적 생활의 생산과 재생산. 그런데 이것 자체는 다시 두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한편으로 그것은 생활 수단들의 생산, 즉 의식주의 대상들과 그것에 필요한 도구들의 생산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인간 자체의 생산, 즉 종의 번식이다. 특정한 역사 시기와 특정한 지역의 인간들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제도는 두 종류의 생산에 의해 규정된다. 한편으로 노동의 발전 단계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 가족의 발전 단계에 의해.”9

 

이 구절은 여러 차례 인용됐으며, 다양한 이론적 입장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엥겔스가 아직 생존해있을 동안, 여성해방을 향한 투쟁을 사회주의 강령의 근본 요소로 방어하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받아들이기 꺼리는 사회민주당 내 보수적인 부문 사이의 논쟁이 있었다. 예를 들어 188610월 고타에서 열린 독일 사회민주당 대회에서 클라라 체트킨은 여성 노동자와 사회주의 문제에 대해 중요한 연설을 했다. 그는 여성해방을 향한 투쟁은 사회주의를 향한 투쟁과 연결돼 있으며, 따라서 여성들 속에서의 사회주의 선동과 노동조합 내의 여성조직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혐오적인 입장으로 유명한 영국 사회주의자 벨포트 백스는 그 연설을 거세게 비판했다.10  벨포트 백스는 클라라 체트킨에 맞선 논쟁 과정에서 엥겔스의 권위에 호소하려고 했다. 그 문제에 대한 엥겔스의 관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

 

칼 마르크스의 막내딸 엘리노어 마르크스(엥겔스와 매우 친밀했다)는 벨포트 백스에게 공개적으로 답변했는데, 이 문제에 관해 엥겔스와 체트킨이 일치해 있다는 것을 재차 단언했다. 엘리노어 마르크스는 가사노동 문제와 여성 노동자가 감당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 유럽 국가들의 여성 노동자 수를 지적했다. 영국에서 약 450만 명, 프랑스에서 370만 명, 이탈리아에서 350만 명, 독일에서 500만 명 이상, 오스트리아-헝가리에서 350만 명. 이처럼 주요 유럽 국가에서 여성 노동자 수가 2천만 명 이상이며, 많은 경우 이들은 노인, 아동, 또는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비를 버는 사람들이다. 엘리노어 마르크스는 한때 집에서 행해지는 많은 작업들이 현대적 생산 작업의 일부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일들이 개별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 모순에 대해 그는 이렇게 썼다.

 

공장노동과 기타 임금노동 외에도, 여성들은 가사노동 또한 수행해야 한다. 나는 벨포트 백스나 그의 의견을 따르는 누군가가 자본주의 산업화가 여성을 가정주부의 의무였던 여러 중요한 역할들로부터 해방시켰다고 지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집에서 양말을 뜨개질하거나, 아마포를 바느질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으며, 다른 가사노동 일거리도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 세탁, 요리 등 해야 할 가사노동이 남아있다. 자본주의는 아직 가사노동 기계를 발명하지도 못했고, 동시에 실직한 남편이 집과 아이들을 돌보는 수준으로, 그러니까 자신의 아내가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가정적이 되도록 하지도 못했다. 그렇다, 벨포트 백스 동지. 클라라 체트킨은 엥겔스와 함께 여성은 가정의 프롤레타리아라고 말할 완전한 권리가 있다. 클라라 체트킨은 이보다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 여성은 이중의 프롤레타리아라고 말했어야 했다. 여성은 두 종류의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장에서 생산자로서의 일과 가정에서 주부, 아내, 어머니로서의 일 말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근육과 혈액은 한편으로는 자본가의 즉각적인 이윤을 위해 소모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가의 미래 이윤을 위해 소모된다. 프롤레타리아의 새로운 세대를 낳고 키우기 때문이다. 거기서도 일하고, 여기서도 일해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듯이, 엘리노어 마르크스의 단호한 대답에서 엥겔스가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엘리노어 마르크스와 클라라 체트킨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 지도자들도 이후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여성의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데 집중했다. 가정에서 수행되는 가사노동의 이중 부담을 규탄하면서 말이다. 수십 년 후 러시아혁명은 이런 사상을 실제 현실로 만들려 시도했다. 러시아혁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조치들을 가능하게 했다. 임신중절과 이혼의 합법화, 혼외자녀에 대한 인정, 여성에 대한 동등한 임금,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위한 조치로서 유아원급식소어린이집세탁소의 설립. 나중에 특히 1930년대에 이 분야에서 나타난 후퇴는 내부 반혁명의 맥락에서 일어났다. 스탈린의 억압적 독재가 공고해지는 동안, 여성을 전통적 가족 내 가정의 수호자로 여기는 반동적 이데올로기가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후 공산당들이 여성들의 투쟁이 마치 노동자계급 투쟁보다 부차적인 것처럼 계급투쟁과 분리하는 정책을 폈던 것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애초부터 이 문제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관료적 입장과 계급 문제에 대한 경제주의적 해석을 정당화하려는 목표로 이뤄진 마르크스주의의 보수적 수정에서 비롯된 것이다.11

 

가부장제, 생산과 재생산

 

1960~70년대에 2세대 페미니즘과 함께 엥겔스의 책에 대한 또 다른 논쟁이 등장했다. 한편으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케이트 밀럿 같은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작가들은, 가족 제도를 당연시하지 않고 여성 억압을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개념화한 것은 엥겔스의 공헌이라고 썼다. 동시에 그들은 역사적 유물론 일반이 일종의 경제주의인 것처럼 비판했다. 일례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성별 계급투쟁을 기반으로 새로운 역사적 유물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12  파이어스톤은 경제주의 버전의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이를 섹슈얼리티 문제에 초점을 맞춰 뒤집는다. 그러나 파이어스톤은 사회적 관계의 물질적경제적 현상의 중요성을 삭제하거나 줄이면서 관념적 개념으로 나아가는데, 그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은 문화 운동으로 국한된다. 이런 바탕 위에서 그 후 몇 년간 급진주의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생겨난 분리주의 경향들은 사회에서 억압받는 다양한 부문들 사이의 어떠한 공동 투쟁에도 반동적인 방식으로 반대했다.

 

앞에서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으로부터 인용한 바로 그 구절은 생산 영역을 삶의 재생산 영역으로부터 과도할 정도로 분리하는 계속되는 오류의 근원이라고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비판받았다. 엥겔스가 생산 영역을 재생산 영역과 이원론적으로분리했다는 생각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리즈 보걸이 1983년 발간한 <마르크스주의와 여성 억압 : 단일 이론을 향하여>에서 내놓았다.13  이 비판은 좀 더 최근에는 수잔 퍼거슨과 같은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받아들여졌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재생산 이론으로 정의한 이론을 발전시켰다.14  퍼거슨이 보기에 엥겔스의 저작이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근본적 공헌을 했다 하더라도, 엥겔스 저작이 제공한 관점은 이후 사회민주주의 정당들과 공산당들이 여성들의 특별한투쟁은 노동자계급 투쟁과 분리될 수 있다거나 심지어 혁명 이후로 연기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관점에서는, 자주 인용되는 엥겔스의 구절은 그런 분리를 상정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그것은 두 영역 사이의 관계를 수립하는데, 아리아네 디아스가 지적하듯이 이것은 엥겔스의 분석에서 정확히 새로운 것이다. 엥겔스는 여성 억압의 문제를 사회적 생산이라는 이론적 수준으로,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관심사의 일부로 끌어올렸다.”15  그리고 여성 억압을 사회적 현상 및 생산과 재생산과 연관시켜, 여성의 종속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어떤 형태의 생물학적 결정론에서도 이 문제를 해방시킨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새로운 기고가 이뤄진 사회적 재생산 이론의 수많은 전체 논쟁을 여기서 다룰 생각은 없다. 이 주제에 관한 자세한 분석을 위해 독자들은 다음과 같은 여러 기사를 참조할 수 있다.16  그러나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자본주의 아래 재생산이 생산에 종속된 것을 강조하는 것은 투쟁의 전략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17

 

가족 안에서 여성들이 수행하는 가사노동에 대한 체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화가 1960~70년대(다양한 이론적 입장들과 정치적 전략들이 페미니즘 운동 내에서 논쟁을 벌였다) 2세대 페미니즘 논쟁의 맥락 속에서야 나타났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전에는 여성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또한 여성 억압에 맞선 투쟁이 민주적 권리 획득과 (여성들이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도록) 더 평등한 노동시장에의 참여로 제한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뜻도 아니다. 이는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여성 억압은 근본적인 주제였고,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향한 투쟁 역시 그러했는데, 여성들은 또한 가정의 프롤레타리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투쟁들은 자본주의를 끝장낼 사회주의 전략과 연결돼 있었다.

 

엥겔스는 이런 관점을 1885년에 쓴 편지에서 드러냈다. “남성과 여성의 진정한 평등은 남녀 쌍방에 대한 자본의 착취가 폐지되고 사적인 가사 노동이 공적인 산업으로 전화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합니다.”18

 

엥겔스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남긴 유산과 관련해서, 가부장제 가족과 결혼제도에 대한 엥겔스의 날카로운 비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강력하게 유효함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전통적(가부장제적) 가족의 역할을 무조건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적이고 가족주의적인 입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특히 그러하다. 엥겔스는 가족 제도가 자연적이지도 않고 폭풍 한복판의 오아시스도 아니며, 경제적 의존에 기반해 있고 가부장적 위계 관계가 스며들어 있으며 그 안에서 사회적 모순들이 재생산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가부장적 제도와 남편이 여성을 소유한다는 관념에 대한 비판을 중심에 두지 않고서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자본주의는 노동자 가족의 생활 조건을 저하시키는데(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집과 직업 같은 권리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가족을 이 사회의 기둥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한다. 이것은 엄청난 모순을 만들어낸다.

 

엥겔스의 관점에서는 가족과 결혼이 강제적인 경제적 의존의 단위로 존재하기를 그쳤을 때, 그리고 재생산 노동이 사회화되었을 때, 더 나아가 아동에 대한 돌봄과 교육이 공적인 업무가 되었을 때만 여성들이 가부장제의 억압을 극복할 것이었다.19  엥겔스가 이렇게 썼을 때 세계의 많은 곳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집에서 자기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때는 보편적 공교육이나 유치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부르주아 여성들만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역사적 차이를 넘어 이것은 여전히 핵심적 의제로 계속되고 있다. 유치원, 아동의 생애 최초 몇 개월간 무상보육을 보장하지 않는 자본가 정부의 정책이 시행된 결과로 교육과 공중 보건에서 일어난 퇴보를 고려하면 말이다. 좀 더 최근에는 팬데믹 기간 아이들의 온라인 교육을 도와야 했던 많은 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삼중 부담을 감당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인간 사이의 감정적성적 관계를 규제하고 제약을 가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에 대한 엥겔스의 비판은, 이런 장애물들이 극복된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사적 소유와 인류 대다수에 대한 착취로 지배되는 사회가 강제하는 제약으로부터 개인적 관계가 해방될 수 있는 사회, 따라서 사랑, 섹슈얼리티, 우정이 새로운 기반 위에 재건될 수 있을 사회를 떠올리도록 한다.

 

 

후주

1. ‘대도시’,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라티오, 64

2. ‘결과’,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라티오, 179

3. ‘산업의 단일 부문들: 공장노동자’,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라티오, 200

4. 같은 책

5. <공상에서 과학으로 사회주의의 발전>.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중앙기관지 <전진>1876~1878년 처음 연재되었다. 책으로는 1880년 폴 라파르그의 프랑스 번역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6. “플로라 트리스탄: 망치와 장미”, 201934일자 <일간좌파(La Izquierda Diario)> 기사

7. 베벨의 책 <여성과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자 탄압법의 검열 아래 라이프치히에서 비밀리에 인쇄돼 몇 년간 비합법적으로 유통되었다. 이 책은 1895년까지 독일에서 25차례 인쇄됐고, 이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덴마크어, 폴란드어, 플랑드르어, 그리스어, 불가리아어, 루마니아어, 헝가리어, 체코어로도 출판됐다. 이 책은 분명히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8. 엥겔스, ‘대우혼 가족’,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옮긴이 - ‘대우혼(對偶婚)’이란 한 혈족의 형제자매와 다른 혈족의 형제자매가 교차하여서 짝을 짓는 혼인 형식을 말한다.

9. 엥겔스, 같은 책 초판 서문

10. 벨포트 백스는 <여성의 종속(1869)>(존 스튜어트 밀이 쓴 책으로,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라고 평가 받는다 옮긴이)을 두고 여성운동에 맞선 모든 종류의 주장이 담긴 <남성의 법적 종속(1908)>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책을 썼다.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11. 엘리노어 마르크스, <가정의 프롤레타리아(1896)>

12.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 페미니즘 혁명을 위하여>

13. 리즈 보걸, <마르크스주의와 여성 억압 : 단일 이론을 향하여>

14. 수잔 퍼거슨, <여성과 일 : 페미니즘, 노동, 그리고 사회적 재생산(2019)>

15. 아리아네 디아스, <마르크스주의와 여성 억압>

16. 안드레아 다트리셀레스테 무리쇼, “우리, 프롤레타리아트” / 아리아네 디아스, “사회적 재생산의 정치경제학 I : 노동과 자본” / 파울라 바렐라, “현재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존재하는가? 오늘날 여성운동, 노동자계급,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메모

17. 호세피아 마르티네스·신티아 루스 부르게뇨,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페미니즘, 계급, 그리고 다양성>

18. ‘엥겔스가 보이텐의 게르트루트 기욤-샤크에게’, <저작 선집 6>, 박종철출판사, 473

19. 엥겔스, ‘가족’,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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