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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 2년째 코로나 병상 부족, 언제까지 주먹구구로 대응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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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동자 조회 2,994회 22-01-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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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의 민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한다. 한 달 전쯤 병원에서 병실 공사를 해 코로나 준중환자실 30여 병상을 만들었다. 기존엔 코로나 중환자실만 있어서, 경증이지만 기저질환 있고 나이 많은 환자는 응급실에서 코로나 확진 이후 마땅한 전담병원을 찾지 못해 격리실에서 2~3일 있는 경우도 있었다. 공사를 마친 뒤엔 경증 확진자도 바로 입원할 수 있게 됐다. 진즉에 해야 할 공사를 미루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뒤늦게 병상을 늘린 것이다. 공사는 고작 일주일 정도밖에 안 걸렸다.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던 게 아닐까. 

 

확진자 생길 때마다 일시정지하는 응급실

 

얼마 전엔 응급실 대기실 의자 사이에도 투명 칸막이가 생겼다. 지난주엔 응급실 중환자 구역을 4일 동안 폐쇄하고(중증 환자를 일체 받지 않고) 병상 사이에 칸막이 설치 공사를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11월 말 즈음부터 무증상 확진자가 하루에 두세 명씩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응급실을 폐쇄한 적도 있는데 그 기간엔 남은 환자 돌보기, 청소, 구조 재배치, 정리정돈, 방역, 소독을 반복했다. 격리실이 아닌 일반 침상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역학조사도 오래 걸리고 밀접접촉자도 는다. 확진자 병상 양쪽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는 코로나 재검사를 하고, 음성이라도 입원할 경우, 혹시 몰라 1인실로 간다. 같은 날 다른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역학조사단이 제때 올 수 없으니 역학조사를 하고 방역을 마치기 전까진 직원들에게도 응급실 입출입을 통제하고 환자를 받지 않는다. 응급실에 새로 온 환자들은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야 한다.

 

응급실에 진료를 보러 온 환자가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으면 일단 격리하고 코로나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뒤에 일반 침상으로 옮긴다. 따라서 증상 있는 환자가 많으면 격리실이 금방 차고 더 이상 증상 있는 환자는 받지 못한다. 증상이 있지만 가벼운 진료 차 온 경우엔 워킹스루 검사구역에서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가 음성 결과 확인 뒤 다시 오거나 자기 차량 안에서 몇 시간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기도 한다.

 

지난해 공사를 해서 응급실 음압격리실을 몇 개 늘렸지만 완벽한 격리실(병실에 화장실이 있고, 보호장구 착탈의하는 전실까지 갖춘)은 사실상 두 개, 화장실조차 없는 격리실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다시 이 환자를 제대로 된 격리실로 옮기고 방역을 하는 등 일이 만만치 않다. 그만큼 추가 감염 가능성도 는다. 확진자가 점점 자주 생기니 결국 화장실 없는 세 개의 격리실은 얼마 전부터 더 이상 병실로 사용하지 않는다. 확진자는 느는데 응급실 음압격리실 수는 줄어든 것이다. 급한 대로 임시방편식 날림공사를 한 결과다.

 

자가격리 해제된 기확진자도 30일이 지나지 않으면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격리실행이다.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어 검사결과는 양성이기에 위험성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격리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 환자가 응급실에서 다른 데로(우리 병원 코로나 병상 또는 다른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옮기기 전엔, 더 이상 격리환자(증상 있는 환자)를 받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응급실의 기능은 사실상 일부 멈춤 상태가 된다. 새로운 응급환자가 와도 모두 되돌려 보내야 하니, 환자들은 다른 병원을 찾아 떠돌게 된다. 물론 구급대가 이송하는 응급환자는 미리 공지를 통해 애초에 다른 병원으로 가도록 하지만 그만큼 다른 병원에 응급환자가 몰리게 되어 어디선가는 환자 과밀로 업무폭주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심폐소생실도 격리실로 사용해 심정지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응급실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체감하는 확진자 확산 속도

 

우리 응급실은 11월 중순 즈음부터 하루에 한 명, 많게는 하루에 세 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는 게 거의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문제는 일반병동이나 다른 부서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다.

 

12월 초엔 하루에 병원 서너 개 부서에서 줄줄이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 여기저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경우가 문제다. 의사나 이송사원 등은 업무상 병원 여러 부서를 오가게 되어 접촉자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확진자 발생 부서 전원의 코로나 검사를 당일 시행한다. 밤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을 했든, 집이 두 시간 거리에 있든 무조건 병원으로 와서 검사를 한다. 음성 결과를 확인한 뒤 교대가 가능해 교대시간이 두세 시간 미뤄지는가 하면, 선별검사소 직원들은 퇴근도 못한 채 밤늦도록 몇 백 명의 직원 코로나검사를 하느라 지쳐간다.

 

한두 달 전엔 직원식당 근무자 두셋이 확진되어 식당 직원 다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가 열흘 정도 최소한의 인원이 직원급식을 책임지고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병동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역시 역학조사 마칠 때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며칠 동안 입원환자도 안 받는다. 따라서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입원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환자는 환자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그에 따른 고통과 불편이 쌓인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보내면 그 병원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으니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 뉴스에서 날마다 보도하는 확진자 통계를 굳이 챙겨보지 않아도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엄청나다는 게 실감난다.

 

업무는 갈수록 느는데 인력은?

 

추석 즈음부터 병원 내 감염자가 늘어 수시로 직원 자가격리자가 생겨서 근무조정이 잦아 남은 인원의 업무는 늘 수밖에 없다. 격리 환자 처치를 위해 보호장구를 착탈의하고 손소독하는 데만도 10여분 이상이 소요된다. 보호장구를 착용하면 행동도 둔하고 호흡도 불편하다. 한 달 전쯤부터 응급실에선 지난 여름에 그랬듯 근무 내내 간단한 보호장구(비닐가운, 안면가리개 등)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는데 이 차림새만으로도 벌써 지친다. 확진 강력의심자나 확진자용 레벨D, 레벨C 등의 보호장구는 소요시간과 불편함이 훨씬 더하다.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진다. 응급실도 이러니 확진자 전담병동의 노동강도는 상상이 안 될 정도다.

 

현재 중증코로나 병동엔 정부에서 파견한 간호사가 두 명 있다고 한다. 새로 공사를 마친 준중환자 병동엔 얼마나 인원을 늘렸는지 모르겠다. 응급실은 코로나 이후, 사전분류소, 격리실 담당 간호사를 매 근무마다 한 명씩 늘렸다. 병동과 응급실 등은 주로 3교대 근무를 하므로 근무당 한 명을 늘리려면 최소 4명을 충원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모든 환자 식사는 일회용 그릇으로 제공되고, 직원들은 보호장구를 자주 갈아입고 샤워도 자주 하니 쓰레기며 오염세탁물 양도 엄청나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 검사하는 임상병리사를 많이 채용했지만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인다. 코로나 검체와 확진자의 검체는 모두 기계가 아니라 직접 이송해야 한다.

 

원래도 늘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강도가 세서 그만두는 직원이 많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게 병원현장이다. 코로나 확진자를 돌보려면 일반 의료인력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한 인력확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증상환자뿐 아니라 모든 입원환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한다. 202012월부터는 입원 시 보호자도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한다.

 

최근엔 응급실에 현장검사(20분만에 결과가 나오는 응급검사) 장비를 들여, 검사를 마친 뒤 일반 침상을 배정한다. 무증상의 경증환자 몇을 빼고는 사실상 거의 모든 응급실 환자를 검사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업무량은 점점 늘어난다. 격리실 축소와 침상 간 칸막이공사로 침대 몇 개를 뺀 덕분에(?!) 받을 수 있는 환자가 좀 줄어든 셈이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자본가정부에 기대해선 안 된다

 

얼마 전엔 코로나 확진되어 재택치료’(라 쓰고 환자 방치라 읽는다) 중이던 기저질환 지닌 70대 환자가 심정지로 우리 응급실에 실려 왔다. 가족들이 발견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끝내 돌아가셨다.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던 정부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보건의료계에서 의료현장은 지금 생지옥, 아비규환, 전쟁터라는 기자회견을 하자 지인들이 연락해 괜찮냐고 걱정스레 안부를 묻는다. “코로나 전담병원에 비하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라며 안심시키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사실 우리도 죽을 맛이죠!’

 

침상 부족 비상이라는 둥, 국민 생명을 위해선 속도가 생명이라는 둥 문재인 정부는 때 아닌 뒷북을 울려대며 엄청 신속하게 움직이는 듯이 말한다. 정작 현장에서는 그런 신속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지난해 여름, 가을부터도 침상 부족, 공공의료 확충, 인력충원 얘기는 늘상 나왔지만 거의 진행된 게 없다. 공공병원을 통째로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전환해서 저소득층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민간 대형병원에 코로나 전담을 위한 병상과 인력, 장비를 내놓으라고 정부가 더 강력하게 긴급명령권을 발동하기는커녕 몇몇 민간병원의 약간의 협조민간의료기관이 참여해 줘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며 고개만 조아리고 있다.

 

마치 사태가 심각해진 게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정부에겐 민간의료기관을 동원할 힘이 없는 듯한 태도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도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은 절실했다. 메르스, 코로나 등 신종 감염병이 점점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공공의료의 강화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 2년이 되어가는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이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듯한 어이없는 정부의 모습에 병원현장 노동자들은 분노가 치솟는다. 이윤을 위한 병원자본의 탐욕에 맞장구쳐주고 짐짓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노동자민중의 아픔을, 업무 과중으로 지쳐가는 의료현장 노동자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자본가 정부가 갈수록 악화하는 코로나 팬데믹에 맞는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을 거란 순진한 기대를 하진 않는다. 현장노동자들이, 전체 민주노조 운동이 노동자민중의 더 이상의 고통과 죽음을 막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 무상의료 등의 근본요구를 가지고 단결해서 투쟁하며 권리를 찾아나가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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