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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뷰 I 신지예의 국민의힘 합류를 바라보는 청년노동자의 시선 –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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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국 조회 729회 2021-12-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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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신지예는 그동안 청년 페미니즘 정치, 녹색정치를 표방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지예는 정권교체를 통해 가짜 여성주의의 탈을 뒤집어쓴 정치집단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기 위해국민의힘에 합류했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기괴한 변절을 정당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해명이다. 국민의힘 역시 여성억압과 차별을 통해 자본주의 질서를 영속하려는 데서는 민주당과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신지예의 국민의힘 합류를 두고 한국지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태훈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태훈 동지는 지난 7청년 노동자의 이름으로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한 동지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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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태훈 동지

  

이번 신지예의 국민의힘 합류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신지예 건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더라고요. 하나는 진보진영 운동이 취해온 인물 중심의 정치가 가져온 폐해이고, 또 하나는 이것이 정체성 정치의 한 단면이라는 점입니다.

 

신지예의 행보가 페미니즘 운동을 배신한 기회주의 정치라는 것, 그 개인에 대한 비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만큼이나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운동을 건설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나씩 얘기해주시면 좋겠네요. 인물 중심의 정치가 낳은 폐해라는 건 어떤 뜻인가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아무런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그로 인한 문제에서 어떤 책임성도 발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 진보진영 운동의 현주소입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중앙일보 민주노총 저격글도 매한가지였죠. 진보진영 안팎의 비판이 있었지만, 정의당 중앙은 어떤 입장을 내거나 공식적인 내부 비판과 토론을 조직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간 정의당이 해온 정치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 몇 명을 뽑아서 밀어주고 정치적 자율성을 보장해준 것이니 사고치는 건 당연하겠고요.

 

사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민주노조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책임성이 담보되는 노동조합이라면 간부를 선출할 때 그간 투쟁 과정에서 열심히 헌신하고 제대로 투쟁을 조직한 조합원을 뽑겠죠. 그리고 그를 뽑아 올린 조합원들도 그 간부가 엇나갈 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공동체적 책임감을 느낄 거라고 봅니다.

 

근데 대부분의 현장에서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조합원들은 그저 사고 친 간부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을 쏟아 내거나 침묵과 방관적 태도를 취합니다. 조합원 스스로 정치를 외주화하는 거라고 봅니다. 조합원들의 수동성이 비민주적, 관료적 간부를 자라나게 하는 거죠. 따지고 보면 이건 동전의 양면이지 싶습니다.

 

이처럼 진보진영의 운동이 인물에만 방점을 찍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고 그를 바라보는 대중도 잘한다, 못한다 평가만 할 뿐 아무런 정치적 책임성을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인물 역시 자신이 외쳐온 구호와 운동에 대한 책임성이 사라지는 거죠.

 

어떤 인물이 여기저기서 발언 잘하고 이슈파이팅 잘하면 칭찬하다가 무엇 하나 잘못하면 비난하고, 사실 인물을 내세워서 정치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인물을 찾는 다수의 태도가 문제라는 겁니다. 이건 노동자계급이 자기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방법과도 전혀 다르다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리 내부의 정치의 외주화가 무엇보다 지적돼야 합니다.

 

정치의 외주화라고 표현하셨는데, 페미니즘 운동이든 민주노조 운동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치를 대리시킨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정치를 외주화하고, 이른바 진보정당들은 선거에서 누구를 뽑냐는 의회주의에 매몰돼 있고, 현장의 좌파조직조차 노조 선거에만 몰두하는 선거주의 전략을 펼치고,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지금의 신지예 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로 정체성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말씀하신 건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정체성 정치의 개념부터 설명해주시면 좋겠네요.

 

사전에서는 정체성 정치를 이렇게 정의해요. “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문화 등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이라고요.

 

신지예의 국힘 합류 건은 정체성 정치의 본질적 문제를 드러낸 한 단면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는 스스로를 여성과 청년으로 정체화하면서 많은 이득을 봐왔습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8만 표 이상을 얻은 게 이를 증명합니다. 또 이번 사건에서 그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고 지지해 온 페미니스트들이 반성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걸 드러냅니다.

 

그런데 정체성 정치는 당사자의 정체성 보유 여부를 통해 그가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냐 없냐는 식의 이분법을 만들어냅니다. 누군가 어떤 운동을 비판할 때도 해당 정체성을 갖고 있냐 없냐를 가지고 입을 틀어막습니다. 예를 들어 육식을 하더라도 비건(채식주의) 지향을 존중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 운동을 지지한다면서 어떻게 육식을 하냐?”는 식의 극단적인 태도는 경계해야 하지요.

 

정체성 정치는 당사자 정체성을 갖지 않으면 배제하기에 급급하고, 거꾸로 오로지 해당 정체성만 가지면 누구든지 주체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 집단 내부의 다른 정체성, 예컨대 계급 갈등이 은폐될 수 있는 거죠. 신지예는 국힘에 합류하면서 “(민주당이)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에 이르는 성착취로 여성 청년들의 삶을 짓밟는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계급 경계선이 모호해지면 아무 비판의식 없이 부르주아 정치체제 안에서 그나마 나아보이는 세력을 선택하게 되는 거죠.

 

특히 여성문제에 접근할 때 정체성 정치는 이를 오로지 여성만의 문제이자 과제로 설정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운동의 확산을 가로막습니다. 실제 과거 혜화역 시위 때 주최 측은 생물학적 여성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못 박았고, 트랜스여성과 이 운동을 지지하는 남성의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물론 당시 여성에 대한 신상 털기와 일부 남성 집단들의 물리적 위협 가능성이 존재했기에 이러한 조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실천적 대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여성억압과 차별 등 자본주의의 다양한 차별과 모순을 넘어설 수 있는 물리적 힘은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동자들이 그런 힘을 발휘하자면 자신들 내부에서부터 모든 억압과 차별에 단호히 맞서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고요.

 

여성문제를 여성들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계급 정치에서는 여성문제가 계급문제이기도 하고, 현재의 여성 문제를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에 더욱 폭넓은 단결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야만 우리의 운동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요.

 

계급성이 빠진 정체성 정치를 밀어붙이면 신지예처럼 여성문제만을 기준으로 모든 정치적 행보를 판단하게 됩니다. 양당 구조 안에서 내로남불의 더민주보다 국힘이 낫다는 식으로, 계급 경계선 따위는 없어지고 여성혐오와 차별을 일삼아온 정당을 모종의 대안으로 상정한 채 그 속으로 미끄러지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다만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기에 앞서 정체성 정치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왜 우리사회에서 정체성 정치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과 N번방 성 착취 사건 등 수많은 여성혐오 사건이 드러낸 한국 사회 여성들의 처지를 빼놓고서, 이번 신지예 건을 두고 오로지 페미니즘의 한계이고 문제다, 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게 과연 올바른 태도인지 돌아봐야 하는 게 아닌지요?

 

신지예의 국민의힘 합류를 두고 때를 만난 듯이 페미니즘 운동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백래시 경향이 힘을 얻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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