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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칠레에서 수백만 명이 변화를 희망할 때 보리치는 온건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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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양준석 조회 14,241회 2021-12-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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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사

As Millions in Chile Hope for Change, Boric Promises Moderation

나다니엘 플라킨   I   20211222

 


일요일(19) 선거결과가 나오면서, 수십만 명이 산티아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피노체트 독재의 광팬으로서 칠레판 도널드 트럼프라 할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크게 패배했다. 좌파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가 10% 넘게 앞섰다. 결선투표에서 보리치는 기독교민주당부터 공산당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의 경쟁자였던 카스트는 외국인 혐오 성향이 강한 자신의 공화당 뒤에 칠레의 전통적 우파들을 줄 세울 수 있었다.

 

카스트는 그날 밤 패배를 인정했다. 우파 억만장자이자 지난 10년 동안 칠레의 대통령이었던 세바스찬 피녜라가 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하면서, 인수과정에서 완전한 협력을 약속했다. 보리치는 이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잘 대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전술을 꼼꼼히 복제해 온 카스트가 사기 고소를 하며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결국 권력은 부드럽게 넘어갔다.

 

피녜라는 감사해야 할 게 많다. 201910월부터 수백만 명이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선 반란으로 떨쳐 일어섰다. 피녜라 정부는 몰락 직전이었고, 총파업으로 타도될 수도 있었다. 이 때 운동을 거리에서 철수시키고 제헌의회 절차로 질서 있는 이행을 보장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됐는데, 보리치는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니 두 번의 탄핵 재판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범죄자 피녜라로부터 보리치가 찬사를 받은 것이다.

 

세대 간의 단절

 

보리치의 당선이 역사적인 것은 35세인 그가 칠레 역사에서 최연소 대통령 당선자여서가 아니다. 10년 전, 보리치는 칠레대학 학생연맹 의장으로서 2011년 학생반란의 주도적 인물이었다. 그 때 대통령에 막 당선된 피녜라는 학생반란을 난폭하게 진압했다. 이후 보리치는 신개량주의 정당 광범한 전선을 창건했다.

 

2019년 반란은 전통적 정당들이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중들이 체제를 지탱하는 기관들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유기적 위기가 펼쳐진 것이다. 피노체트 정권 종식 이후 칠레를 번갈아 지배했던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정당들 모두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에도 오르지 못했다. 카스트는 저항운동에 대한 극우 반동을 대표했다. 그들은 그동안 매우 강하게 부정됐던 피노체트 시대의 칠레를 복원하기를 희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보리치는 운동을 제도적 경로로 이끌려는 시도를 대표했다. 보리치는 요구들이 선거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극우세력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카스트 같은 괴물을 앞세울 수 있게 된 것은, 운동의 대부분이 보리치의 지도를 따라 거리에서 철수한 바로 그 때였다.

 

대략 460만 명의 칠레인들이 보리치에게 투표했다. 역대 어느 대선 후보보다 많은 득표다. 투표율은 55%로 매우 낮다. 칠레의 형편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광범한 불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2012년 투표가 자발적으로 된 이후로는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어떤 이들은 군사독재 종식 이후 30년간의 신자유주의를 종식시키겠다는 보리치의 약속에 열광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시대로 시계를 되돌리려 하는 카스트를 때려잡는 게 더 중요했다.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보리치에게 투표했다. 보리치도 집회에서 그 점을 인정했는데, 그는 자신에게 투표한 이들과 함께 다른 후보에 맞서투표한 이들에게 감사를 보냈다.

 

집회는 LGBTQ+ 운동의 무지개 깃발과 마푸체 원주민의 삼색기로 가득 찼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10월의 요구들이 이제 실현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군사독재는 칠레를 신자유주의를 위한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날 거의 모든 것이 사유화돼 있다. 민중들은 적절한 임금, 연금, 교육, 의료, 주거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성차별, 동성애 혐오, 원주민 억압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없다

 

투표 전에, (미국의 진보 매체) 자코뱅은 칠레 선거가 사회주의와 야만사이의 선택이라고 썼다. 그러나 보리치는 결코 사회주의를 약속하지 않았다. 사실 1차 투표에서 카스트가 승리한 다음, 보리치는 자신의 사회민주주의 메시지를 온건화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중도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뉴욕타임스>의 경제부문 수석 편집자인 비냐민 아펠바움은 보리치가 다름 아닌 사회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말했다. <포린폴리시>는 카스트가 위험한 극단주의자인 반면 보리치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만일 이게 사회주의라면, 왜 미국 자본의 대변자들이 괜찮다고 하는 것일까? 마땅히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보리치는 경찰이 폭력적인 시위대들과 마주할 때 경찰 편에 설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칠레의 살인적인 경찰부대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보리치 자신이 폭력적인 시위대라고 묘사됐었다.) 보리치는 또한 AFP라고 알려진 민영연금 체계를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말했다. 선거 기간 토론에서, 카스트는 보리치가 입장을 갱신했다고 농담조로 언급했다.

 

집회에도 이 모순에 주목하는 두 개의 구호가 등장했다. “우리 모두가 여기에 있지 않다투쟁하다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자유를이었다. 10월 반란 이후 수천 명이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 그밖에도 수천 명이 경찰에게 두들겨 맞아 불구가 되었다. 대략 300명의 시위대가 눈을 잃거나 심각한 눈 부상으로 고통당했다. 경찰들과 명령을 내린 정치인들은 여전히 전혀 처벌받지 않고 있다. 보리치는 그 구호들에 모호하게 응답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압니다. 저는 피해자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다음날 그는 사법권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다른 말로, 보리치는 대중적 결집에 의해 강제당하지 않는 한 모든 정치수들을 석방할 생각이 전혀 없다. 10월 반란이 제기했던 모든 요구들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거리의 대중운동만이 높은 질의 공교육과 모두를 위한 의료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시위가 있어야만 민영연금을 폐지하고 품위 있는 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본 요구들을 쟁취하려면, 노동자조직들과 사회운동들은 보리치를 믿거나 그의 정부에 결합하는 대신 거리로 나가야 한다.

 

이 점은 보리치의 선거연합인 존엄을 지지한다가 의회에서 다수파 근처에도 못 간다는 점 때문에도 더욱 그렇다. ‘광범한 전선과 공산당을 포괄하는 보리치의 선거연합은 하원에서 155석 가운데 37석만을, 상원에서 50석 가운데 5석만을 갖고 있다. 상하 양원 모두 우파와 중도좌파가 거의 비슷하게 의석을 나눠 갖고 있다. 이 점은 보리치가 우파와의 야합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권력을 안겨준 요구들을 포기하도록 밀어붙일 것이다.

 

새 헌법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제헌협의회가 계속 열렸다. 6개월 전에 선출된 제헌협의회는 내년 중반까지 새 헌법 초안을 제출하게 돼 있다. 1980년부터 시행된 칠레의 현 헌법은 군사독재가 제정한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새 헌법은 칠레의 권위주의·신자유주의 체제와 철저히 단절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헌협의회는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의결할 수 있다. 우파 정당들에게 거부권을 부여한 셈이다. 체제의 기둥인 우파는 스스로 지금까지 말해 왔듯이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지키려는 것에는 (미국과 비슷하게) 군부의 수뇌부와 대법원 판사들을 임명하고 법률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는 거의 제왕적인 대통령제가 포함된다.

 

또한 새 헌법은 양원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덜 민주적인 상원은 다수가 요구하는 진보적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귀족적 기관은 피녜라를 탄핵으로부터 여러 차례 구원했다. (이것도 미국과 비슷하다.) 다른 말로, 새 헌법은 인민의 의지를 가로막게 될 대통령제와 상원 같은 기관들을 유지함으로써 기존 헌법하고 많이 닮은 모습으로 꼴을 갖춰가고 있다.

 

10월 반란의 요구들을 실현하는 것은 칠레 자본주의를 지탱해 온 기관들과 실질적인 단절을 요구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진정으로 민주적인 제헌의회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동자계급과 모든 피억압자들의 독립적인 결집을 요구할 것이다. 보리치는 급진적인 학생이던 시절에도 항상 계급 화해를 지지하는 입장에 섰으며,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공화주의 기관들”(독재를 만들어 낸 바로 그 기관들)을 옹호했다. 필요한 것은 이 기관들을 허물고 노동자들의 자기조직화 기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보리치가 권좌에 앉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시리자와 스페인의 포데모스 경험을 기억하는 것은 가치가 있는 일이다. 칠레의 광범한 전선과 일부 동일한 이데올로기적 기초를 가진 두 당은 모두 선거를 통한 신자유주의 종식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게 되자, 그들은 지배계급 기관들이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많은 부분을 이행했다. 칠레에서 그러한 운명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노동자계급이 투쟁에서 단결하는 것이고, 노동자들과 피억압자들을 대표하는 독립적인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며, 거대 자본가들과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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