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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마존과 쿠팡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 자본주의의 야만성엔 국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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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7,437회 2021-12-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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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로 붕괴된 아마존 물류창고의 모습. 이 사고로 현장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천재(天災) 토네이도

 

지난 10일 밤 미국 중남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16일 현재까지 최소 8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이제 두 달 된 신생아도 있다고 한다. 실종자가 100명이 넘기 때문에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자리의 풍경은 끔찍하다.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된 수준이다.

 

기상학자들은 늦봄에나 일어날 법한 현상이 12월 중순에 일어났다며, 벌써부터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이 앞으로도 이번 토네이도와 같은 극단적 기상이변의 빈도를 높일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번 토네이도로 희생된 사람들 중에는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 현장 노동자 6명도 있다. 이들은 아마존 창고에서 물품을 차량으로 옮겨 배달하는 배송 기사들인데, 아마존 창고가 붕괴하면서 참변을 당했다.

 

인재(人災) 자본주의

 

그런데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사망은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12일자 기사에 따르면, 10일 오후 86분에 미국 국립기상국(National Weather Service)은 아마존 물류창고가 있던 에드워즈빌에 토네이도 경보를 발효했다. 그리고 아마존 창고가 붕괴한 시각은 827분 경이다.

 

짧게나마 대피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마존 노동자들이 참변을 당한 이유는 휴대전화 반입 금지 때문이다. 아마존은 업무의 생산과 효율성 증진이 우선이라며 수년 간 작업장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해왔다. 토네이도가 닥치기 직전 아마존 노동자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기상이변 경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희생자 6명 중 한 명이 참변을 당하기 직전 자신의 여자친구와 나눈 문자 대화에서는 아마존이 노동자들의 대피를 막았던 정황도 확인된다. (“Amazon won’t let us le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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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된 아마존 노동자 중 한 명이 사고 직전 여자친구에게 보낸 메시지


휴대전화 반입 금지를 빼더라도 아마존의 노동환경은 악명이 높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아마존 배송 기사 25만 명 대부분은 3,000여 개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사고가 발생한 에드워즈빌 물류창고에서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190명 중 7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조스의 재산은 무려 200조 원이 넘는다. 가늠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 재산이 제프 베조스 개인의 노력 때문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것은 아마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갈취한 결과다.

 

그런데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고용한 아마존 노동자들이 토네이도로 희생된 직후인 12일 인스타그램에 우주여행을 자축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그가 설립한 민간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이 세 번째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자 로켓 발사 전에 찍었던 사진과 함께 "행복한 승무원들(Happy crew this morning in the training center)"이란 글을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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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에 제프 베조스는 이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행복한 승무원들"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잘 알려져 있듯이 제프 베조스는 넘쳐나는 돈을 우주여행에 쏟아 붓는 중이다. 공동체가 만들어낸 사회적 부를 이보다 더 허무맹랑하게 낭비할 수가 있을까? 이것만으로도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르는 판인데,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 6명이 목숨을 잃은 직후에 우주여행 자랑을 하는 이 자본가의 정신세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하는지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존은 6명의 사망사고에 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백만 달러는 제프 베조스가 단 730초만에 벌어들이는 돈이라고 한다. 물론 이마저도 제프 베조스가 아니라 아마존 회사가 돈을 낸다.

 

자본가에게 국적은 없다

 

아마존 노동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 참변을 당한 사실은 올해 6월 있었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을 상기시킨다. 쿠팡 노동자들도 똑같았다. 화재를 처음 발견한 노동자는 휴대전화가 없어 화재 신고를 할 수 없었다. 화재 발생 시점이 근무교대 시간과 맞물렸던 것이 천운(天運)이었으며, 만약 화재가 통상적인 작업 시간에 발생했다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났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의 살인적 노동환경 역시 악명이 높다. 지난 10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환경 건강수준 평가토론회에서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7명에게 장비를 달아 24시간 심박수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 노동자들의 근무시간 중 심박수는 평균 104회였다고 한다. 이는 8시간 내내 빠르게 걷거나 뛰는 정도를 의미한다. 각종 산재 사고가 빈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인면수심(人面獸心)과 철면피(鐵面皮)한 측면에서는 쿠팡 자본가도 아마존 제프 베조스에 못지않다. 15일 쿠팡 대표이사 강한승은 언론 인터뷰에서 쿠팡이 다른 어느 (택배)회사보다 나은 근로조건과 안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한다고 떠벌렸다. 다른 택배회사는 특수고용 형태를 취하지만 쿠팡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있으니 훨씬 낫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도 않고 산재보험도 부여하지 않는 다른 대형 택배회사와 비교해서 쿠팡의 산재 건수가 더 많다고 비판하는 건, 저희로선 정말 억울하다는 말도 늘어놓았다.

 

물론 지하 2층과 비교하자면 반지하도 햇빛 한 조각은 들어오니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쿠팡 노동자들이 살인적 노동환경에서 점차 자신의 생명력을 소진하는 동안, 이들의 노동에 기생하는 자본가들은 고대광실(高大廣室)에서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쿠팡 창업주 김범석은 2020년 기본 연봉 10억 원, 주식 등 기타 보상으로 140억 원을 챙겨갔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이들의 얼굴 가죽은 대체 얼마나 두꺼운 건가?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직시해야

 

작업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빼더라도, 미국의 아마존 노동자와 한국의 쿠팡 노동자 사이의 처지는 다를 게 없다. 2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의 자본가나 제프 베조스나, 그놈이 그놈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에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처지에는 국적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이윤 증대를 위해 노동자를 한낱 도구 취급할 뿐이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에 대한 광범위한 폭로를 통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조직해 나가야 한다. 날로 극명해지는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직시할수록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동자들의 열망은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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