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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원 열사 2주기 추모제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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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우 조회 220회 2021-12-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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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9, 부산경마공원 기수 문중원 열사는 한국마사회의 승부조작 등 비리 행태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지난 1117, 법원은 문중원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됐던 한국마사회 간부와 조교사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문중원 열사 2주기 추도식과 추모제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합의사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으며, 한국마사회의 적폐는 여전하다. 이런 현실을 지켜봐야 했던 유족들과 고인의 부인 오은주 님은 서럽게, 아주 서럽게 분노와 다짐을 토해냈다. 유족들의 울음을 보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한국마사회,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마사회에서 일하는 환경, 시설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대상 1단계에 해당했겠지만, 마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고용으로 가짜 정규직이 되었다. 자회사가 덩치 큰 또 하나의 용역업체에 불과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사회는 20204,600억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경마장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경제 등 경제신문들은 정규직 전환을 부각시키며 이 때문에 마사회가 한국전쟁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고 사실을 호도했다. 완전한 거짓말이다. 자회사로 고용된 시설, 환경 노동자들은 자회사에서 임금 등 처우개선이 거의 이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깎인 지경이다.

 

경마 기수는 특수고용 노동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는 노조 할 권리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ILO 핵심협약은 작년 초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내년 420일에나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으로서 마사회가 이런 악질적인 고용구조가 아니었다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됐더라면, 말을 좋아하고 말 타는 걸 좋아했던 문중원 열사가 목숨을 내던지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도박을 부추기는 국가

 

국가는 국민들의 건강한 스포츠와 레저를 위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경마는 다르다. 경마장은 단지 말을 타고 달리고, 말과 호흡하며 기량을 뽐내는 경연이 아니라 말에 베팅을 하고, 순위에 따라, 배당률에 따라 돈을 따거나 잃는 도박이다. 국가가 나서서 도박을 건전한 레저라고 포장해주고, 국민들에게 도박을 권장하고 있는 꼴이다.

 

최소한 100미터 육상, 피겨스케이팅, 축구, 야구에서 입장객들에게 베팅하도록 하고 승패에 따라 상금을 나눠주지는 못한다. 그건 이 사회에서도 불법이다. 하지만 경마는 합법적인, 국가가 관리하는 도박이다. 국민을 도박으로 몰아넣고 한탕을 부추기는 게 국가가 할 짓인지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정말로 경마를 통해 국민들에게 건전한 레저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돈 걸기, 베팅을 없애면 될 일이 아닌가?

 

부산을 내려가는 아침에 과천 경마공원 앞에서 약식 집회를 했다. 930분이 넘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경마 정보지를 손에 쥐고 경마장으로 들어갔다. 국가가 보기에는 그들이 정말 건전한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로 보이는가? 누가 봐도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경마에서 한몫 잡아보겠다고 돈과 인생과 꿈을 저당 잡혀 있는 걸로 보이지 않는가?

 

끝나지 않은 싸움

 

이처럼 한국마사회는 합법적으로 도박을 주관하고 말 산업을 독점한다. 그만큼 비리와 담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기 조작, 뇌물, 인맥, 갑질 등등의 적폐구조 속으로 경마 기수들을 옭아매고 그들 역시 공범이 되도록 강요했을 것이다.

 

문중원 열사는 공범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공범이 되는 것을 거부하자 가해진 부당 대우와 부조리에 좌절했을 것이다. 죽음을 통해서라도 마사회의 적폐를 알리고 가해자를 처벌하려고 했다.

 

유족이 앞장서 싸웠다. 경찰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땅을 기고, 경찰벽에 가로막히면서도, 정부청사 앞 분향소와 천막이 경찰과 용역들에게 뜯겨나가는 참담함을 당하면서도 싸웠다. 그리고 어렵사리 합의를 하고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마사회의 적폐는 그대로고, 가해자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문중원 열사가 돌아가신 이후 경마기수 노동조합이 설립됐고 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도 받았다. 물론 노동조합 활동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마기수 노동조합이 문중원 열사의 바람대로 마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악질적인 고용구조를 바꿔내기 위한 싸움으로 전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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