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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또 당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기억하고 정치에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 학살자 노태우 국가장 반대행동에 참가한 청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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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오연홍 조회 3,069회 2021-11-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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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030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노태우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항쟁을 군홧발로 짓밟은 자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고 평화의광장에서 영결식을 진행한 건 다름 아니라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영결식이 진행된 곳에선 다른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범죄자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이름으로 모인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치켜든 피켓과 플래카드에는 광주학살! 노조파괴! 군사쿠데타 주범! 학살자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한다!” 같은 구호들이 적혀 있었다. 이날 항의에 참가했던 청년 노동자 김태훈 동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디서 온 누구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인천에 위치한 한국지엠 사내하청 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태훈입니다.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오늘(1030) 항의에 참여하게 됐나요?

 

12.12 쿠데타에 앞장선 노태우는 수많은 민중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심지어 시신을 탈취하기까지 했잖아요? 광주학살의 진실을 알고도 숨겼고요.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는데 그 살인자에게 국가장을 치러준다는 게 옳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것에 침묵한다면 그다음은 전두환 국가장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인 분에게 노태우 국가장에 반대하는 연서명을 공유 받았어요. 연서명 내용을 읽는데 구구절절 너무 와 닿더라고요. 이후에 기자회견에 직접 참여해야겠다 결심했고요. 특히 학살자 국가장은 민중 열사들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라 생각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올림픽공원에 갔습니다.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나서자 주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피켓 들자마자 욕이 날아왔어요. “어린 게 뭘 안다고 깝쳐?” “니가 역사를 알아?” “싸가지 없는 어린새끼가 영결식에서 뭐하는 거야?”라는 얘기부터 혀를 끌끌 차는 소리도 들리고, 누군가는 삿대질을 하더라고요. 내가 왜 이런 욕을 먹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소리쳤습니다. “학살자 노태우 국가장 반대한다!” 그러자 더 난리가 났습니다. 달려들어서 멱살 잡으려는 분을 경찰이 막더라고요. 웅성웅성하니까 영결식에 들어가려던 기자들이 저를 가까이서 찍어주고요. 생각해보니 욕하시던 그분들 덕분에 청년온라인공동행동 기자회견도 관심 받을 수 있었어요. 물론 국가장을 막지는 못했지만,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보도가 실릴 수 있었습니다.

 

어린 게 뭘 안다고” “니가 역사를 알아?” 같은 비난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욕을 들었을 때는 화가 났어요. 그분들은 왜 광주시민을 군홧발로 짓밟은 역사를 얘기하지 않는가 싶어서요. 물론 역사야 각자가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겠죠. 그분들 개인이 살아온 역사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장소에서 제게 욕하시던 어르신 분들조차 그들의 살아온 삶이 있고, 그 속에서 경험해온 걸 이야기하는 걸 테니까요. 다만 지금 우리가 부족하게나마 얻은 민주주의에는 그 당시 치열하게 투쟁하다 돌아가신 열사들의 피가 묻어있다는 것, 경제 발전의 그늘 아래 노동현장에서 먹고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던 노동자들의 피땀이 지금의 시대를 만들었다는 것, 소수의 권력자들은 민중을 탄압하고 죽이면서 호의호식해왔다는 것.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건 이런 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어요. 노태우 같이 쿠데타를 일으킨 자에 대해 보수파들은 어떤 성찰도 하지 않고 옹호하죠. 사망하니까 그래도 공적을 논해야 한다는 얘기를 떠들며 국가장을 운운하는 게 기가 찼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역사를 모르는 게 그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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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청년온라인공동행동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실제로 쿠데타나 광주학살의 역사를 잘 모르고 노태우가 잘한 것도 있지 않느냐는 식의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도 많은 듯합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득권의 정치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정치권과 언론이 노태우 국가장을 강행하며 쏟아낸 논리가 공과를 가리자였어요. 시민을 살해한 죄를 덮을 수는 없으니 다른 걸 부각시켜서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거죠. 문제는 역사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들에게 이 말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점이에요. ‘공적과 과오의 저울질프레임 그 자체가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죄의 무게를 가벼이 만들고 권력자를 미화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들은 언론을 통해 이 말을 수십 수백 번 떠들면서 잘못한 게 있지만 잘한 것도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거든요. 국가가 나서서 공적 운운하며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은 살인마에게 국가장을 치러주고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거죠. 역사를 왜곡하는 권력자들의 말잔치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로서 이런 정치적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지금 노동운동이 많이 가라앉아 있고 투쟁을 하더라도 자기 사업장 사안, 고용이나 임금 같은 요구에 많이 갇히고 있다고 봐요. 노동자가 어떤 처지에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언제나 사회 전체의 구조나 분위기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든요. 노태우 국가장 같은 게 우리 노동자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바로 노동자의 문제라는 거죠. 예를 들어 만약 나중에라도 박근혜에게 국가장을 치러준다면 어떤가요? 저는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요. 저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가 보인 행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2015년에는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셨어요. 이후에 대기업과의 범죄행위가 드러나 탄핵까지 된 범죄자를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싼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휩싸일 것 같아요. 지배자들끼리 감싸고 돌며 똘똘 뭉치는 체제에서 노동자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투쟁하는 노동자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는데 저들만의 정치를 박살내지 않은 채 세상을 바꿀 순 없다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환멸을 느끼는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역사를 잊으면 또 당할 수밖에 없어요. 부패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 촛불시위가 등장했을 때를 기억해보자고요. 그들은 군인과 총, 탱크를 이용해 시위를 진압하려 준비하고 있었어요. 학살의 비극적 역사가 또다시 등장할 수 있었던 거예요. 5.18 광주항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역사가 언제든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봐요. 우리 노동자들이 이제 더 이상 저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한마디가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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