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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정부의 ‘위드(with) 코로나’는 ‘위드아웃(without)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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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263회 2021-10-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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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회복을 말하는 정부는 과연 무엇을 포용할까?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이 가시화됐다. 지금껏 정부는 코로나19 조기 종식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노동자가 모이고 외칠 수 있는 권리를 심각하게 억눌러 왔다. 위드코로나는 (비록 정부는 위드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지만) 방역을 위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희생시켜온 지금까지의 정책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위드코로나 국면으로의 전환과 함께, 노동자의 숨통을 조이던 차별, 감시, 통제를 중단하고, 자유롭게 발언하고 요구할 수 있는 민주적 권리, 단결해 투쟁할 수 있는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노동자를 옭아매는 차별, 감시, 통제의 사슬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듯하다. 김부겸 총리는 1020일 민주노총 총파업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대처하겠다고 위협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민주노총이 내건 총파업 요구는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철폐,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쟁취, 돌봄 의료 교육 주택 교통 공공성 쟁취, 산업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 등이다. 부당한 요구가 하나라도 있는가. 코로나 위기를 거치는 동안 희생과 헌신을 감내한 노동자들이 마땅히 제기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들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응답은 엄중 처벌뿐이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어쩔 수 없다고 한다(1019일 김부겸 총리 발언).

 

터무니없는 궤변과 기만의 극치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병원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초주검이 되도록 환자를 돌봤다. 비대면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몇 분 만에 마스크가 땀에 절어버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집단 감염에 노출되곤 했다. 배송 노동자들은 일하다 길거리에서 쓰러지고 과로로 사망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해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도 번번이 집단 감염의 희생양이 됐다. 청소 노동자들이 걸레를 들고 출입구 문고리, 버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닦으며 감염병 확산에 맞섰다.

 

이들 노동자야말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멈추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 주역이다.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다면 사회 전체가 안전할 수 없다. 바로 그 노동자들이 정당하게도 자기 생존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데 엄중 처벌하겠다고 고함치는 정부는 도대체 어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포용적 회복그러나 민주노총은 빼고

 

정부는 포용적 회복을 지향하며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포용에 민주노총은 없다. 위드아웃(without: ~없이) 민주노총이다. 경기장에 7,000명 넘게 모이는 건 괜찮아도 민주노총이 집회를 하는 건 불법으로 규정하는 데에서 저들의 이중잣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몇 년간 노동 존중간판을 걸어놓고 노동자의 뒤통수를 쳐온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행태를 볼 때, 그들이 기존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반노동자적인 정부라고 결론 내리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포용적 회복간판을 걸어놓고 투쟁하는 노동자를 배제와 탄압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저들이 그간 보여준 기만적이고 반노동자적인 행태에 비춰볼 때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더 정세적인 맥락도 있을 듯하다. 위드코로나 국면으로의 전환과 함께 지금까지의 억압적인 방역 조치가 누그러지면 대중 속에서 그동안 억눌려 왔던 요구와 감정이 분출되면서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해외여행의 급증 같은 보복소비방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지만, 부당하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그동안 인내하며 헌신해온 노동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보복투쟁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과 자본가들의 두려움

 

이런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미국이다. 지난해에서 올해로 넘어오는 기간에도 인력충원과 안전장비 지급을 요구한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 감염병 확산에 맞서 작업장 안전과 임금인상을 요구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특히 지난 몇 달 사이에 볼보 자동차공장, 석유업체 유나이티드메트로에너지, 앨라배마의 탄광,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매사추세츠 등의 병원, 트랙터 제작사 존디어, 시리얼 회사 켈로그, 영화제작사 등 여러 산업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으켰다.

 

그중 매사추세츠 세인트빈센트 병원 노동자들과 앨라배마 탄광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7개월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투쟁사업장 소식이 전해진다. 해고반대, 임금인상, 작업장 안전, 인력충원 등 투쟁 요구도 다양하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서 노동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려는 자본가들의 착취 강화에 맞선 투쟁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다. 억누르면, 결국엔 다시 들고 일어서는 게 노동자들이라는 사실도 잘 보여준다.

 

이런 투쟁 흐름이 세계 곳곳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도 그 점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위기가 발발한 초기부터 내내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퍼주고, 그러면서도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을 운운하며 자본가들의 이익이 조금도 침해되지 않도록 봉사해온 문재인 정부는 위드코로나 국면에서도 자칫 광범한 노동자투쟁 때문에 자본가들이 불안을 겪지 않도록 미리부터 투쟁의 싹을 밟으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김부겸 총리가 내뱉은 공동체의 안전의 실제 내용이다.

 

기회를 붙잡아야 할 때

 

정부의 행태가 고약하기 짝이 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노동자운동에 중요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쟁을 유보하고 가라앉아 있던 노동자운동이 곳곳에서 다시 활발한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물론 그 기회는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일부 노동자의 요구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요구,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에 대응해 지구와 인류 전체의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요구, 청년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홈리스 가난한 자영업자 등 모든 피억압 민중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요구와 함께 노동자운동이 적극적으로 투쟁을 조직해가야만 정부가 들이민 경찰 차벽을 흔들고 새로운 투쟁의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다.

 

1020일 민주노총 총파업 시위가 그런 길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정당하다. 또다시 방역을 빌미로 엄중 처벌을 떠들어대는 문재인 정부의 억압은 부당하다. 투쟁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노동자는 누구보다 강하다. 더 강하게 함께 뭉쳐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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