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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I 미국 노동자들이 이중임금제에 맞서 파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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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양준석 조회 18,041회 2021-10-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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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주  최근 들어 미국에서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1018일 기준 올해 들어 178건의 파업이 발생했는데, 8월 이후에만 40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시리얼 제조업체 켈로그 노동자 14백 명은 105일부터 오마하(네브레스카), 랭캐스터(펜실베니아), 멤피스(테네시), 배틀크릭(미시건) 등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사측은 의료보험·휴일수당·휴가일수 축소와 고용감축을 주장해 왔다. 사측은 또한 노동자들이 양보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멕시코 공장으로 일감을 옮기겠다고 협박해 왔다.

수 미(Sou Mi)  I  2021년 10월 16일


파업대열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동조합들이 이중임금제에 맞선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 내부 세대간 분열을 끝장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쟁취하기 위해서, 노동조합들은 반드시 승리할 때까지 이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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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 파업노동자들이 든 피켓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이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뭘 위해 투쟁하느냐고 우리가 물었을 때, 많은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한 설명 속에 담겼던 정서 또한 바로 그것이었다. 노동자들은 6년 전 기존 단체협약이 시행된 이후 자신들을 분열시켰던 이중임금제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나이 든 노동자들과 같은 공정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훨씬 적은 임금과 혜택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불공정한 일이냐고 노동자들은 말했다. 나이 든 1등급 노동자들은 잔업을 할지 안 할지 선택할 수 있지만, 늘 일손이 부족한 터라 2등급 노동자들은 잔업을 강제당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하루 12시간씩 주 7일을 2교대로 일하는 기본 근무체계에서, 상당수 노동자들이 하루 16시간씩 노동을 강요받아 왔다.

 

109일 토요일, 랭캐스터(펜실베니아) 공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앤드류 존슨이라는 한 노동자가 켈로그의 술책을 폭로했다. 켈로그는 1등급 노동자들보다 높은 임금과 동등한 혜택을 주겠다며 새로운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2등급 노동자들의 처지는 거의 또는 전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켈로그의 약속이 거짓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새로운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켈로그 노동자들은 젊은 동료들과 연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바로 그게 자신들이 해야 할 투쟁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켈로그에만 국한된 투쟁이 아니다. 1011일에는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주에 걸쳐 있는 대형병원 카이저 퍼머넌티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몇 달 간의 단체교섭 끝에 파업을 가결했다. 카이저 노동자들이 파업을 가결한 것은 무엇보다 병원 측이 새 단체협약에 이중임금제를 도입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사측은 2023년부터 적용될 새 단체협약에 신규 노동자의 임금을 기존 노동자 대비 26~39% 삭감하는 내용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카이저 퍼머넌티는 수익성 하락과 영업실적 저조라는 뻔한 핑계를 대며 이중임금제를 밀어붙여 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다. 거대 의료기관들은 심지어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에도 어마어마한 이윤을 기록해 왔다.

 

오늘날 노동자들이 이중임금제 분쇄 투쟁에 나서는 것은 주목할 만한 발전이다. 한동안 자본가들은 조직된 노동자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중임금제를 활용해 왔다. 기존 노동자들이 확보한 권리로부터 배제된 신규 노동자들은 필연적으로 현장에서 하위계급(second-class)”이 된다. 비록 단체교섭의 일부로서 전개되고 있지만, 이중임금제에 맞선 투쟁은 더 나은 노동조건을 가진 나이 든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거대한 연대이다. 이것은 노동자계급 분열에 맞선 투쟁으로서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중임금제란 무엇인가?

 

수십 년 동안, 미국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에서 자신들의 권리에 가해지는 일련의 공격들에 직면해 왔으며, 거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불황(Great Recession) 이후에 특히 더 그랬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위기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정부가 거대 은행과 기업을 구제하는 데 1조 달러 이상을 썼지만, 수백만 명은 자신의 집에서 쫓겨났다. 작업장에서는 자본가들이 정리해고와 공장폐쇄로 위협하며 양보교섭을 밀어붙였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굴러갈 수 있게 하고 자신들에게 이윤을 만들어주는 바로 그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대가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이중임금제였다. 이중임금제는 노동조합에게서 끌어낸 가장 중요한 양보 가운데 하나였으며, 노동자운동에 구조적 영향을 미쳤다. 이중임금제는 언제 고용됐는가를 기준으로 임금수준이 달라지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분열시켰다. 같은 조합원들 안에서도 서로 상당히 다른 임금수준을 갖게 됐다.

 

하위등급 노동자들은 대개 단체교섭 이후에 고용돼서 교섭테이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던 노동자들 또는 최근에 고용된 까닭에 교섭에서 소수라고 무시된 노동자들로 구성된다. 이는 그들이 단체교섭에서 동등하게 대표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단체교섭은 고참 노동자들의 이해관계 쪽으로 불비례하게 편향됐다. 고참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신에 신참 노동자들과 미래 노동자들의 권리는 덜 고려됐다. 이중임금제는 고참 노동자들의 권리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그 반대 면에는 미래 노동자들의 권리 악화가 있었다.

 

이러한 양보가 노동자들에게 강제되는 과정에는 노조관료들의 도움이 있었다. 정리해고, 외주화, 공장폐쇄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모든 힘을 모아 싸우는 대신, 노조관료들은 자본가들의 압력에 굴복했다. 그리고선 노동자들이 이 양보를 수용하도록 자본가들의 대리인으로 역할했다. 노조관료들은 일자리를 지키려면 수익성을 증가시키는 게 필수적이라고 다수 노동자들을 열심히 설득했다.

 

그러한 배신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례를 보자면, 2018년 택배노조 UPS의 단체협약 투쟁을 들 수 있다. 짐 호파 주니어가 이끈 노동조합 지도부는 파업찬반투표 가결을 무효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중임금제를 도입한 단체협약안을 부결시킨 조합원 투표 또한 무효화했다. 그들은 관료적 술책을 부려 평조합원들이 지지하지 않는 단체협약안이 승인되게 만들었다.

 

2019년 지엠 파업도 빼놓을 수 없다. 그해 미국 자동차산업의 파업 물결은 역사상 가장 큰 흐름 가운데 하나였다. 지엠 노동자 5만 명도 새 단체협약을 놓고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한 것은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온 이중임금제 폐지였다. 노동자들은 수년 동안 쌓인 분노를 안고 피켓라인에 섰다.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지엠 같은 자동차 기업들을 구제했을 때,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공격을 가했다. 삭감된 임금으로 몇 년을 일한 뒤에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파업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다. 노동자들은 한 달 동안 피켓라인을 지켰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가결한 최종 단체협약안은 자본가들에 대한 양보로 가득했다. 새 단체협약은 공장 두 곳을 폐쇄하겠다는 지엠의 방침에 굴복했고 이중임금제를 유지했다. 게다가 지엠이 더 많은 임시직을 고용해서 불안정 노동자라는 또 하나의 등급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허용했다. 잠정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조 관료들은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양보를 승리로 미화했다. 노조 관료들은 허위정보와 공포 전술을 활용했다. 심지어 테네시 공장에서는 부결을 조직하던 노동자들을 상대로 경찰을 부르기까지 했다.

 

노조관료들이 노동조합의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본가들 및 국가와 동맹을 유지하면서 노동자들로 하여금 작은 부스러기 이상을 얻을 수 없게 만든 대가는 노동자운동의 약화로 귀결됐다.

 

나아갈 길

 

노동자들은 모든 가치를 생산하는 자로서 파이의 일부만이 아니라 전체를 소유할 자격이 있다.

 

지난 1년 반을 거치며 노동자들의 주체성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이제 자신들 때문에 전체 사회가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노동자들은 안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매일 잔업까지 하며 일하도록 강요받았지만, 자본가들은 집에 머물며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스스로에게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주었다. 노동자들은 필수적인 사람들은 자본가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임을 깨달았다.

 

켈로그 노동자들의 단체협약 투쟁은 하나의 교훈을 준다. 노동자들은 더 나은 임금을 위해 투쟁하면서 동시에 공장폐쇄와 외주화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이중임금제 폐지 투쟁이 공장폐쇄 반대 투쟁과 결합된 것은 노동자들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사례다. 피켓라인에 선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말하듯이, 켈로그 같은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더라도 여전히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다.

 

 

자본가들의 탐욕에 맞서, 또한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요구하기 위해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지금 미국 전역에서 파업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만이 아니라 젊은 노동자와 미래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도 투쟁하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연대를 보여준다. 또한 투쟁의 전진을 위한 핵심적인 교훈을 짚어준다. “노동자들은 함께 투쟁할 때 승리한다.”


기사 원문

https://www.leftvoice.org/workers-are-striking-against-the-two-tier-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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