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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 “우리는 민주노총에게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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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알 조회 3,974회 21-10-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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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스튜디오 알(Studio R)은 체제변혁적 지향을 가진 청년학생, 청년노동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미디어다. 스튜디오 알의 청년 동지들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스피커가 될 것을 자임하고 있다. 내일 민주노총의 1020 총파업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를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엄정 대처를 선언했으며, ‘자영업연대’, ‘신전대협등 정체불명의 단체들은 대학가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상위 10%의 약탈적 요구에 불과하다는 비난 대자보를 부착 중이다. 이에 맞서 스튜디오 알 동지들은 코로나19로 심화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들의 대표체인 민주노총이 이 체제의 위기에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과 권리보장을 위해 앞장서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반박 대자보를 게시했다. 스튜디오 알 동지들의 동의를 얻어 위 대자보 전문을 <가자! 노동해방> 온라인신문에 옮겨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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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알 동지들이 10월 19일 대학가에 게시한 민주노총 총파업 관련 대자보

 

우리는 민주노총에게 요구합니다 

 

지난 2년여 간의 코로나 위기 동안 고통은 아래로 흘렀습니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없는 사람에게 더욱더 가혹했습니다. 비정규직,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없고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미조직 노동자들이 코로나 앞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조용한 해고, 임금삭감, 또는 감염의 위험 상황을 무릅쓰고서 일해야 하는 희생을 겪었습니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사고로 죽고, 과로로 죽고, 다치고 병들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빚을 지고, 파산하고,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이주노동자, 주거빈민과 같이 법적 테두리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감염병의 위협 앞에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더욱 심각한 삶의 위기로 내몰렸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의 시대에 기회를 얻은 이들도 있습니다. 가상화폐와 주식 투기판은 현실의 절망을 먹고 비대해졌습니다. 주식 가치는 폭등했고, 잘나가는 상장사 대기업들은 배당금으로 돈 잔치를 했습니다. 비대면, 온라인 사업의 급성장이라는 호재를 맞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발판 삼아 급성장했고, 한국형 노조파괴의 선도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사상 첫 분기 매출 70를 달성하며 축배를 터뜨렸습니다. 실업자들이 월세를 내지 못해 죽어가는 동안 내부자들은 부동산 개발 투기로 떼돈을 벌었고, 건물주들은 임대료 부담으로 죽어가는 자영업자들을 외면하면서 연이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배를 불렸습니다.

 

이 불평등한 세상을 보며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50년 전, 30년 전보다 이 세상은 훨씬 더 많은 부와 재화를 생산해내고 있는데, 도대체 왜 우리들에게 주어진 파이의 몫은 날이 갈수록 작아져서, 그 작은 파이를 놓고 없는 사람들끼리 아귀다툼을 해야만 합니까? 단지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인 몫을 가져가는 것이 진정 공정한 일입니까?

 

불평등을 먹고 자란 이 체제는 감염병 위기와 기후위기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위기 앞에서도 고통은 아래로 흐르고, 이 체제에서 이익을 얻는 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부를 증식시킬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 위기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더 이상 이 체제에는 정당성도 희망도 없습니다. 5, 10년 뒤 과연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라는 것이 남아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위기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사회는 진정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굴러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의 부를 증식시켜주기 위해 모든 가치를 내던지며 더 큰 위기를 향해 질주해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이 불평등한 세상을 뿌리부터 뒤집고 싶습니다.

 

그런데, 누가 이 세상을 뒤집을 수 있을까요? 이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다 같이 손을 놓고 모여 불평등한 세상을 뒤집자라고 다 같이 외칠 때, 세상은 뒤집어집니다.

 

불평등한 세상을 뒤집어 보겠다고 먼저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020, 조직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선다고 합니다. 이번 총파업의 주요 요구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 비정규직 철폐

-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

-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적용

-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사회공공성 쟁취

- 공공의료 인력 확충

- 산업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이번 총파업의 요구안은 단지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만이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요구안들이 단지 말과 글을 넘어서, 현실로 이뤄질 때 불평등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노총에게 요구합니다.

 

= 민주노총이 단지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조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등 노동조합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고 사실상 일상적 시기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운다는 것조차 불가능한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기하며 앞장서 투쟁해주길 바랍니다.

 

= 민주노총이 오랜 투쟁으로 쟁취해낸 소중한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을 넘어서, 가혹한 게임의 법칙 앞에 모두를 경쟁 상대로만 여기게 된 실업자들을 위해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과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앞장서 투쟁해주길 바랍니다.

 

= 민주노총이 조직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 체제에 의해 억압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린 민중들을 위해서도 앞장서 투쟁해주길 바랍니다. 코로나 위기 앞에 희생된 자영업자들을 위해 임대료 삭감, 로열티 삭감 등의 요구를 제기하며 앞장서 투쟁해주길 바랍니다.

 

= 민주노총이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홈리스, 청소년 등 위기 앞에 더욱 가혹하게 내몰리는 모든 피억압자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호민관이 되어 투쟁에 나서주길 바랍니다.

 

= 민주노총이 기후위기 앞에 생색내기만 하며 여전히 이윤창출을 최우선으로 두는 자본가들의 산업 전환이 아닌, 더 이상의 생태계 파괴를 막고 자연과 인류를 지속시키기 위한 산업 전환을 앞장서 제기하며 투쟁해주길 바랍니다.

 

코로나위기, 기후위기, 경제위기, 이 모든 위기에 맞닥뜨린 자본주의 체제는 늘 그렇듯 가장 약한 이들에게 고통을 내려 보냅니다. 민주노총이 단지 조직된 노동자의 생존권만이 아니라, 이 체제의 위기에 고통스러워하는 모든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과 권리보장을 위해 앞장서 투쟁해갈 때, 110만 조직된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넘어 2천만 노동자계급이 가지고 있는 아직 발현되지 않은 진짜 힘, 세상을 멈춰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진정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노동운동을 이 시대에 요구하며, 그런 운동을 만들어나가고자 우리 또한 최선을 다해 함께하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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