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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 공공돌봄, 이윤을 넘어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꿈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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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세아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실 조직쟁의차장 조회 186회 2021-09-3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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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보다 후퇴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모습

편집자 주  지난 924일 국회에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법은 광역 지자체마다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보육, 요양, 장애인활동지원 등의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것을 골갱이로 한다. 한국에서 사회서비스 부문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자본가들의 돈벌이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권, 질 낮은 서비스 등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런데 실제 통과된 사회서비스원법은 국공립 시설 우선 위탁 조항이 삭제되고, “민간이 참여하기 어렵거나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한해서만 공공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이어서 대선 공약보다 대폭 후퇴한 내용이다. 최소한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민간 자본의 돈벌이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래 기고글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근무했던 김호세아 동지의 글이다. 김호세아 동지는 사회서비스 현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를 운영하는 국유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사회서비스가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위탁 대신 공공의 직접 운영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사회서비스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윤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적 서비스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지를 노동자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토론하고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만 국유화도 사회주의를 향한 조치로서의 의미를 띠게 된다.


 최근 사회서비스원법 제정과 관련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사회주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민영화된 사회서비스 부문의 현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실현이 가능한지에 의문이 있어서였다. 사실 예전 나의 인식으로는 사회주의가 다소 옛 사상처럼 이해되었다. 특히 한국사회의 교육 과정에서 사회주의를 접할 일은 거의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거리를 두었으나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 달라진 이후에는 선입견 없이 다양한 사상을 접할 수 있었다.

 

작년은 많은 자영업자와 여러 산업이 몰락한 한 해였다. IMF 때는 너무 어렸지만, 노동자로서 바라본 코로나 사태는 너무나 모두에게 힘겨운 일이었다. 호황을 누리던 항공산업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단시간 동안 쇠락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했고, 대량해고 사태로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을 지켜봤다.

 

이런 재앙 같은 현실 앞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국유화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항공산업을 비롯해 각종 운수사업들은 사회 유지에 매우 필수적인 산업들인데, 작년부터 이어지는 운수사업들의 위기를 다룬 기사를 읽으며 진작에 국유화에 대한 고민이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불행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국유화는 내가 한때 몸담았던 노동현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최근까지 사회복지 노동자로 일했었는데, 사회복지 노동자에게 국유화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회복지 현장은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장 전반이 민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탁체에는 비영리 법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결국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아니다. 대부분 일반 사람들의 인식은 복지라고 하면 공공의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에 반해 실제로 사회복지 현장은 국가에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를 민간법인에 위탁해서 제공하는 식이다. 일종의 하청노동이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적부조를 제외한다면 상당수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하청노동자들의 서비스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는 국가가 주체인 공공서비스로 인식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사회복지 노동자라면 공무원과 비슷한 일을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만큼 노동의 성격이나 갖는 의미가 공공성이 담보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에게 다시 노동 현장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도 나는 민간이지만 내가 하는 일은 공공이다라고 내 자신을 다독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현장 노동자로 일할 때 민간법인이 지자체로부터 위탁 받은 기관에서 후원금을 빼돌리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들이 익명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사회복지 대나무숲에는 민간위탁 구조가 아니라면 생기지 않을 다양한 비리나 문제가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가끔 생각해 본다. ‘복지가 공공서비스인데 그냥 나라에서 운영하면 안 되나?’

 

지자체에서 직접 복지시설을 운영하면 민간법인이 후원금을 빼돌리는 일도 줄어들고, 친인척 비리 등을 비롯한 종교 강요 등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친인척 비리나 종교 강요가 말이나 되는 일인가? 주민센터에서 예배나 연등행사를 이야기하지 않듯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사회복지에서는 공공성과 전혀 거리가 먼 이상한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소식들이 사회복지 민간위탁 현장에서 비롯되는 일들인데 국가는 이러한 시스템을 변화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공공성에 대한 문제는 처음에는 비리를 잡으면 될까 싶었다. 하지만 몇 차례 노조활동을 통해서 해당 문제들을 접하다 보니 이건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번 두더지 잡기 하듯이 공공성을 저해하는 일들과 싸우지만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 변화를 위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 부문이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회서비스원법은 노동자들이 힘을 쏟을 대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의 취지와는 다르게 많은 반대 속에 법은 개악된 채로 통과됐다. 사회서비스원법이 제정되는 과정과 사회서비스 전반을 두루 살피면서 민영화된 시장 속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고민과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이미 민간위탁이 보편화된 현실이고 그나마 공공성을 담보하자고 내놓은 사회서비스원법은 매우 축소되어 통과되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알고 있다. ‘복지라는 문제에서 누군가 잘못된 시스템을 이용해 배를 불리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복지는 특정 계층의 복지가 아닌 우리가 모두 잘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렵더라도 목소리를 내고 싸워야 하는 이유는 복지를 비롯한 사회서비스 전반이 우리의 삶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자녀를 갖게 된다면 내 자녀를 돈으로 보지 않는 어린이집에 보육을 맡기고 싶고, 내 자신이 노년에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이 된다면 나를 돈으로 보지 않는 기관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

 

사회서비스에서 다시 우리의 산업 구조로 되돌아왔다. 코로나로 누군가는 해고 당하고 길거리의 저항자로 남아 있지만, 자본가들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몇 백 명의 급여가 될 엄청난 급여를 받아가고 있다. 세상이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공장에, 공항에, 항구에 사장은 필요 없다. 노동자들의 땀이 있는 노동현장에서 자본가들이 받아갈 것은 없다. 코로나에도 자본가 한사람이 꾸역꾸역 그렇게 받아온 몇 백 명의 급여는 지금 길거리에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땀으로 만들어낸 이익이다.

 

각종 산업에서 생기는 가치와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공정히 분배되고, 사회서비스가 진정한 의미의 공공서비스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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