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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연봉이라면서 왜 캐스퍼 가격은 절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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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548회 21-09-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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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M의 첫 차 캐스퍼 출시를 앞두고 반값 연봉 덕택에 800만 원 대의 경형 SUV가 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상당했다.



광주형 일자리로 잘 알려진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양산 체제에 돌입해 첫 차 캐스퍼를 내놨다. 20191월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협약·노사민정 상생 협약서에 서명한 지 28개월 만이다. GGM은 최대주주인 광주시(지분 21%)2대 주주 현대차(19%)가 공동출자해 설립된 법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주당 44시간의 노동시간에 평균 연봉 3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계획됐는데, 이는 현재 완성차 업계 정규직 노동자의 반값 연봉 수준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는 지역사회의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신묘한 비법이 등장하기라도 한 것처럼 찬양을 아끼지 않았다. 노동조합에서는 35만대 누적 생산 시점까지 일체의 쟁의가 없어야 한다는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헌법상 노동3권을 부정한다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조합주의 시야를 넘어서지 못한 노동조합 운동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지난 14일 캐스퍼 온라인 사전예약이 시작된 후 첫날에만 19천 대가 계약되는 등 초반 판매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도 대통령 퇴임 후 타겠다며 캐스퍼를 사전예약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동참하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캐스퍼의 판매가격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다.

 

800만 원 대 SUV라더니, 하나도 안 싸네?

 

캐스퍼 판매가격은 등급별로 1,385만 원에서 1,870만 원에 이르고 풀옵션은 2천만 원에 육박한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캐스퍼 출시를 앞두고 800만 원 대 SUV 출시가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러한 기대의 근원은 광주형 일자리의 반값 연봉이었다. 평균 연봉이 1억에 육박하는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의 반값 연봉으로 차를 만드니, 기존 경차 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현대차 마케팅 부서 담당자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이고, 자동차 가격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임금만으로 자동차 가격을 정할 수 있으면, 100% 하청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는 모닝 가격은 왜 스파크와 차이가 없겠어요? 그런 식이면 임금체불하는 자본가들은 0원으로도 상품을 팔 수 있겠네요?” 마케팅 담당자가 설명을 이어나간다. “일단 자동차부품 원가만 해도 70%가 넘게 잡혀요. 1,000만 원짜리 차라고 하면 최소 700만 원은 부품 값이에요.”

 

그럼 부품 값을 포함해 전체 자동차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원가를 포함해서 최종 가격은 어떻게 잡냐고요? 간단합니다. 그게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가격이냐를 따져야 해요. 신차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 시장에서 경쟁사에게 밀려날 게 뻔하니까요. 그렇다고 원가를 밑도는 돈으로 손해 보면서 팔 수는 없고요.”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그러니까 그 신차 가치를 어떻게 따진다는 건가? “우리도 연구 많이 합니다. HPV(Hour per Vehicle), UPH(Unit per Hour) 이런 개념이 있어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 이런 뜻입니다. 물론 이게 공장의 생산설비 수준 등에서 영향을 받긴 하는데, 그걸 보정하고 나면 결국 자동차 한 대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가 신차 가치를 결정하는 겁니다. 캐스퍼 신차 가격이 아반떼 깡통 가격과 비슷한 이유는, 두 차에 들어간 부품 원가 + 생산시간이 엇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어쨌든 최종 조립 단계에서 임금이 저렴하면 남는 게 많을 텐데 판매가격은 왜 못 낮추나? “질문을 혼동하지 마세요. 지금 자동차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물어보신 거잖아요? 저는 우선 가격 설정 기준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그 이후에 임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완성차 업체 평균 이윤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격 책정과 전혀 별개의 문제예요. 근데 거기서부터는 영업비밀이라 말씀드리기 그렇네요.”

 

현대차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은 여기까지 듣기로 하자. 사실 이 문제는 마르크스가 <임금, 가격, 이윤>이란 저작에서 이미 한참 전에 해명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 가격은 임금이 아니라,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사회적 노동량으로 결정된다

 

마르크스는 <임금, 가격, 이윤>에서 상품의 가격은 임금에 의해 결정되거나 규제된다는 경제학의 통설을 비판한다. 그것은 상품 가격이 기본적으로 임금이라는 생산비에 의해 결정되고, 여기에 자본가들의 이윤과 지주의 지대가 일정한 퍼센티지로 덧붙여진다는 식의 주장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주장하는 자 가운데 누구도 자본 이윤을 경제 법칙으로 설명해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임금이란 노동의 가격이므로, ‘상품의 가격은 임금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은 상품의 가격(가치)은 노동의 가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좀 더 추상적으로는 가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동어반복의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시장 가격은 임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사회적 노동량으로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예로 들었듯이, 19세기 후반 영국의 공장 직공, 광산 노동자, 조선공 등등은 노동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인데도(임금이 높은데도 - 인용자) 자신들의 생산물을 다른 모든 국민들보다 싸게 판매할 수 있었다. 우리의 예에서 캐스퍼를 조립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아반떼 깡통을 조립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차이가 현격함에도 두 차종의 가격대가 비슷한 이유는, 두 차종의 생산에 필요한 사회적 노동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시장 가격이란 평균적 생산 조건에서 특정한 품목의 특정한 양을 시장에 공급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노동의 평균 액수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정의했다. ‘사회적노동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생산성이 경쟁 자본가들에 비해 어떤가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비교한다. 생산성이 경쟁자들보다 떨어져서 노동량이 추가로 투입된 경우에도 자본가들은 사회적 평균 노동량만큼이 자기 상품의 가치가 된다고 가정한다.

 

그렇게 해야만 냉혹한 경쟁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독점의 영향이나 그 밖의 몇몇 변용들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모든 종류의 상품은 평균적으로 그 각각의 가치 또는 그 자연 가격대로 판매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자본의 이윤은 어디서 나오는가?

 

이제 현대차 마케팅 담당자가 답하지 않았던 이윤의 비밀로 넘어가보자. 여기서 흔한 오해는, 자본가가 자신의 생산품을 본래의 가치보다 비싸게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다양한 산업 부문의 불변적이고 통상적인 이윤이 상품의 가격을 과도하게 매김으로써, 요컨대 그 가치 이상의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생긴다고 가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당연하다. 가치보다 비싸게 가격을 설정하면 소비자들은 경쟁 업체의 상품을 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본의 이윤은 생산품을 본래의 가치대로, 다시 말해 상품 안에 실현된 사회적 노동량대로 판매함에도 발생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다음과 같이 전제해 보자. 어느 사회에서 사회적 노동시간 1시간이 1만 원이라는 시장 가격으로 표현된다고 하자. 그리고 어떤 자본가가 1,000만 원의 자동차를 판매해 100만 원의 이윤을 남긴다고 치자.

 

이때 자동차 가격은 예컨대 다음과 같이 분해될 수 있다.

 

자동차 최종가격 1,000만원(1,000시간)

= a. 부품 가격 700만 원(700시간) + b. 기타 생산비용(기계 감가상각액, 전기요금, 공장임대료 등) 100만 원(100시간) + c. 노동력 구매비용 100만 원(100시간) + d. 이윤 100만 원(100시간)

 

여기서 a. 부픔 가격 700만 원(700시간)은 생산 과정 이전에 존재했던 가치를 나타내고, b. 기타 생산비용 100만 원(100시간)은 자동차 최종 조립 과정에서 사용된 가치를 나타낸다. 이때 a. 부품 가격 700만 원과 b. 기타 생산비용 100만 원은 자본가가 그 가치대로 구입하여 그대로 가격으로 이전시킨 것이기 때문에 가치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마르크스는 이 요소를 불변자본이라 불렀다.

 

이어 생산 과정에서 지출된 c. 노동력 구매비용(100만 원 = 100시간)과 그 결과 산출된 d. 이윤(100만 원 = 100시간)도 자동차에 200시간의 사회적 노동량이 덧붙여졌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최종 가격 1,000만 원은 자동차 생산에 요구된 1,000시간의 사회적 총 노동시간을 표현한다.

 

그런데 여기서 d. 이윤 100만 원도 100시간의 사회적 노동시간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윤이란 본래 자본가의 노동 투입 없이 오로지 자본만을 투하해서 이끌어낸 금액임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윤이 표현하고 있는 사회적 노동시간 100시간 분은 다른 생산요소가 기여한 사회적 노동시간을 가로챈 것일 수밖에 없다. 어디에서 가로챘겠는가? 당연히 노동자의 노동이다. 노동자는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 판매 대가로 100시간 분의 사회적 노동량(100만원의 임금)만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사회적 노동량(우리의 예에서는 총 200시간 분의 사회적 노동량)을 투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에서 이윤(잉여가치)을 생산해내는 노동력 구입 부분을 마르크스는 가변자본이라고 불렀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통상의 시장 가격대로 1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노동력 사용 권한을 행사한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노동력 판매 대가로 사회적 노동시간 100시간분만을 지급한 채, 실제로는 200시간의 사회적 노동을 하도록 강요한다. 이 터무니없는 불공정 거래가 바로 자본가들이 끝끝내 영업비밀로 숨겨놓으려 하는 이윤의 본질이다.

 

마르크스는 <임금, 가격, 이윤>에서 생산 과정에서 덧붙여지는 사회적 노동량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의 정도는 극히 다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임금은 그들이 생산한 상품의 가치를 초과하거나 그 이상은 될 수 없지만 얼마든지 그 이하는 될 수 있다.” 우리의 예에서 추가적으로 덧붙여진 200시간의 사회적 노동시간(200시간 = 200만 원) 중 임금은 50만 원이 될 수도, 100만 원이 될 수도, 15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의 차이가 생산과정에서 덧붙여진 사회적 노동량 자체를 변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상품의 시장 가격을 궁극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는 상품의 가치는 전적으로 그 상품 속에 고정된 총노동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그 양이 지불 노동(임금)과 부불 노동(잉여가치)으로 분할되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결국 반값 연봉이니 캐스퍼 가격이 낮아야 하지 않냐는 자동차 커뮤니티의 기대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와 노동자 운동

 

아직 남아있는 문제가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반값 연봉을 지급하니 어쨌건 현대차가 많이 남길 거 아니냐는 의문이다. 그렇다. 당연히 많이 남긴다. 임금 변동이 있다 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사회적 총노동량은 변하지 않지만, 그 한도 내에서 임금과 이윤은 완전히 반비례 관계다. 임금이 상승하면 이윤은 하락하고, 임금이 하락하면 이윤은 상승한다. 상품에 덧붙여진 사회적 노동량 속에서 임금과 이윤이 어떤 비율로 배분되는지는 전적으로 투쟁하는 각각의 힘의 문제로 귀착할 뿐이다.

 

자본가들은 틈만 나면 임금을 깎아 이윤을 높이려 들고, 노동자들은 물가 인상 등에 맞서 실질임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임금인상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는 서로 대립하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국가가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준 실례다.

 

문재인 정부와 자본은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채, 하나로 똘똘 뭉쳐 노동자의 저임금과 자본가의 고이윤을 법으로 강제했다. 어떤 수준이건 이윤의 본질은 노동자의 노동을 정당한 대가 없이 착취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 국가와 자본은 더 높은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예 투자하지 않겠다며 노동자들을 겁박한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제2의 광주형 일자리가 번호표를 뽑아들고 대기 중이다. 부산, 대구, 군산 등 전국 7곳에서 추진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 그것이다.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는 문제가 있다. 노동자 운동이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건 국가와 자본의 연이은 공격을 제대로 방어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광주형 일자리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활동이, 상층 노동자들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사회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상기해야 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전 계급적 단결의 깃발 아래 가장 열악한 처지의 밑바닥 노동자들을 대변해 투쟁해 나가지 않는다면,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쟁취해온 조직 노동의 진지들이 자본가들의 공격 앞에 하나씩 점령당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의 진정한 해법임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이 이 사회를 운영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마르크스는 <임금, 가격, 이윤>에서 노동조합은 자본의 침략에 대한 저항의 중심지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지만, 노동조합이 현존 제도가 빚어낸 결과를 반대하는 유격전에만 자신을 국한하고 이와 동시에 현존 제도가 변화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조직된 힘을 노동자계급의 종국적 해방을 위한, 말하자면 임금 제도의 궁극적 철폐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광주형 일자리를 내세운 자본의 공격 앞에 조직 노동자 운동이 잊지 말아야 할 계급적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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