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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자료③ | 공정성을 바라보는 한 청년 노동자의 의견: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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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조직부장 조회 4,209회 2021-08-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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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조차도 투쟁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공정한 사회(사진_노해투)

 

 

편집자 주     오는 화요일(817) 온라인 토론회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토론자로 참여하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조직부장 김진성 동지의 토론문입니다. 이른바 공정한 기회의 실상이 무엇인지, 한 청년 노동자의 체험 속에서 생생하게 묻어나는 글입니다.

 

공정성’, 능력주의 담론에 반대한 이유

계급투쟁의 역사적 전개와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에 반대합니다

청년 비정규직의 침묵을 깨고 연대투쟁으로 초대하자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입사해 근무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추적 발제를 읽어보며 세계에서, 또 한국에서 능력주의가 어떻게 등장했고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들에게 인식됐으며 자본과 권력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청년 노동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청년으로서, 또한 노동자로서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자라온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는 교육과정에서부터 시험과 수준별 학습으로 인해 우정이나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경쟁에 내몰린 삶을 살았습니다. 현재의 청년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시험성적을 받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왜 경쟁에 내몰려 서로를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생각하고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이겨야만 하는 삶을 살아야 했는지 지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현대 사회는 계급이 없는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해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가 경험한 사회는 참된 의미에서의 공정성이 결여된 사회였습니다. 중학교 때 IMF 사태로 기울어진 가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부모님과 몇년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배우고 작은 사회에서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그것보다 먼저 밥을 굶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학교생활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미디어에서나 보던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생활 속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것이었습니다. 공정한 기회를 주고 있으니 능력을 발휘해 그 기회를 획득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라는 것은 저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정한 기회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 공정한 기회마저 획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어떠한 공정함이 주어지고 있습니까?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경제사정, 가정환경, 심지어 부모에게 물려받은 다양한 유전자 등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기에, 공정한 시험을 거쳐 정규직이 되라고 말하는 그들의 주장은 처음부터 모순덩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겸손해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순적인 발상에 숨죽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투쟁해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 청년 노동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것이 아니라 투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얼마 전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건강보험공단 원주본부에서 청와대까지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외치며 행진을 했습니다. 그때 참가해 몸소 알게 된 것이, 투쟁 없이 얻어지는 결과는 없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걷는 것조차 투쟁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가릴 것 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하게 되는 모순덩어리 공정성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을 위해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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