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와이파이 논란의 거짓과 진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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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 와이파이(무선공유기) 접속차단 문제로 노사대립이 발생했다. 임원선거와 노조업무 인수인계 중인 집행부 공백기에 현대차 자본이 벌인 와이파이 접속차단 공격은 대기업노조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 자본가언론 기사만 보고 단순하게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자본가언론의 비난과 왜곡 기사만 접한 사람들은 현대차지부가 ‘근무시간에 동영상 보고 게임하려고 무모하게 특근거부까지 하느냐’며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사측의 와이파이 접속차단은 앞으로 자본이 추진할 현장통제와 탄압을 알리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작업시간 와이파이 접속차단에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이유, 와이파이 사용에 대한 생각, 와이파이 설치에 관한 노사합의 등을 종합해서 들여다 봐야 이번 와이파이 노사대립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대립의 발단은 자본의 노사합의 파기
임원선거 2차 투표 하루 전날인 12월 2일, 자본은 노사합의로 설치된 와이파이 접속을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에만 허용하겠다는 공문을 지부에 발송했다. 게다가 임원선거 투표당일(3일)에는 단체협약 제84조(안전보건교육) 별도회의록(안전교육은 해당부서 노사협의 결정)을 위반하고 안전교육을 집단적으로 “일괄 시행”한다는 공문까지 보냈다.
현대차지부는 와이파이 접속차단과 안전교육 변경은 노사합의와 단체협약 위반이니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12월 9일 자본은 작업시간 와이파이 접속차단을 강행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노사합의를 파기한 자본에 반발했고, 지부는 즉각 본관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본관 항의집회에 집행부를 비롯해 다수의 대의원과 현장위원들이 참가했다. 지부는 확대운영위를 소집해 12월 14일 특근거부를 포함해 10~12일, 17일 본관 항의집회를 배치하고 18일 확대운영위에서 이후 투쟁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과 함께 10개 현장조직이 “집행공백 틈탄 노동조합에 대한 정면도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공동대자보를 부착해 노사합의와 단체협약을 무시함으로써 회사를 망치고 있는 건 사측이라고 비판했다.
“사측은 와이파이를 차단하는 배경에 품질 저하문제로 과대포장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 사측은 집행부의 특근거부를 보수언론에 악의적으로 흘려 안티 현대를 스스로 만드는 멍청한 짓을 했다. …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회사를 망하게 하는 자는 사측 스스로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 공동 현장 제조직은 엄중히 경고한다. 사측은 현재 진행형인 각종 현장탄압도 즉각 중단하라. 또다시 현장 도발을 감행하고 단체협약을 위반한다면 촉탁 알바생 투입 저지투쟁은 물론, 특근거부를 포함한 준법 생산타격투쟁을 더욱더 강도 높게 전개할 것이다.”
12월 11일 자본이 와이파이 접속을 정상화하자, 지부도 특근거부를 철회했다. 자본이 꼬리를 내리고 한 발 물러서면서 잠시 봉합됐으나, 22일까지 실무협의를 통해 다루기로 해서 와이파이 노사대립은 말끔히 해결된 게 아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와이파이 노사대립이 발생하자, 자본가언론은 현대차지부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비난과 왜곡 기사를 쏟아냈다. 이들은 9일에서 13일까지 120개 넘는 기사를 썼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현대차지부의 주장과 현장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싣지 않았다. 5일 동안 자본가언론에게 ‘거짓과 진실’은 결코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특근거부’와 ‘품질불량’만 부각시켜 지부를 마녀사냥하는 데 몰두했다. 자본가언론은 현대차지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대중심리를 부추겨 ‘귀족노조’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일정한 목적을 거둔 듯하다.
그러나 자본도 잃은 게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와이파이 접속은 단순히 개인 핸드폰 사용에 한정돼 있지 않다. 와이파이 접속은 회사의 업무와 생산·품질 관리에 필요한 전산시스템과 연결된다. 자본이 작업시간 와이파이 접속문제로 노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감행했지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노사합의로 설치한 와이파이 접속은 작업 지시와 공지, 라인 자동화(무인화), 품질관리시스템 도입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와이파이를 차단할 거면 그것과 연결돼 설치한 모든 전산시스템을 원점으로 돌리라’며 문제를 확대하는 것을 사측도 가볍게 여길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특근거부를 해서라도 자본의 노사합의 위반을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의 와이파이 도발은 잠잠한 현장을 흔들어 놓았고 노동자들의 경계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어떤 합의가 있었나
자본은 2011년 1/4분기 노사협의회 합의를 근거로 작업시간 와이파이 접속차단을 강행했다. 당시 합의내용을 보자.
• 회사는 정보보안시스템 보완조치 및 이동통신 사업자와 합의해 무선공유기를 설치해, 스마트폰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 무선공유기 설치는 현장 써클룸 위주로 순차적으로 추진하되 2011년 말까지 설치하도록 한다.
무선공유기 설치 및 사용에 관한 위 노사합의는 2011년 10월 하이비스(HIVIS: 품질검사시스템) 구축계획과 연결됐다. 다음은 2016년 1/4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와이파이 추가설치 및 신규설치 요구 건”에 관한 노사합의 내용이다.
• 현재 와이파이는 노사합의 기준에 의거(의장 라인, 비의장 반룸, 독립조)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향후 조직 변경으로 노사합의 기준에 따라 추가설치가 필요한 경우 노사협의를 통해 설치한다.
• 산업보건센터(울산, 전주, 아산) 진료대기 중 원활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 대기장에 와이파이를 추가로 설치한다.
• 회사는 와이파이 수신율 향상을 위해 NAC(Network Access Control) 1대를 추가 설치한다.(현재 동시접속 가능인원 5,000명 → 이후 6,000명 이상 동시접속 가능)
여기서 확인되듯이 와이파이 설치 및 사용은 범용으로 확대돼 왔다. 자본은 2011년 노사합의를 근거로 “와이파이 ‘이용시간’에 대한 합의는 어디에도 없다!”며 작업시간 와이파이 접속차단을 정당화하려 했다. 그러나 와이파이를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에만 사용하고 작업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 역시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와이파이는 핸드폰 데이터 용량에 따른 사용의 번거로움을 해결해 실시간으로 자유롭고 빠르게 정보를 확인, 소통,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일단 와이파이를 설치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통제하는 짓을 누가 용납할 수 있겠는가?
거짓선동
현장 노동자들은 자본의 와이파이 접속차단과 자본가언론의 거짓선동에 대해 화를 냈다.
“우리는 와이파이를 사용하느냐 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핸드폰 데이터로도 언제든 보고 싶은 걸 보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건 사측이 노사합의와 단체협약을 밥 먹듯 위반하는 작태였다. 이걸 그냥 놔두면 사측은 더 많은 현장통제와 탄압을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거짓을 유포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서 차를 생산한다고 떠드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다. 작업 형태에 따라 여유가 있는 작업자가 동영상을 볼 수도 있다. 라인이 계속 돌아가는데 동영상을 보면서 차를 조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자본은 와이파이와 안전교육 노사합의 위반을 중단한 다음날(12일)에도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짓을 벌였다. ‘연월차 근태입력 변경’을 공지한 것이다. ‘사전 또는 당일 연월차 신청 시 구분 없이 연월차 근태를 입력’했던 것을 ‘사전예약 연월차는 기존과 같이 근태를 입력하고, 당일 또는 사유발생일 이후 사유서 제출한 연월차는 당일 결근 근태를 입력’하겠다는 거였다. 이것은 단체협약 제66조(월차유급휴가), 제67조(연차유급휴가)와, 제71조(무단결근의 해석) “결근 당일 본인 또는 동료, 직계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있거나 정당한 증빙서류 제출 시는 연월차로 대치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행위였다.
결국 자본이 노사합의를 위반하면서까지 와이파이 접속차단을 강행하고, 뒤이어 자본가언론이 치졸한 비난과 왜곡 기사를 쏟아낸 건 노동자의 근무규율 확립을 위한 트집 잡기였다. 이에 현장 노동자들은 손바닥 뒤집듯 하는 자본의 노사합의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에 눈감을 경우, 자본이 기초질서 지키기를 앞세워 현장통제와 탄압을 강화할 거라고 정당한 판단을 했다.
품질저하와 하이비스 도입, 그리고 와이파이
이제 하이비스(HIVIS: 품질검사시스템) 도입을 시작한 시기로 돌아가 보자. 자본은 2011년 10월 ‘품질불량률 제로’ 달성을 위해 하이비스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2년부터 대규모 리콜 예방과 차량안전 관련 품질개선을 목표로 차체 용접에서 시작해 변속기, 주행검사, 소재, 품질관리, 의장조립라인으로 하이비스 설치를 확대했다. 지금 하이비스는 울산 1공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설치됐다. 자본은 1공장 품질관리부터 시범실시를 하자고 하면서 의장라인으로까지 확대할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2014년 10월 자본이 1공장에 하이비스의 일부인 주행데이터 검사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하이비스에 대한 분석과 도입 의도가 무엇인지를 밝힌 글을 인용한다.
“하이비스의 핵심은 메인라인(조립라인)에서부터 S/OFF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조립라인에서는 키퍼·조장이 이종·미장착·토크 값 등을 전산으로 입력하면, 다시 OK라인과 복합라인에서 재확인할 것을 전산화한 후, 최종검사 입력이 완성되면 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사원들은 카메라, 칩, 배터리를 내장한 전자펜을 사용해야 하고, 주행테스트 과정에서는 스마트박스를 연결해야 하며, 최종검사에서는 U-로봇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전산화해서 사측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검사 용지는 단순 종이가 아니라 칩이 내장돼 있어 펜 입력과 동시에 전산실로 입력되기 때문에 품관부서의 경우 차량 한 대 검사시간과 입력시간이 확인된다. 때문에 근무시간과 근무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하이비스 설치로 인한 자가 검수 강화, 불량률 통계에 따른 반별 포상(등급 책정)과 개별 고과 산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조립라인 키퍼와 조장의 경우 작업수정을 비롯해 중·대 결함에 대한 입력 등 추가적인 업무가 증가할 것이며, 업무스트레스가 높아질 것이다. 셋째, 실시간 입력으로 작업속도를 계산할 수 있음. 사측은 M/H 협의 과정에서 이를 근거로 한 맨아워를 제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2014년 12월, “1공장 주행검사장비 = 하이비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이와 같이 하이비스는 자본에게 꼭 필요하고 완벽한 품질관리시스템이었지만, 노동자들은 공장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전산화된 모든 데이터와 자료는 자본의 현장통제, 기초질서 지키기, 인사고과 적용 등 현장탄압과 불이익 적용에 활용될 거라고 인식했다.
이런 까닭에 현장 노동자들은 하이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투쟁했다. 자본은 하이비스가 절대로 현장 감시와 통제수단으로 활용되지 않을 거라는 노사합의서까지 써주면서 한 곳씩 설치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저성과자 ‘일반해고’가 포함된 게 확인되고, 2016년 4월 판매위원회 ‘부진자 교육’이라는 저성과자 교육이 시행되면서 품질불량 관련 데이터가 저성과자를 분류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서 하이비스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본은 하이비스 도입 과정에서 전산시스템 구축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와이파이 설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자본은 교활하게도 와이파이 설치를 선심 쓰듯 내놓으며 하이비스 반대를 무마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와이파이 접속차단을 운운하는 자본을 보며 노동자들은 기가 막혀 했다.
품질저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사측을 규탄하는 현장제조직 공동대자보
품질저하가 핸드폰 사용 때문인가?
현대차 자본과 자본가언론은 품질저하의 원흉이 차량을 조립하면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동영상보기)이라고 선동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리콜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이들의 선동이 거짓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① 2014년 5월, 북미지역에서 ix35 14만 대를 리콜한 이유는 “에어백의 운전대 모듈 장착 상태가 불량하다는 점과 이로 인해 경적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② 2014년 6월, 국내에서 운행하는 싼타페 13만 대에 대해 무상점검을 실시한 이유는 “싼타페 일부 차량에 트레일링 암(프레임과 현가장치를 연결해 주행에 도움을 주는 장치) 부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③ 2014년 7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서 판매된 소나타 88만3천 대를 리콜한 이유는 “자동변속장치의 전환케이블이 기어전환 레버(시프트레버)와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어전환 레버를 움직이는 데 따라 자동변속장치가 이를 받아들여야 정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④ 2014년 12월, 미국에서 제네시스와 에쿠스 4만3천 대를 리콜한 이유는 “두 모델 모두 브레이크 등의 오작동으로 불빛을 밝히는 데 문제가 생겨 뒤차와의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1공장 주행검사장비 = 하이비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2015년 이후에도 세타2 엔진, 에어백 등 주요 부품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생해 대규모 리콜이 이어졌다. 2015년 3월 북미시장에서 아반떼HD와 i30 일부 모델의 MDPS(유압식과 달리 차량의 속도를 인식해 핸들의 조향장치에 가해지는 조향력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탑재된 센서가 작동을 멈춰 운전대가 무거워지는 이유로 리콜, 8월에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47만 대를 리콜했다.
2016년 2월 쏘나타 등 8개 차종에 대해 조향장치의 MDPS 내부 부품(플렉시블 커플링) 마모로 운전대에서 이음이 발생해 부품을 무상으로 교체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2017년 3월 세타2 엔진 장착 차량 119만 대를 리콜하고, 4월에는 국내 차량도 리콜했다.
현대자동차 리콜 차량이 너무 많아서 더 추가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처럼 리콜의 원인은 전장시스템과 엔진 결함이었다. 결국 차량결함에 따른 리콜 주원인은 조립과정에서 발생한 것보다 설계의 문제나 부품결함에 있었다. 부품결함의 원인은 품질보다 비용을 절감하려고 부품단가를 인하하고 하청의 하청을 두고 저임금으로 부품업체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하는 데 있다.
현대자동차 특근 시 단기촉탁계약직을 쓰다 버리는 처사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다. 심지어 징검다리 휴일 시 연월차자 자리에 1일 아르바이트를 수백여 명씩 투입함으로써 작업미숙에 따른 품질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품질문제는 작업시간 와이파이 접속이나 핸드폰 사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핸드폰 사용에서 나타나는 계급적 차이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이용한 실시간 소통, 정보의 습득, 활용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일상이 됐다. 자신이 원할 때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살라는 것은 마치 전기 없는 사회에서 살라는 것과 같다.
현대차 자본과 자본가언론은 유독 노동자들이 동영상을 보는 것을 험담했다. 그러나 동영상은 노동자에게나 자본가에게나 없어서는 안 될 소통과 선전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더욱 활용범위가 늘어나는 추세다. 남는 것은 작업시간에 와이파이를 접속하느냐 하지 않느냐와 별개로, 노동자들이 핸드폰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적 성과를 어느 계급의 관점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노동자를 해고하는 괴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노동을 편하게 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차이가 있듯이 핸드폰 사용도 마찬가지다.
자본가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피땀을 착취하는 데 핸드폰과 와이파이(통신기기)를 활용한다. 노동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수단으로 활용한다. 작업시간에 핸드폰 사용을 차단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정보소통과 활용에 둔감하게 만들고, 노예처럼 일하게 만들어 생산량을 향상하려고 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어떤가? 노동자들은 핸드폰으로 주식시황을 확인하고 게임도 한다. 현장 동료들과의 소통, 작업에 관한 소통, 현장에서 발생한 사안에 관한 소통, 가족과의 소통 등 핸드폰을 매개로 인간관계를 촘촘히 짜나간다. 또한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다양한 정보를 습득해 시야를 넓히고 실생활에 활용한다.
울산에 있으면서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자투쟁 동영상, 포스터, 문자를 소통하며 연대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아시아의 홍콩, 중동의 이라크와 레바논, 남미의 칠레와 볼리비아, 유럽의 프랑스 등에서 전개되는 거대한 노동자와 학생 투쟁을 공유하며 동질감을 확인하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대부분 노동자의 삶, 상호협력, 한국뿐 아니라 국제연대를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핸드폰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가!
자본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2025 투쟁전략’을 짜 나가야 할 때!
12월 4일 자본은 ‘현대자동차 2025 전략’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2025년까지 현대자동차를 지능형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시키고 지능형 모빌리티 사업구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2대 사업구조인 지능형 모빌리티 디바이스(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다종신차라인업 등이 포함된다)와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카셰어링, 로봇 택시, 리스, 차량 판매부터 보험가입, 유지보수, 폐차에 이르는 통합 플랫폼)구축에 6년간 총 61조 원을 투자해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을 줄이고 국내외에서 수소전기차를 증산해 67만 대를 판매한단다. 원가절감추진위원회를 가동해 34조5천억 원의 비용절감을 하겠다고 한다. 비용절감 항목에는 품질비용, R&D(연구개발) 비용, 마케팅 비용 감축 및 임금과 성과급 삭감이 포함돼 있다. 자본은 품질경영을 한다면서 품질 및 R&D 비용을 감축하고, 또한 노동자의 임금과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삭감해 투자비용을 만회하겠다는 거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자본은 현장통제와 탄압을 강화할 거다. 또한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자동차의 생산축소와 대량해고, 단체협약 개악(복지와 기본급, 상여금, 성과급 삭감), 노사대립 등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하며 현대차 노동자를 압박할 게 불을 보듯 빤하다.
이미 정년퇴직자 신규채용 포기, 시어니 촉탁계약직 허용에서 자본의 공세는 시작됐다. 이번에 노사합의와 단체협약을 무시한 와이파이 접속차단, 안전교육 및 연월차 근태인정 변경 등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가랑비 옷 젖듯’ 치고 들어오는 사전포석임이 분명하다. 배치전환 기준마련도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현대자동차 ‘자본가 살리기 2025 전략’에 맞서 ‘노동자 살리기 2025 투쟁전략’의 밑그림을 짜 나가야 할 때다. 대중투쟁을 바탕으로 현장투쟁과 현장권력 복원, 노동자투쟁에 대한 계급적 연대, 노사협조주의에 맞선 전투적 기풍, 관료주의에 맞선 노동자민주주의 실현 등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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