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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 시험은 하나의 허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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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조회 4,189회 2021-07-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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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재 한국 사회에서 횡행하는 능력주의는 대개 시험 성적에 따른 능력주의로 표현된다. 대학 입학시험, 공기업 공채시험 등의 합격 여부에 따라 행해지는 차별은 공정한 차별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험만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인간들 사이의 다양한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도 없으며, 시험 성적만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차별할 정당성도 없다. 아래 청년노동자의 기고 글은 ‘EBS 교육대기획 시험이라는 책을 읽고 쓴 후기이다. 시험을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로 절대화하려는 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실에서 그 시험을 치르는 젊은이들 속에서는 현행 시험제도의 명백한 한계와 기만성에 대한 자각이 자라나고 있다. 아래 기고는 그런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방향으로 표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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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라는 시험을 두 번 준비한다. 한번은 6년 전, 그리고 지금.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것도 고3. 학교생활이 많이 안 좋았고, 학교생활 이외의 것들도 많이 하고 싶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자퇴했지만 그 이유 중 하나의 큰 원인은 두려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공부를 잘했다. 선생님은 내가 명문대도 갈 수 있다고 했고, 나도 그냥 공부 잘하는 나의 모습에 만족하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을 지나가면서 공부가 많이 어려워지고 친구관계, 게임 등으로 공부를 안 하다 보니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성적이 떨어지게 되니, 뭔가 선생님들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안 좋아지, 친구들은 은근히 날 무시하는 거 같고, 나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그게 너무 두려웠다.

 

공부를 하기가 너무 싫어지고 시험성적은 계속 떨어지니 불안해졌다. 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은 막연하게 엄청 컸다. 안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은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것 같았고, 그런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게 너무 두려웠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그렇게 학교를 나오고 많은 경험, 특히 공장에서 일한 경험과 사회생활을 통해 대학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고졸의 한계는 너무나도 크고 명확했다. 그렇게 25살의 나이에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6년 전에 느꼈던 불안감과 지금의 불안감은 98% 일치한다.

 

그래도 내가 여러 경험을 하면서 조금은 성장했는지 그 불안감을 대하는 데서 6년 전과 2% 정도의 차이점은 존재한다. 예전에는 그냥 도망치려 하고 두려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두려움의 원인을 알려 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속 고민한다. 그러한 6년 전의 두려움과 같은 지금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시험에 관해서 여러 가지 항목으로 분석하고 질문을 던진다. 시험이라는 것이 그렇게나 현대사회에서 중요한가. 다른 나라에서는 시험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가, 시험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한가 등등.

 

우리는 평생 동안 시험에 시달리면서 살아간다.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치는 시험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있고, 거의 다 치는 수능, 그리고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한 시험들, 각종 자격증 등등. 이렇게 시험은 우리 삶의 전반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시험은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 우리나라만 시험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인도, 그 외의 여러 나라에서도 시험이 가지는 위상과 영향력은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시험이 바로 계층이동의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좀 가난하더라도, 좀 못살더라도 시험을 잘 치르게 되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시험 이외의 방법으로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험에 목숨을 건다. 특히 현대사회는 노예제, 봉건제가 아니기 때문에 누가 부와 권력을 가질 것인지 자격을 따질 때 시험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모습을 띤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는 절대시험사회다.

 

다만, 그렇다면 시험이 공정하고 아주 평등하게 사회의 권력을 나누느냐 했을 때, 대답은 NO. 강남 대치동만 봐도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 수준 높은 교육은 많은 돈을 요구한다. 또한 소위 SKY라 불리는 최상위권 대학의 신입생 중 55%이상은 고소득 가구 자녀이다. 즉 입시 성적은 재산에 비례한다. 계층이동의 수단으로 시험이 존재하는 것보다 실상은 계층유지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험의 역할이 더 커진 게 현실이다.

 

시험은 사회적으로 부와 권력을 양분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도 매우 크다. 애초에 본질적으로 시험은 내가 공부하고 익힌 것을 측정하기 위한 것인데 그 영향력이 너무 커지다 보니, 공부를 위한 시험이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율성과 합리성을 따지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가치들은 시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불평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시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잃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한국사회에서 서울대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한국 최고의 대학교, 그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거의 신처럼 우상화된다. 그럼 그 사람들을 가려낸 시험과 그 사람들이 그 시험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과정은 그만큼의 큰 가치를 지닐까?

 

한국에서의 시험은 주로 객관식 5지선다형이다. 의견의 논리성,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정답찾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그 시험에 맞는 패턴을 열심히 익히고, 시험 내용을 최대한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고 암기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사고력이 발달되고 지식이 늘어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현실 문제 해결능력은 배우지 못하고 시험 이외의 다른 가치들, 협동능력이라든지, 창의력 등은 기르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 책에서 나온 데세코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수능 9등급을 받는 학생이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보다 시험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등이 더 뛰어났다. , ‘시험은 우리를 평가하고 나타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시험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수능시험, 각종 자격증시험 기타 시험 등이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일을 수행할 자격과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험은 효율적이고 시행하는 것이 맞다. 다만 시험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사회적 불평등, 다양한 교육적 가치, 인간의 존엄성 등은 고려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결국 이런 절대시험 사회는 사회가 더 성숙해지기 위한 필요한 가치가 배제돼서, 사회가 더 다양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을 가로막는다.

 

내가 어찌 됐든, 시험이 아주 큰 위상을 갖고 있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시험이라는 것을 아주 외면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시험을 잘 준비하고 그 속에서 내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시험은 절대 나를 대변하지 않고 아주 일부분만 나타내는 것이므로, 내가 그 시험에 떨어지든지, 못 치든지 하더라도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는 정도로 시험을 이용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시대가 많이 변화할 것인데 현재의 시험시스템은 변화하는 세상에 있어서 많이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지금의 시험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다른 가치들이 미래에는 더 중요한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소통능력 등등 내가 필요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험이 사회적 불평등을 유지시키고, 확산시키고 많은 사회의 낭비를 생산해내는 만큼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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