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발전산업의 ‘은밀한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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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산업의 민영화는 2002년 발전노동자의 파업 등으로 잠잠해졌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발전산업의 민영화는 상당히 진행됐다. 2021년 기준 민간발전은 설비용량의 33%, 발전량의 20%를 돌파했다. 2002년 당시만 해도 거의 0에 가깝던 민간발전이 이젠 무시 못할 수준으로 올라왔다.
'은밀한 민영화’
2002년 이후 정부는 ‘발전소를 매각하는 방식의 민영화’는 중단했지만 발전회사가 독점으로 운영하던 발전산업을 민간자본에 개방했다. 소위 ‘은밀한 민영화’를 진행했다. 반면 발전공기업은 SPC(Special Purpose Company, 특수목적법인) 방식이 아니면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신규사업을 억제했다(SPC 발전사업은 결국 민자발전이다). 민간발전은 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스공사가 대부분의 LNG 수입을 책임졌지만 민간발전이 늘어나면서 민간자본에 의한 LNG 직수입도 2005년 1.4%에서 2020년 22.4%까지 크게 올랐다.
석탄발전소에까지 뻗친 ‘은밀한 민영화’
민간에 허용된 발전산업은 재생에너지나 LNG발전에 그치지 않고 석탄발전소에까지 뻗쳤다. 민간자본에 할당된 석탄발전소 용량은 총 7GW(원자력발전 7기에 해당)이고 총공사비는 17조에 이른다. 모두 삼성, 포스코, SK 같은 거대 자본이 수주했다. 석탄발전소를 민간기업이 수주하는 것 자체도 큰 특혜지만 기후위기로 석탄발전소 폐지가 한창이던 상황에 허가된 것이라 더욱 놀랍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의 석탄발전소는 연장 없이 혹은 조기에 폐쇄하고 더 이상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7GW의 석탄발전소는 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다. 탄소중립보다도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달갑지만은 않은 민간 주도의 재생에너지 증가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6.41%이다.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은 3.87%이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재생에너지가 생산돼야 한다. 최근 해상풍력 허가가 이어지면서 2050 탄소중립 중간목표라고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풍력발전이 민간자본(해외자본)에 의해서 건설되고 있다. 덴마크의 오스테드,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 세계 수위의 석유기업인 쉘, 한국의 코엔스와 스웨덴 헥시콘AB의 합작회사인 코엔스헥시콘, 맥쿼리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 세계 6대 석유기업인 토탈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발전이 늘어날수록 노동자민중의 전기요금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확대비용은 전기요금에서 충당되고 있었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 2001년 10월 ~ 2011년 12월)를 운영할 때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요금의 3.7%)을 소비자에게 부과했고 현재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2012년 1월 ~) 비용은 기후환경요금(전기요금의 약 4.9%)을 부과해 충당하고 있다.
2021년 7월 28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1 가중치가 변경되어 해상풍력 사업의 기본 가중치가 2.5로 대폭 상향되었고, 최대 4.9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 해상풍력으로 1kWh의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2.5~4.9개의 REC가 발급되는 것이다. 해상풍력이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에는 REC 가중치 변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사라지는 일자리’
석탄발전소 폐쇄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석탄발전소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는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발전소 폐쇄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서천 1·2호기, 영동 1·2호기, 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 등이 폐쇄하면서 하청업체 노동자 667명 중 39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12월 31일 폐쇄한 호남 1·2호기에선 12명, 올해 1월 31일 폐쇄한 울산 4~6호기에선 20명이 계약 해지를 당했다.
2034년까지 총 30기(15.3GW)를 폐쇄할 예정이지만 NDC(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2를 26.3%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면 석탄발전소 폐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 해고는 눈에 보듯 훤하다. 또한 지금까지는 무사했던 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도 장담하지 못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노동자들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다는 구실로 자본의 배만 불려주고 노동자는 희생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 석탄발전소 폐쇄로 단 한 명의 노동자도 해고돼선 안 되고 지역주민의 희생이 따라서도 안 된다. 그 첫 출발은 자본가만 살찌우는 민간 주도의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공공주도의 에너지 전환이어야 한다.
후주
1.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 RPS와 함께 도입된 제도로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1MWh의 전기를 생산하면 한국에너지공단이 1REC를 발급받는다. RPS 공급의무대상 기업은 자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자신이 할당받은 양만큼의 REC를 발급받고, 부족한 양은 외부 인증서 거래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2. 탄소중립기본법(2022년 3월 25일 시행) 제8조제1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라고 명기했고 동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40퍼센트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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