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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저임금 투쟁 새판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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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모임 조회 2,638회 2022-06-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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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장투쟁 복원과 계급적 연대 실현을 위한 전국노동자모임>(약칭 전국모임’)현장투쟁 복원을 통해 교섭주의, 관료주의를 넘어서며, 사업장을 뛰어넘는 계급적 연대를 실천하고자 하는 현장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 모임이다. 전국모임은 지난 2일 온라인 소식지 1호를 발행했다. 아래 기사는 1호 소식지에 실렸던 최저임금 관련 기사를 전국모임 동지들의 동의를 얻어 옮겨 게재하는 것이다. 전국모임 동지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모든 화물노동자에게 안전운임제를 적용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뜨거운 투쟁을 벌이고 있듯이, 조직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을 대변해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나설 때 가슴 뛰는 최저임금 투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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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투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싸우는 당사자인 민주노총이 얼마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지가 없다.

 

올해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150만원 받고도 일할 사람 많다고 내지르자 혹시 올해 최저임금 깎이는 거 아니에요? 민주노총이 정말 잘 해줘야 합니다라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근심어린 전화를 받곤 한다.

 

그렇다. 정말 민주노총이 350만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결정할 최저임금 투쟁에서 제 역할과 몫을 다해 줘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지금 최저임금 투쟁에서 길을 잃은 듯이 보인다. 특히 올 최저임금 투쟁의 정세적 긴박성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은 국정연설에서 노동시간 유연화,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을 중심으로 노동개악 공세를 예고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변화를 뜻한다. 그간 일한 만큼의 임금을 말할 때 일한 만큼은 노동시간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노동시간이 아니라 직무의 질 즉, 노동의 질을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위안조차 임금으로 귀천을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선포에 흔들릴 위기다.

 

이미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원청과 하청,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져 고착된 지 오래다.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는 4배까지 벌어질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공격은 노동시간의 결정권을 자본에게 넘겨 비용절감과 임금억제를 도모하는 데 맞춰져 있다. 따라서 올 최임 투쟁은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는 정권과 우리가 맞닥뜨린 최전선이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최저임금 요구액조차 유실했다. 정권 초반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워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이란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렛대로 융탄폭격을 퍼부은 자본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최임 투쟁의 고지에서 밀렸다. 그 여파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막아내지 못했고 자신감도 잃었다. 그 후 최저임금 투쟁에서 전면전을 피하며 소극적인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을 전면에 내걸고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며 노동자 계급의 기대를 모았던 민주노총이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액을 전면에 내걸면 욕먹을까 요구액조차 꺼내 들지 못하고 있다. 몇 년째 트라우마에 가까운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새판을 짜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최저임금 요구액을 내걸고 요구를 중심으로 싸워야 한다.

 

교섭의 기본은 요구안이다. 임금인상 요구액 없는 임금교섭이 있나? 요구액의 기준은 표준생계비를 근거로 산출하면 된다. 최저임금으로 자신의 급여가 결정되는 노동자들은 자신을 대표해 임금교섭에 나서는 민주노총의 요구액이 무엇인지 알아야 단결하고 스스로 실천한다. 대폭 인상이란 애매한 구호는 요구가 아니다.

 

나날이 뛰는 물가폭등으로 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의 분위기는 충분하다. 노동자는 불만을 요구로 만들고,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한다는 명제를 상기하자.

 

둘째, 최저임금 투쟁은 이데올로기 투쟁이다.

 

저들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귀족이라 윽박지르고, 최저임금에 생계가 달린 노동자를 향해서는 자영업자 다 죽는다고 겁박한다. 자본가계급은 비열할 만큼 치열하게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왜 노동자의 생존과 권리가 달린 이 투쟁에서 치열하게 노동자계급의 이데올로기를 펼치지 못하는가?

 

사회적 여론이란 그물에 갇혀 눈치 볼 때가 아니다.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평등이라고, 한 달 벌어도 보름 먹기 힘든 사회는 망한 세상이라고, 노동의 가치를 빼앗지 말고 보장하라고 소리 높여야 한다. 자본의 겁박이 판치게 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믿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아우성치게 해야 한다.

 

셋째, 민주노총은 전 조직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에 나서야 한다.

 

임금 양극화가 심각하다. 최저임금은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 노조 없는 노동자들의 임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본가들의 공격은 바로 이 벌어진 양극화의 틈새를 날카롭게 치고 들어온다. ‘민주노총 = 고임금 노동자노조 없는 저임금 노동자란 구도는 오랫동안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인 임금과 고용에서의 갈라치기를 넘어서야 한다.

 

민주노총이 전 조직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에 나설 때 계급대표성도 높아지고, 계급적 단결의 가능성도 열린다. 모든 가맹과 산하 조직은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 인상투쟁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넷째,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접 나서 최임 투쟁에 화력을 모으자!

 

민주노총의 올 최저임금 투쟁은 흐릿하고 건조하다. 기조는 수세적이며, 실천 계획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중심의 몇 차례 결의대회가 잡혔을 뿐이다. 애써 잡았으나 궁색함이 느껴지는 계획을 보면 있던 열정조차 식는 기분이다.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최저임금 투쟁을 직접 진두지휘하면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최임투쟁에 대한 민주노총의 역할과 책임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대응하겠다는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무방어전 같은 최저임금 투쟁이 아니라 막힌 숨통을 틔우는 가슴 뛰는 최저임금 투쟁을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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