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옥포조선소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인터뷰 - “물방울이 돌을 뚫으며, 이심전심이 계급성이고, 가까이 있어야 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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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가 요동치고 있다. 자본은 LNG선 등 수주 호황을 맞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싶지만, 조선소를 썰물처럼 빠져나간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자본은 조선산업 위기 국면에서 수만 노동자들을 가차 없이 해고했다. 조선소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를 삭감해 극심한 생계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노동자들이 조선소를 외면하는 건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며 생존권을 짓밟은 자본에 대한 복수다. 지금도 하청노동자들의 30% 임금인상 요구를 무시하는 자본의 자업자득이다.
지난 수년 동안 혹독한 시기를 겪어온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작년부터 전투적 파업을 시작했다.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집단적 자신감을 쌓으며 다음 투쟁에 필요한 대중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해냈다. 올해 4월 자본은 파업의 예봉을 꺾으려고 도장업체 100명 해고 통보로 선제공격했다. 이에 맞서 곧바로 하청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1,000여 하청노동자 8일 전면파업에 자본은 집단해고를 철회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4월 1차 파업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다음 목표인 30%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2차 파업을 준비하며 투쟁 의지를 다져왔다. 작은 파도가 모여 더 큰 파도를 이루며 자본을 집어삼킬 듯, 거침없이 전진하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지금 하청노동자들은 투쟁의 자신감과 용기를 드높이고 있지만, 자본은 하청노동자 파업에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다.
6월 2일 2차 파업을 하루 앞둔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김형수 동지의 얘기를 들어봤다.
4월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파업이 있었다. 30% 임금인상 요구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노동자들의 요구를 연상하게 한다. 임금인상 30%가 하청노동자들의 전반적 호응을 받고 파업으로 이어지게 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조선산업의 위기가 왔고 정부는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노동자들, 특히 하청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고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방만한 경영과 비리로 얼룩진 조선업 위기는 그렇게 또다시 노동자계급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본의 더러운 야만을 유지시켰다. 거제에서만 3만 명이 넘는 하청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그나마 일자리를 지킨 하청업체 상용직 노동자들은 상여금 550%를 삭감당하고, 일당노동자들은 일당과 각종 수당을 강제 삭감당했다.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야만의 현장에서 최저 수준의 고통스러운 삶을 유지하며 살았다.
그렇게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2017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흑자로 돌아서면 빼앗은 것을 돌려주겠다던 하청노동자 임금은 자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대우조선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조선소 숙련공 노동자들은 또다시 건설과 플랜트 현장으로 떠났다.
2022년 현재 조선소는 숙련공 부족으로 수주받은 물량을 생산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지경에 와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수주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주52시간제를 풀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중노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더러운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그에 반해 하청노동자들은 2019년 2월 1차 파워공 투쟁을 기점으로 조선하청지회가 현장의 인지도를 쌓아갔고 그 후 차근차근 조선하청지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반격의 시간을 준비해 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투쟁이 주춤했으나 자본의 공격을 받은 노동자들은 투쟁을 선택했고, 조선하청지회는 그 투쟁들에 깊이 결합하며 현장에 더 깊게 뿌리를 내려갔다. 그리고 현재는 2021년 23일간의 파워공 투쟁을 기점으로 하청노동자 대규모 조직화를 위한 투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파워공 투쟁 이후 바로 9개 도장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파업권(한 곳은 폐업 후 2022년 파업권 재확보)을 획득했다. 2022년에는 탑재, 발판, 조립, 의장 13개 업체가 단체교섭을 진행해 현재 21개 업체의 조합원이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조립업체 한 곳이 파업권 확보를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 중에 있다. 21곳의 업체에서 파업권을 가졌지만, 21곳에 소속된 모든 하청노동자들이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노동조합 가입을 위한 현장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2년 하청노동자 대규모 파업 투쟁을 위해 2021년 말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2,110명의 하청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해 임금인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임금을 3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장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6년부터 삭감당한 임금이 30% 정도였다는 것을 연말정산 내역으로 알 수 있었다.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는 이유 없는 요구가 아니라 이유와 명분이 분명한 요구였음이 확인되었다. 결국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사실 임금인상이 아니라 임금회복 요구인 것이다.
도장업체들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아웃소싱을 추진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가. 자본이 해고 당일이 지난 5월 2일 재계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런 공격을 업체가 추진하게 된 이유가 있다. 사실 도장공들은 시급제보다 일당제를 선호한다. 그런 사실을 아는 업체장들이 재계약 문제가 걸린 도장공을 상대로 시급제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단기계약인 일당제 아웃소싱업체로 가라는 식으로 노동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실제 일부가 아웃소싱으로 넘어갔지만 대부분 노동자들이 일당공은 선호해도 아웃소싱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조건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도장업체는 사회적 지탄을 감수하며 해고 공격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근본적 이유는 이번에 1년 단위 계약을 한 번 더 하게 되면 대부분의 도장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하게 되고,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들이 더 높아질 것이므로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조선하청지회를 흔들어 준비 중인 임금인상투쟁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2021년 파워공 투쟁 당시, 하청지회 파업으로 생긴 손실에 대해 원청이 지원해주기로 했으나 제대로 지원되지 않자, 하청업체장들이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건드려 자신들의 고충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지회는 그 의도를 알면서도 투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한 명의 재계약 거부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가지고 2도크 진수를 막았고 결국 업체는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30% 임금인상과 도장부 아웃소싱에 맞선 파업의 시작과 전개 양상, 규모와 전술, 마무리 과정 등 파업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보여준 열기와 역동성은 어떻게 드러났는가?
4월 30일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지회는 해당 사업장 7곳에 4월 13일 공문을 보내 4월 20일까지 재계약에 대한 사측의 입장을 내라고 요구했다. 사측이 20일까지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을 대비해 20일 저녁 집행부와 대의원, 업체별 조합원대표(확대간부)들을 미리 소집해 두었고, 예상대로 사측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20일 회의에서 집행위가 사전 논의해 둔 투쟁계획을 제안해 논의를 거쳐 4월 25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는 결의를 했다.
파업 첫날 조합원 3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비조합원은 집에서 쉬거나 회사 탈의실에서 대기하는 등 투쟁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리고 일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확인되면 찾아가서(현장감시단) 동참을 호소하거나, 불안전작업이 확인되면 작업 중지를 걸어 작업을 하지 않게 하는 등의 파업투쟁을 진행했다. 파업투쟁 이틀째부터는 파업대오가 4~500명으로 늘어나고 도장 생산 공정 90%가 멈추는 위력적인 파업이 전개되었다. 어떤 업체는 공정진행률 0%로 바닥을 쳤다.
4월 27일 12시 민주광장에서 하청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이날 집회에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해 약 800~1,000여 명이 참여해 집단적 힘을 발산했다. 28일부터는 2도크 게이트 앞에서 100여 명이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파업은 탑재, 발판, 조립, 의장으로 확산되었고, 도장부 터치업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파업대오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켰다. 4월 파업은 동료들의 고용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의식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투쟁했다. 하청노동자들의 전면파업 앞에, 업체는 5월 2일 해고 통보를 철회하고 재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않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파업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또한 방어적 투쟁이다 보니 투쟁 과정에서 지회와 현장 간에 소통의 문제가 생겨 진통이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지회장을 비롯해 집행부가 사과하고 수련회 등을 통해 조직정비 과정을 거쳤다. 조선하청지회는 1차 파업을 통해 고용을 지켰고, 2차 파업을 통해 30%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체결로 나아갈 것이다.
자본가정부는 조선소 인력난을 해소한다며, 조선업 자본을 위한 정책인 이주노동자 확대 투입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자본의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앞에서 얘기했지만 조선업 위기국면에서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쫓아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떠나지 못한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임금과 수당을 삭감해 고통을 강요했다. 이것이 노동자들이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이며, 자본이 인력난을 겪는 주요 원인이다.
이에 조선하청지회, 조선업 전문가, 심지어 거제시까지 조선소를 떠나간 노동자들이 돌아와서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지난 시기 빼앗아 간 임금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길밖에 없다고 거듭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대우조선은 주요한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그 큰 문제를 유발하는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것은 암 덩어리는 그대로 놔두고 종기만 없애는 한심한 일이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자본에게 기대할 것은 없으며,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생존권을 쟁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주노동자 도입은 공사 기간을 단축해 저임금으로 이윤을 뽑아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또한 저임금 이주노동자를 투입해 정주노동자의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임금인상 요구를 묵살하려는 의도가 있다. 정주노동자의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들이 서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면, 결국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주노동자와 하청 정주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정주노동자의 임금은 이주노동자 도입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사실은 정주노동자의 임금은 투쟁해서 쟁취하느냐, 아니면 투쟁하지 않고 정부와 자본의 논리에 밀려 임금삭감과 저임금을 강요당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이주노동자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여러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 도입을 반대하는 것도 봤다.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는 하나’라는 노동자의식의 성장을 통해 해결될 것이며, 조선하청지회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파업과 전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울산, 목포 등 여러 조선소 노동자들이 동지들의 투쟁 승리를 기원하며 ‘우리도 대우조선처럼’을 희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다른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세상의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하는 일이 절대 안 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일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냐가 문제로 남는다.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노동자들을 계급적으로 단련시켜 조직화로 이어지게 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주기적으로 투여되는 일인 것 같다. 특히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경우 넓은 공장과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조직화의 어려움은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의미다. 관념적이지 않고 자연 현상을 그대로 옮겨 만든 사자성어다. 조선하청지회 출범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조직사업을 하면 끝까지 한다는 결심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해 오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집행부 회의를 한다는, 사소한 일 같지만 쉽지만은 않은 실천적 과제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실천과제 중 하나가 중식 선전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중식 선전을 하자는 계획을 갖고 실천해 오고 있다. 일정이 너무 많아서 쉬어가자고 해도 이제는 간부 동지들이 ‘우리가 쉬면 현장의 노동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소수라도 꼭 하자’고 한다. 우리들의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이 노동자들의 가슴에 닿을 때 비로소 조직화의 가능성은 0%에서 1%가 된다고 생각한다.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단결을 이루어 낼 수 있는가? 신뢰가 없이는 단결하지 못한다. 그럼 신뢰를 어떻게 갖고 할 수 있는가? 이심전심이 생겨야 한다. 이심전심은 어떻게 생기게 할 수 있나? 가까이 있어야 한다. 몸이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다. 언제나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 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1%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심전심이 계급성이고 가까이 있는 것이 동지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활동이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군가 옆에 있을 것이고 그 누군가의 옆에 또 누군가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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