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하지 말아야 할 크레인이 작동했다 - 동국제강 고(故) 이동우 하청노동자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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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크레인의 브레이크 및 감속기 교체작업을 하러 올라간 노동자는 안전대 후크를 케이블릴(회전체)에 걸었다. 크레인이 작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작동해서도 안 됐다. 그러나 크레인은 작동했고, 회전하는 케이블릴에 감긴 안전대에 노동자가 같이 감겼다.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고(故) 이동우 하청노동자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왜 안전대를 거기에 걸었는지 모르겠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사고를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 왜 걸었냐고? 안전하게 걸 수 있는 다른 마땅한 곳이 없었을 것이고, 크레인이 ‘절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크레인이 왜 작동했는지, 왜 크레인이 작동될 정도로 관리감독이 부실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안전관리자와 신호수를 배치하고 크레인 전원을 차단했어야 했다. 작업계획 및 안전작업허가서에 따라 작업자가 배치되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감독 했어야 한다. 이는 동국제강의 의무였지만 하지 않았다.
고(故) 김용균의 죽음 앞에서 태안화력 관계자들도 “점검구 안에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성과물이 없다”, “그렇게 일하는지 몰랐다”, “사고 원인을 모르겠다”고 지껄였다. 자본가들은 기업살인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의 탓으로 돌린다.
동국제강 공동대표이사는 사고가 난 지 8일 만에 장례식장을 찾아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도리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일 만에 동국제강이 보내온 합의서는 기가 막혔다. 대표이사의 사과는커녕 보상도 사고에 대한 책임 때문이 아니라 유족의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마저도 동국제강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에 사인해야만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로 볼 때 2018년부터 5년 동안 동국제강에서 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 나간 것은 우연이나 사고가 아니다. 예정된 기업 살인이었다.
똑같은 죽음의 반복
고(故) 이동우 노동자는 동국제강의 크레인 정비업무를 맡은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천정크레인 운전은 다른 하청업체가 맡았고, 지상크레인도 별도 업체였다. 동국제강의 관리감독도 없는 상태에서 서로 다른 하청업체가 작업을 하는 와중에 제대로 소통이 될 수가 없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김 군도 하청노동자로 당시 서울지하철공사와 몇 단계의 소통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웠고, 지하철은 멈추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분사를 통해 자회사 현대모스를 만들어 크레인 운전 및 정비업무를 넘겼다. 여기서 크레인 정비 업무는 또다시 하청으로 넘겨졌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크레인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22년 3월 현대중공업은 현대모스를 다시 통합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의 원인이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단계 하청구조는 죽음의 외주화다. 자본가들에겐 노동자 목숨보다 이윤이 우선이고 안전에 투자하는 것은 비용일 뿐이다. 안전에 투자할 바에는 하청업체로 넘겨버린다. 동국제강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은 7조2천4백억에 영업이익 8천억, 순이익 5,586억을 기록했다. 돈이 없어서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안전에 투자하지 않아도, 노동자가 죽어도 책임을 피할 수 있고, 솜방망이 처벌이 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노동건강연대>는 매월 언론에 보도된 노동자의 죽음을 조사하여 ‘이달의 기업살인’을 발표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1월 68명, 2월 51명, 3월 68명, 4월 74명 총 26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월 29일 3명의 노동자가 매몰돼 사망한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기업이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삼표산업에 대해 10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고, 이 중 60건은 사법조치, 39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8,000만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고용노동청은 삼표산업 대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현장소장 등에 대해서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5월 3일 의정부지방법원은 이마저도 기각했다. 지난 2월, 16명의 급성 중독 사고를 일으킨 창원의 두성산업 대표에 대해 중재대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자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책임자의 범위’, ‘준수 의무’ 등이 모호하다며 과잉처벌의 우려, 경영 의지 위축 등을 제기해왔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언급해왔고, 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는 ‘불명확성 해소’라는 표현으로 개악의 뜻을 담았다. 5월 14일 언론에 보도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올해 안에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악을 먼저 시도하고, 법개정은 2024년 총선 이후로 예정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노조도 없는 사업장 유족들의 투쟁
동국제강 원청에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었지만, 유족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고인이 일했던 하청업체 ㈜창우이엔씨에는 노조도 없다. 포항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족들은 4월 13일 서울 동국제강 본사로 올라왔다. 4월 19일부터는 본사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고인 사망의 구조적 원인 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책임자 처벌,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 중에서 유족이 합의를 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유일한 투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동국제강이 사과하고, 책임지도록 만드는 것은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처벌의 사례를 만들어가는 데에서 중요하다.
매주 화요일 11시 30분, 유족과 <지원모임>은 동국제강 포위 선전전을 진행한다. 매주 금요일 18시 30분 추모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과 유족들의 싸움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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