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여성노동자가 살해됐다 - 국가도 법원도 서울교통공사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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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신당역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에서 여성노동자가 무참히 살해됐다. 가해자는 ‘좋은 사람’으로 불렸다는 입사동기 남성이었다. 가해자는 2019년부터 줄기차게 이 여성을 스토킹했다. 피해자가 그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로도 계속된 스토킹으로 2차 고소를 진행했으나, 이번엔 경찰에서 영장청구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는 1개월에 그쳤다.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직위해제만 했을 뿐, 가해자가 회사 인트라넷에 들어와 피해자의 근무 동선을 알 수 있게 방치했다. 다른 사람의 정보에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가해자가 아주 쉽게 피해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끝내 피해자 여성은 근무 중 일터에서 살해당했다.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에 눈 감은 국가, 두려움의 시간에서 벗어나고픈 여성의 호소를 무시한 법원,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는 방치한 채 이윤논리에 경도돼 인력만 감축해온 서울교통공사 모두 신당역 여성살해의 공범이다.
공범
2021년 8월 여성가족부가 뒤늦게 조용히 게시한 여성폭력실태 조사에 의하면 57.8%가 여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80%가 여성이다. 한국여성의 전화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만 최소 83명,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260명이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후 6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여성가족부 장관은 재발을 방지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국무총리는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해 장관이 됐다고 말한 사람의 말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정부의 행태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법원 역시 마찬가지다. 스토킹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전조범죄’다. 그런데 이번에도 법원은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구속을 기각시켰다. 법원은 항상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초범, 반성, 심신미약, 합의여부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감형시켜주는 자비로움을 보이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일터는 여전히 위험하다
서울교통공사가 자사의 반인권적인 성폭력 조치로 지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성폭력으로 징계 받은 관리자를 피해 여성노동자의 인접 근무지로 발령을 내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그 뒤에는 공사가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고 후속조치를 요구해온 피해자의 동향을 감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공사는 그 뒤에라도 제대로 된 조치를 도입해 직장 내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2020년에도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5명 중 1명이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보고들은 적이 있다고 답할 만큼 직장 내 성폭력은 계속됐다. 그리고 이 같은 서울교통공사의 직무유기 속에서 이번에는 여성노동자의 목숨까지 희생된 것이다.
더구나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자의 안전은 무시한 채 그동안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인력을 감축했다. 역·기술을 통합운영하고, 외주화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경영혁신’을 들먹이며 노동자 쥐어짜기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사는 노동자가 죽지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장은 안전할 수 없다. 사건 당일에도 역무직인 여성노동자는 나홀로 순찰을 돌던 중 살해됐다.
비용절감만 앞세우는 서울교통공사와 정부가 이 같은 여성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리 만무하다. 단결과 투쟁을 위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이 나서야 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억압과 차별을 끊어내는 데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때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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