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꼼수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민 플랫폼’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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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하늘색 조끼를 입은 전국의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MBK 앞에 모였다. ‘국민 플랫폼’ 기업이라 불리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악명높은 투기자본 MBK에 매각하려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T 앱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자회사로 대리운전, 호출 택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 명, 월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에 달하는 그야말로 ‘국민 플랫폼’이다. 2021년 4,42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독 한국에서는 우버, 허츠와 같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관련 법제도 정비가 덜 된 탓도 있다. 그 사이 카카오가 국내 시장을 독점했다. 사실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상륙을 막고, 국내 기업인 카카오에게 시장 독점을 밀어줬다고도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은 어디로?
대리운전 시장은 소규모 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해있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리 없었다. 그래서 2016년 카카오는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리운전 시장을 정상화하고,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시장에 안착하자마자 대리운전 노동자들에게 20% 수수료를 챙기는 것 이외에도 ‘프로서비스’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불법적인 사납금제를 통해 택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던 택시업계에 진출한 카카오는 택시업체들을 인수하여 케이엠1, 케이엠2, 케이엠3…과 같은 자회사를 만들거나 법인 택시들을 가맹회사로 끌어들여 택시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최저임금 노동자로 만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프로멤버십’이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강요하며 엄청난 이윤을 챙겨왔다.
결국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한 금산분리 위반, 택시와 대리운전에서의 유료 프로그램 등의 문제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세 번이나 불려 나가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 카카오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중노위의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판정도 거부하던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노조와 교섭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매각은 사회적 책임 회피용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5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어 TPG컨소시엄(TPG, 한국투자파트너스, 오릭스)이 24%, 미국계 칼라일 그룹이 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57.5%의 지분 중에서 40%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MBK와 협상에 나섰다. 카카오는 단순한 지분 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최대 주주 지위를 넘겨주고 2대 주주 또는 3대 주주로 내려앉는 것이다. 시민들이 제공한 데이터와 플랫폼 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써 몸집을 부풀리고 기업가치를 올린 카카오는 매각을 통해서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 사회적 책임의 핵심은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카카오 매각 협상 소식이 알려지자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연구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화섬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온)의 문을 두드렸다. 단시간에 70%가 넘는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여 카카오 계열사 최초의 과반수 노조가 되었다.
카카오의 대리운전, 택시, 웹툰작가 노동자들은 카카오지회와 매각 반대 공동대응에 나섰다. 생전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노동자들을 플랫폼 자본이 한데 모이게 만들었다. 매각 반대 기자회견장이 비좁을 정도로 언론사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결국 대리운전노조의 집회가 예정돼있던 7월 25일 오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에 매각 유보를 요청했다. 카카오도 이를 수용했다. 카카오 관련 노동자들의 반발과 사회적 여론의 눈치를 보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카카오의 목적은 매각 그 자체라기보다는 사회적 책임,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각은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고, 매각이 아니더라도 자회사 설립 등 다른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의도와는 달리 매각 시도로 인해 카카오 관련 노동자들이 결집하고 공동대응을 강화하게 됐다. 카카오 관련 플랫폼 노동자들의 다음 발걸음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 확대와 투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것,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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