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신음하는 전 지구가 요구한다, 노동자가 세상을 운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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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인사이트는 이달 들어 ‘기후변화 특별기획 4부작 - 붉게 타오르는 지구의 마지막 경고’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 중이다. 1편 ‘엔드 게임 1.5℃’(https://youtu.be/0a7y1DEuASM)를 포함해 4부작 모두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니 못 본 동지들 모두 꼭 시청해보길 권한다.
이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공포감을 드러낸다. 거대 산불로 일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극단적인 폭우에 지하철 객차 안으로 턱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의 공포, 가뭄으로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진 경작지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와 연관된 절망스러운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다. 2021년만 놓고 보더라도,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서 50℃를 넘나드는 살인적 폭염, 독일과 벨기에에서 100년 만의 홍수, 아프리카의 대가뭄이 연달았고, 최근엔 미국 동부에서 엄청난 홍수가 발생했다. (관련기사 : <50도가 넘는 북미, 지구 곳곳의 기후위기, 그리고 우주여행을 떠나는 최고 자본가>)
기후변화가 이제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체감할 만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앙이 됐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상황이다.
IPCC 6차 보고서의 분석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상 이변은 명백하게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지난 제54차 총회(7. 26. ~ 8. 6.)에서 승인한 <IPCC AR6(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최근의 극단적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의 산물임을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AR5(제5차 평가보고서, 2013) 이후 새롭게 관측된 사실과 진보된 과학기술을 이용해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 향후 전망을 한층 더 정밀하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 지구온난화 증가에 따라 극한현상 변화는 더욱 커지는데, △ 지구온난화가 0.5℃ 증가할 때마다 극한 고온(폭염 등), 호우, 일부 지역 내 농업·생태학적 가뭄의 강도와 빈도가 두드러지게 증가하며, △ 특히 지구온난화가 평균기온 1.5℃ 상승으로 제한되는 경우에도 전례 없는 극한현상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 한다(B.2).
이는 지구온난화가 가속될수록 지구 물 순환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온난한 기후는 지표면의 수분 증발량을 높이고, 대기에 모인 다량의 수증기는 특정 지역에서 물 폭탄으로 떨어진다. 위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1℃ 증가할 때마다 전 세계의 일일 강수 극한현상이 7% 정도 강해진다고 예측한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지역적 특성을 띠고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재 극 지방의 기온 상승폭이 저위도 지대보다 훨씬 높은 것과 관련되는데, 전 지구적 열교환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대기순환이 지역별로 정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서는 평균 강수량 감소 및 건조도 증가로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날씨로 변화하고(대가뭄), 또 다른 지역에서는 폭풍과 홍수가 강해지고 빈번하게 된다(C.2.). 나아가 IPCC 보고서는 많은 지역에서 기상 복합 현상의 가능성이 증가하며, 특히 폭염과 가뭄의 동시발생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IPCC AR6(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온 상승폭이 1.5℃로 제한되더라도, 홍수의 빈도는 지금보다 1.5배, 강도는 10.5% 증가한다고 예측한다. 식량생산을 위협하는 가뭄 역시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로 제한되더라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발생될 것이라 한다.
기후위기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계급은 누구인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자료를 분석해, 올해 6~8월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홍수·폭염·산불로 발생한 사망자 수가 4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미국인 3명 중 1명은 기상 이변으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거주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 앞에 누구도 안전지대에 있을 수 없음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내막을 들여다 보면, 기상이변 역시 자본주의 계급질서에 따라 철저하게 차별적으로 적용됨을 확인하게 된다.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노동자 민중에게는 생존권 위기로, 극소수 거대 자본가들에게는 자산 증식의 기회로 발현된 것처럼 말이다.
4일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29일 미 남부 루이지애나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아이다가 ‘두 개의 루이지애나’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부자 도시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 피해 이후 값비싼 제방과 배수시설을 설치해 홍수 범람을 최소화했으나, 저소득층이 살고 있는 소도시 라로즈는 낮은 제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수일간 물에 잠겨 주민들이 배를 타고 집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후재난이 계급에 따라 차별적이라는 것은 뉴욕 홍수 사태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허리케인 아이다는 지난 1일 미 북동부에 상륙해 역대 최악의 폭우를 퍼부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는 183mm의 강수량이 관측됐고, 시간당 강수량도 최대 80mm에 이르렀다고 한다. 뉴욕 시에서만 13명 이상이 숨졌는데 이들 중 11명이 반지하 방에 살던 도시 저소득층이었다. 뉴욕시 퀸스에서 2살 아기와 부모가 숨진 아파트, 86세 할머니가 숨진 아파트는 모두 주거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지하 건축시설이었다고 한다. 식당과 호텔 등에서 일하는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곳이다. 뉴저지에서도 사망자 중 6명은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뉴욕의 사례는 앞으로 들이닥칠 기후위기가 누구보다도 노동자 민중에게 생존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자계급은 당장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후위기 대응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윤이 최우선인 자본가들에게 지구를 맡겨둘 수는 없다
노동자계급이 기후위기 대응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가들을 조금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자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이 인류 공동의 과제라며 흰소리를 늘어놓기 일쑤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이윤 증식이 가능한가 여부일 뿐이다.
19세기 중후반 장시간 노동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투쟁을 두고,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자본가들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자본은 인류는 장차 퇴화할 것이라든가 인류는 결국 사멸해버릴 것이라는 예상에 의해서는 그 실천적 활동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는데, 그것은 마치 지구가 태양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의해서는 자본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 뒷일은 될 대로 되라지! 이것이 모든 자본가와 모든 자본주의국의 표어이다. 그러므로 자본은 사회에 의해 강요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에 대해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육체적・정신적 퇴화, 조기사망, 과도노동의 고통 등에 관한 불평에 대해 자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쾌락(이윤)을 증가시켜 주는데 어째서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가라고.
여기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기후위기로,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퇴화, 조기사망, 과도노동의 고통”을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상실할 수억 명 기후난민의 고통으로 바꿔 읽어보자. 지구 생물체의 대멸종으로 귀결될 재앙이 목전에 있음에도, 자신의 이윤이 최우선인 자본가들은 놀라울 정도로 태연자약하다. 단적으로 2050년에도 석탄발전을 계속하겠다는 것을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하나로 내놓는 문재인 정부의 철면피함을 보라!
사태를 전체적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은 개별 자본가의 선의나 악의 때문은 아니다. 자유경쟁 하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법칙들이 개별 자본가에 대해 외부적인 강제법칙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의 이런 태도가 그들에게 외부적인 강제법칙으로 작용하는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변하는 한국 자본가들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유지해 값싼 전기를 쓰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시진핑이 대변하는 중국 자본가들이 2060년에나 탄소 중립에 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뻔뻔스럽게 꺼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일 지구가 망한대도 자본 사이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다!
다른 한편 그린뉴딜, 녹색 자본주의 운운하며 환경운동가라도 된 양 행세하는 자본가들도 시커먼 속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자본의 새로운 이윤 원천으로, 나아가 경쟁 자본과의 격차를 벌리는 수단쯤으로나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윤 획득이 최우선인 이상 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은 부차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다. 삼림의 탄소 포집능력을 키운다며 멀쩡한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고, 보조금을 노리고 산을 파헤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그들에게서 대체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체제, 지구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자들이 생산을 통제하고 사회의 운영권을 틀어쥐어야 한다. 한마디로 지구와 인류의 구원이 가능할지는 다음의 역사적 과제에 달렸다. 기후재앙에 도달하는 시간보다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획득하는 시간이 더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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