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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가 느슨해진 틈을 파고드는 공단의 도발 - 2라운드 투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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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우 조회 4,852회 2021-12-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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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이하 '민사협')에서 고객센터 업무수행방식을 소속기관고용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직영화, 직접고용 투쟁의 1막이 끝났다. 그러나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빛나는 투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사전협의체 구성에서부터 어깃장을 놓고 있다. 비조합원 대표를 참가시키겠다거나 전문가위원을 자기들 마음대로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내년 3월이면 고객센터 11개 업체가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빨리 전환 협의를 마치고 소속기관을 출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신규 입찰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8113차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투쟁으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공단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위력적인 투쟁은 배치되지 못했다. 공단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도발을 해오는 것이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2라운드 투쟁은 이제 시작돼야 한다.

 

코로나19 한복판에서의 빛나는 투쟁

 

차별과 억압이 강했던 만큼, 그에 맞선 투쟁 역시 뜨겁고 강렬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2월부터 세 차례의 전면파업을 전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드러내며 당당히 싸웠다. 문재인 정부의 사기 행각을 까발리며 가짜 정규직화 정책을 낱낱이 폭로했다.

 

201912월 노조를 조직하고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졌다. 20212월 첫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에 흩어져있던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62차 파업에서는 과감하게 원주 공단본부 로비를 기습 점거했다. 조합원들은 공단 정규직 일부의 비난과 조롱에도 굳건히 로비를 지켜냈고, 밖에서는 식사, 의약품 반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합원들과 연대 단위가 함께 투쟁을 벌였다.

 

공단본부 로비 농성과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투쟁은 순식간에 전국적 초점으로 떠올랐다. 공단은 당황했고, 김용익 이사장은 사용자 단식이라는 기상천외한 짓까지 해야 했다. 결국 공단은 민사협 참여직접 논의 테이블 구성을 약속했다.

 

7월부터의 3차 파업은 거리두기 4단계, 집회 금지 상황에서 전개됐다. 경찰은 723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73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금지하고, 노동자들의 집결을 가로막았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으려 했다.

 

하지만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급경사 비탈을 기어올라서라도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합류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노동존중문재인 정부의 경찰은 그런 노동자들을 막겠다고 방패를 쳐들고 뛰어들어서 비탈 위의 여성 노동자들을 밀치고 잡아당기는 야만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공단 안에서는 비탈을 오르는 동지들을 합류시키기 위해 순식간에 모여서 경찰을 온몸으로 막고, 조합원들을 끌어올려줬다. 지부장 직무대행은 방역을 핑계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는다면 곡기를 끊어서라도 문재인 정부에 맞서겠다며 단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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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결의와 문재인 정부의 야만성을 한눈에 보여줬던 장면이다. [출처 : 건강보험 고객센터 시민대책위]


 

한여름 폭염과 장마 아래서, 경찰의 방해와 탄압 속에서도 문재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 원주에서 청와대까지, 세종시에서 청와대까지 두 차례의 행진을 진행했다. 물집이 터지고 발이 짓무르고 무릎이 꺾여도 발을 뗐고, 몸을 앞으로 밀어냈다. 행진에 참여했던 한 조합원의 다음과 같은 말이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맘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저는 파업하기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노예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파업은 계속되어야 되겠지요. 우리의 정당한 권리가 승리하는 그날까지. 상처투성이인 발이 아물기도 전에 걷고 또 걷는 이유입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경인지회 조합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깊은 차별, 쌓인 분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11개 하청업체들은 모두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서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몰아넣었다. 업체 관리자들은 수시로 콜 실적을 체크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방광염과 소화기 질병을 달고 살았다.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은 10만 원, 20만 원을 더 받기 위해 180~200 콜을 받아야 했다.

 

건강보험공단과 하청업체 간의 계약에 따르면 직접인건비로 책정된 금액 214~215만 원은 전액 노동자들에게 통상임금으로 지급하도록 돼있다. 정부가 2019년 발표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지급됐어야 할 직접인건비의 일부를 빼서 인센티브로 이용했다. 명백한 정부 가이드라인 위반이자 도급계약 위반이지만 공단도, 정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극심한 착취와 차별만큼 분노는 쌓였고,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성장해갔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만나면서 다들 처지가 똑같구나라는 동질감과 연대의식이 자랐다. 공공부문만이 아니라 민간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하고,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내세웠으나 이는 거대한 촛불항쟁을 집권에 이용하기 위한 위장 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중의 지팡이인 줄 알았던 경찰이 사실은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자본가들을 지키는 사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의 두 갈래 길

 

코로나19는 노동자들 속에 무기력을 강요했다. 감염 위험으로 모이기 어렵고, 사회적 비난 여론에 눈치가 보였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해 민주노총이 투쟁을 자제하고 양보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도 있었다. 2020년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의 노사정 야합 시도는 그런 압력에 굴복한 결과였다.

 

코로나19 재난은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덮쳤다. <매일경제> 사설이 얘기했듯이 민주노조운동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소위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길과 취약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면에 걸고 정부와 자본의 책임을 묻는 계급단결 투쟁의 길이 그것이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재난 시기에도 결국 집단적 투쟁과 광범한 연대만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재난이 집중된 미조직,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길은 민주노총의 양보가 아니다. 해고 금지와 생계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등의 요구가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들 자신의 요구가 되도록 만들고 그런 현장의 힘을 바탕으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직접고용도 아닌 것이 자회사도 아닌 소속기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결과는 가짜 정규직, 덩치 큰 용역회사에 불과한 자회사였다. 공공기관의 경우 65%가 자회사로 전환됐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 민사협에서 결정한 소속기관은 생소하다. 건강보험공단은 일산병원과 서울요양원을 소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두 기관의 사례로 살펴보건대 소속기관은 직제, 인사, 임금, 회계가 분리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의 업그레이드 버전쯤 된다.

 

2008년 외주화 되기 전까지 고객센터 업무는 공단이 직접 수행했던 업무고, 현재에도 고객센터와 공단의 업무는 통합적으로 연계돼 있다. 소속기관 방식으로 운영될 이유가 전혀 없다. 비슷한 사례인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객센터를 직접 고용한 것과 비교해도 소속기관 방식은 전혀 근거가 없다.

 

건강보험공단과 고용노동부는 용역과 다름없었던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를 민간위탁으로 규정하고, 정규직 전환 대상 3단계로 분류했다. 업무수행 방식은 민사협 논의를 거쳐야 했고, 논의 결과는 노동부의 승인을 받은 후 노사전협의체 논의를 또 해야 했다. 대부분 민간위탁 분야는 민사협 논의 단계에서 민간위탁 유지를 결정했다.

 

민간위탁 전체 노동자의 0.7%만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런 점에서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가 민간위탁이 아닌 소속기관으로 전환되는 것은 한 단계 전진이긴 하지만, 여전히 직접고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는 명확하다.

 

느슨해진 투쟁의 고삐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끝까지 더 밀어붙일 수 없었을까?

 

811,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4차 파업을 예고하며 현장에 복귀했다. 간부파업과 지명파업으로 원주 공단 본부 앞 농성을 유지하고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단과의 직접 교섭도, 민사협 논의도 지지부진했고 4차 파업은 쉽사리 결정되지 못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투쟁의 국면 전환은 필요했고, 장기 파업 과정에서 이완된 조직력을 추스르는 것도 필요했다. 그러나 민사협 논의를 지켜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투쟁 계획은 쉽사리 제출되지 못했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투쟁 전망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결국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민사협에서 소속기관을 결정하기 직전인 1019~20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전체 조합원 70%의 찬성으로 민사협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민사협이 소속기관을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는 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닌 상황에서 조합원 총회에 민사협의 결정을 수용하는 안을 붙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 투표 결과는 다음날 1021일 민사협 논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조합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2월부터 시작된 장기 파업과 투쟁 속에서 조합원들은 생계 압박을 받았고 피로도가 높아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투쟁을 확대하고, 공단과 정부를 압박할 투쟁 전망을 세우기가 만만치 않았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됐고, 언론은 노동자들을 고립시켰다. 경찰은 50여 명의 간부, 조합원, 연대 단위에게 소환장을 남발하며 압박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의 임기가 연말로 종료되어 이사장 공백 상황이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투쟁에 앞장서 왔던 열성 조합원들은 직접고용 투쟁을 중단하는 것에 반대했다. 원주 본부 농성 과정과 청와대 행진 과정에서 다른 지역 조합원들과의 연결망이 만들어진 열성 조합원들은 서로 현장 분위기를 공유하며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조합원 설명회 때 어떤 내용으로 직접고용 투쟁을 지속하자고 토론할지를 준비했다. 11월 초 여야 대선 후보들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대선국면을 활용해서 정치권을 압박하는 투쟁을 해보자, 10월부터 논의됐고, 실제 11월부터 시행된 위드코로나 국면을 활용해서 투쟁해보자 등 투쟁의 전망을 세우기 위해 고민했다. 투쟁의 전망만 세울 수 있다면 다시 싸울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쟁의 전망은 쉽사리 세워지지 못했다. 열성 조합원들은 분산된 채 세력화되지 못했다. 1019~20일 조합원 총회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지 못했고, 다음 날 민사협의 소속기관 결정과 함께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투쟁의 1막은 그렇게 끝났다.

 

2라운드 투쟁의 과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1222일부터 지회별 순환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인 2라운드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노사전협의체 구성에서부터 어깃장을 놓는 공단의 도발을 응징해야 한다. 그리고 노사전협의체에서 전원 전환 채용 호봉제 등 임금체계 마련 인센티브제 폐지 노동강도 완화(후처리 포함 전화 상담시간 5시간)를 쟁취해야 한다.

 

공단은 전원 전환 채용은 불가하고, 민간위탁 정부 지침이 발표된 2019227일 이후 입사자에 대해서는 시험을 통해 경쟁채용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2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이 배제되지 않는 전원 전환 채용은 물러설 수 없는 요구다.

 

소속기관 출범 시점도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와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12월 말로 끝나는 김용익 이사장 임기 내에 노사전협의체 논의를 완료하고 1월부터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투쟁을 하지 못하고, 1차 목표 시기가 지나고 있다. 그 다음은 업체 계약이 종료되는 3월 말까지 논의를 완료하고 41일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을 2차 목표로 했다. 이 기간에 투쟁력을 최대치로 모으지 못한다면, 지금 공단이 도발하듯이 업체 계약이 연장되거나 신규 입찰이 진행되는 등 소속기관 결정은 됐지만 하릴없이 시간만 끌게 될 수도 있다.

 

또 공단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소속기관은 조직, 직제, 보수, 회계, 인사 등을 분리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여전히 간접운영 여지가 있다. 공단 이사장이 사용자이자 교섭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공단이 직접 사용자 책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못 박아야 한다.

 

조합원들이 투쟁의 주체로 서기

 

2라운드 투쟁이 더 멀리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1라운드 투쟁의 경험을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조합원들이 투쟁의 주체로서 명확히 서야 한다. 핵심적인 투쟁 전술, 특히 파업의 중단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62차 파업은 원주 공단본부 로비 점거농성이 성공하면서 기세를 잡고 진행됐다. 그러나 공단과의 직접 논의 테이블 구성, 고객센터지부의 민사협 참가 보장 약속을 받고 쟁대위는 파업과 로비농성 중단을 결정했다. 언론 보도가 잇따랐고, 성과는 사용자 단식이라는 해괴한 짓을 한 김용익 이사장이 챙겨갔다.

 

6월 파업의 기조는 무기한 전면파업과 로비농성을 핵심 전술로 직접고용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쟁대위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파업과 로비농성 중단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조합원들은 투쟁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전술 결정에서 조합원들은 사실상 배제됐다. 노동자들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조합원들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길이다.

 

특히 가장 열심히 투쟁했던 조합원들의 사기와 에너지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단 로비를 뚫고 들어가고, 원주 농성장을 사수하고, 발이 너덜너덜해지더라도 청와대 행진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정신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투쟁의 전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전투에 걸맞은 폭넓은 연대 건설하기

 

다음은 폭넓은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지난 파업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이 모색되기는 했지만, 상당부분 코로나19 집회 제한에 가로막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투쟁은 공정성 논란에서 보듯이 이미 사회적 전투가 동반되는 투쟁이다. 자본주의적 경쟁과 능력주의를 조장하고 차별과 착취, 비정규직 고용을 정당화하는 공정성 논란에 맞서, 더 폭넓은 비정규직 특히 열악한 민간부문 비정규직과의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

 

민주노총의 조직적 힘을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730, 원주 공단 본부 앞 결의대회와 함께 전국에서 1,800여 명이 참여하는 1인 시위와 온라인시위를 진행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투쟁에 민주노총 조직을 가동한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투쟁을 민주노총 조직 내로 알려내고, 지역과 현장에서 이 투쟁에 실천으로 함께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811일 파업 중단과 함께 민주노총의 조직적 힘을 가동하는 것도 중단됐다.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일부는 노골적으로 직접고용(자회사 포함)을 반대했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1인 시위, 트럭 시위를 나서는가 하면 직접고용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운동 등을 진행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물리적으로 가로막는 구사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탈퇴를 안건으로 하는 총회 소집 서명을 받기도 했다. 명백한 파업파괴 행위, 반노동자적 행위였다.

 

그러나 이들은 공공운수노조 안에서, 민주노총 안에서 조직적으로 제지받지 않았다. 계급적 단결이라는 규율을 강제 받지 않았다. 철도, 지하철, 가스공사 등 상당수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바 있었다. 산별노조와 총연맹이 안정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공공기관 정규직들의 반노동자적 행위를 제지하고,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천명할 때 민주노총의 조직적 힘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겨울 패딩을 입고 시작한 파업이 다시 겨울을 맞았다. 여러 아쉬움도 있지만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해서 싸웠고, 그들의 에너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생계와 돌봄 부담, 공정성 논란, 코로나19, 경찰 탄압 등의 어려움을 뚫고 2021년의 노동자 투쟁을 대표했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살아오면서 겪은 차별과 착취에 대한 분노가 크고, 투쟁이 열어준 공간에서 노동자 단결과 연대를 키우고 노동자 의식을 키웠기 때문일 것이다.

 

포기할 수 없다고, 노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우리가 함께 지키자.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라운드 투쟁을 통해서 더 멀리, 더 높이 전진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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