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회원들과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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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 노동과세계 백승호 기자
지난달 태안에서 환경운동가들과 발전 노동자들이 함께 진행한 뜻깊은 집회가 있었다. 집회 이름은 “정의로운 전환! 석탄발전 노동자가 요구한다.” 11월 12일 ‘기후정의 버스가 간다’ 공동행동 일정으로 서울에서 출발해 전북도청 새만금 신공항 반대 기자회견을 거쳐 마지막 일정으로 태안에서 집회가 열린 것이다.
발전노조와 함께 집회를 주최한 ‘탄소중립위원회해체공대위’는 이름 그대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등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주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위원회해체공대위는 46개 단체와 60여 명의 활동가와 시민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공대위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후정의 버스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집회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가덕도 신공항건설반대 주민을 비롯한 환경단체 회원들과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석했다. 석탄발전소 폐지가 코앞에 닥친 노동자들의 심정은 비장했다.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함께 행동할 의지도 분명히 있다면서, 자신들의 일자리 문제 역시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환경단체 발언자들 역시 이런 노동자들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당장 석탄발전소 폐쇄를 주장하기보다는 정부의 기만적인 탈석탄정책을 비판하고 민간발전소의 재공영화를 주장했다. 탈석탄을 하겠다면서 민간자본가들에게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 길을 터주는 정부의 행태는 규탄해야 마땅했다.
그동안 환경단체 운동가들과 발전산업 노동자들이 함께 집회를 열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걸고 석탄발전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그 발전소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노동자의 관계가 표면적으로 대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인으로서의 행동과 일자리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입장 사이에 우선순위를 매기려 한다면 이 두 입장은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평행선에서 벗어나,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자 생존권이라는 두 개의 목소리가 충분히 맞닿고 조율될 가능성을 이 집회가 보여줬다.
자본가 정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한다.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정책은 결국 자본가를 밀어주기 위한 정책일 뿐이며, 그렇게 자본가들의 탐욕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은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 기만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맞서 노동자와 환경단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초보적이지만 한자리에 만나서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집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몇몇 참가자들이 소감을 얘기했다. 환경단체 회원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공동의 적에 맞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출발점이다. 발전 노동자들도 당장의 자기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이를 위해 발전산업 전체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로까지 시야를 넓히며 책임 있게 실천 방향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과 일자리 지키기는 모두 노동자 민중의 공동의 과제다. 이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얼핏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서로의 입장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그 속에서 진정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자 일자리 방어를 가로막는 훼방꾼이 누구인지 분명해질 것이다. 이 발걸음이 당장에는 더딜 수 있지만, 저 ‘정의로운 전환’이 노동자의 시각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꾸준하게 발걸음을 내디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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