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I 돈룩업(Don't Look Up) - IT산업 CEO들은 혁신의 아이콘인가, 이윤의 아이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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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 기사에는 영화 '돈룩업'의 줄거리, 결말 등이 일부 포함돼 있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두 과학자가 태양계 내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정부와 언론에 알리고, 혜성 충돌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흔히 봐왔던 우주 재난 영화였다면, 나사(미항공우주국)와 미 정부를 필두로 재난을 막을 방법을 논의하고, 우주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의 CEO가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며, 두 주인공이 우주선에 탑승해 영웅처럼 인류를 구원한다는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돈룩업은 뻔한 재난 영화들처럼 기존 클리셰(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정치, 경제, 언론, 인종, 각종 산업의 문제점들을 담아내고 있다.
돈룩업에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보이는 배시의 CEO가 등장한다. 그는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멸망하는 상황에서, 혜성의 궤도를 틀자는 기존 계획과 다르게 오히려 혜성을 지구와 충돌시키게 놔두자고 백악관에 나타나 이야기한다. 혜성에 막대한 경제적 가치(약 16경6,600조 원)를 지닌 광물들이 발견됐으니 배시 기업의 기술로 혜성을 쪼개면 괜찮다는 것이다. 더불어 막대한 가치를 지닌 이 혜성이 가난, 사회적 불공정, 생물 다양성 상실 등 모든 문제를 과거의 유물로 만들고 인류에 황금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백악관의 정치인들을 감동시킨다.
배시의 CEO는 현실 속 애플의 CEO와 스페이스X, 테슬라의 CEO를 연상케 한다.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선정하며, “머스크는 지구를 구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 “신세계를 개척하는 머스크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한다”라고 덧붙였다. ‘지구를 구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와는 다르게, 머스크는 테슬라 노동자들이 본사와 공장의 시설 안전 문제와 근무 환경을 외부로 발설할 수 없다는 내용의 비밀 준수 약정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테슬라 자동차, 스마트폰, 노트북 등 배터리 원자재에는 코발트가 사용되는데, 아동 광부들은 하루 1달러의 임금을 받으며 코발트를 채굴한다. 아동 노동력 착취 등 인권 문제가 심각하지만 ‘지구를 구원하고 싶어 하는’ 머스크는 이에 침묵하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 이 시대의 최고 경영자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수많은 언론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이 시대의 최고 경영자가 사망했다며 앞 다퉈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애플은 “스티브의 영명함과 열정, 에너지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끝없는 혁신의 원천이었으며 스티브 덕분에 세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설로 남아있는 아이폰 1세대 공개 첫 프레젠테이션 발표 이후,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애플의 주식은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갔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첫 프레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가 언제라도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한 스마트폰 여러 대를 단상에 숨겨놓고 아이폰을 바꿔가며 완전한 제품인 양 발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애플과 테슬라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현 메타) 등 여러 거대 IT기업들의 이중성을 돈룩업은 묘사한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오늘날 국가 GDP 순위에서도 세계 8위 수준이며,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의 시가총액은 세계 10위인 한국의 GDP와 맞먹거나 뛰어넘는 수준이다. 웬만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이들 거대 기업들의 부는 그들만의 '혁신'으로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창출해 낸 부를 가로채 독점한 것에 불과하다. 거대 기업들의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그들이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기보다 기업의 부와 이윤,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돈룩업은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도 거대 기업이 사실은 자신들의 이윤만을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인류의 구세주인 양 행세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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