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 노동자의 손에 포상금이 쥐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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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뉴스
한 달 쯤 전인 2월 24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방문해 졸업식 축사를 했다. “여러분이 가진 무기를 생존에만 쓰지 말고 행복해지는 데 쓰십시오.” “남이 부과하는 많은 것들을 하게 되면 경쟁이 훨씬 심합니다. 그것들을 얻기 위해 쓸 데 없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행복, 이타적인 행동, 사회적 가치 등 자신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문구들을 내뱉는 최태원 회장의 얼굴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얼마 뒤 언론에선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에서 노동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얼핏 최태원 회장의 이타적인 마음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동자들은 3월 14일 SK그룹 앞에 모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지급한 포상금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는 노동자들을 생존경쟁으로 내몰 것”이고, “영업 및 실적 압박을 높일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항의했다. 이들은 최태원 회장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포상금이란 이름의 차별적 성과급
“줄 세우기 하는 거 아닙니까.” 사측이 포상금을 뿌렸다는 소식을 듣고 한 현장노동자가 내뱉은 말이다. 이번에 지급된 포상금은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회사는 고성과 조직과 개인을 분류해 등급을 매기고, 상위 일부에게 차등적으로 포상금을 지급했다.
평가항목 중에는 ‘센터 업무 협조’에 대한 평가가 25%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엔 노동자들을 점수에 따라 일렬로 줄 세우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회사 정규직화라는 그럴싸한 껍데기와 달리 실상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처지에 있는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런 포상금은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장들이 노리는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포상금을 바라보며 노동자들은 알게 모르게 생존경쟁의 늪으로 빠져든다. 고분고분 뼈빠지게 일한다면 더 많은 포상금이 내 차지가 되지 않을까 눈이 멀어간다. 좋은 평가점수를 얻기 위해 회사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노조에 등을 돌리게 되면서 노동조합은 점차 설 자리를 잃는다.
그간 민주노조를 고립, 와해시키기 위해 책략을 부렸던 회사들은 친자본 복수노조 설립과 함께 차별적 성과급을 노조파괴의 기본기처럼 구사했다. SK브로드밴드에서도 자회사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거기에 덧붙여 이제는 포상금이 뿌려지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노동자의 손에 포상금이 쥐어질 때”, 그 때는 곧 회사가 본격적으로 노조파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시점이다. 특히 2018년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투가 예고돼 있다. 정확히 이 투쟁을 앞두고 회사는 포상금이라는 마취제를 뿌렸다. 저들은 현장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단결과 임금인상을 위한 투쟁을 쓸 데 없는 일처럼 여기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번져나가야 노동조합의 팔다리를 용이하게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의 몸에 마취제를 집어넣고 팔다리를 자르려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라도 이를 저지하고 뿌리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맞설 것이다. 민주노조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이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의 차별적인 성과급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도 다르지 않다.
최태원 회장의 말을 잠시 빌려보자. “회사가 부과하는 포상금에 매달리면 경쟁이 훨씬 심해집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쓸 데 없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무기를 생존에만 쓰지 말고 단결 투쟁에 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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