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코로나19 상황에 이렇게 싸울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 힘이 될 것” -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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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11월 11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미 합의한 사항을 기획재정부 지침 등을 핑계 대며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아닌 자회사의 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하청회사 비정규직에 지나지 않음을 파업투쟁에 나선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전면파업이 시작된 11일부터 고객센터 업무는 전부 자동응답으로 돌리고, 매표창구는 48개에서 23개로, 광역전철역 근무자 800여 명을 277명으로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 인턴 등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상황이다. 원래 3조2교대로 근무하는데 이렇게 축소된 인원으로는 주야 맞교대를 하며 엄청난 노동강도와 질 낮은 서비스가 이어져 사측도 버티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을 만나 이번 파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11월 11일 새벽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대전 코레일 본사 앞에서 총파업투쟁 출정식을 했는데, 출정식 분위기는 어땠는가?
전국으로, 역마다 몇몇씩 분산된 사업장이기도 하고,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파업에 나가는 게 맞나 생각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9일부터 간부파업 먼저 시작했다. 전부터 조장들을 세워 현장에서 소통을 해왔다. 처음엔 불안함이 있었지만 간부파업 등을 거치면서 마음이 다들 바뀐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집회 이동을 위해 전국에서 차량을 준비하던 10일 저녁, 현장에서 더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느꼈고 11일 실제 눈으로 확인하면서 조합원들이 서로 굉장히 힘을 받았다. 파업의 실질적인 동력이 마련된 것 같다. 작년의 1차 파업 경험 덕에 더 발전한 것 같다.
전체 직원 1,800여 명 중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조합원 1,000명,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200명가량이 파업에 들어갔다. 총파업 출정식에는 800여 명 참여했다. 조합원들의 기세를 느꼈다.
그간의 주요한 투쟁을 포함해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고객센터지부를 소개해달라.
철도고객센터는 2015년쯤 노조가 만들어졌다. 당시 한철노 어용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갖고 있어서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교섭분리 신청을 해서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철도 고객 민원, 승차권 예약 등의 업무를 한다. 얼마 전에는 코레일의 자회사 SR(수서발 KTX)이 외주화했던 고객센터를 정규직 전환한다면서 자회사인 철도고객센터로 통합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보여주는 곳이다. 업무 과정에서 일상적인 성희롱과 착취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어서 노조 설립 당시 폭발적으로 조직이 됐다고 한다.
코레일네트웍스는 매표, 역무, 주차 등의 일을 한다. 한철노 어용노조가 있었는데, 2015년 회사가 명절상여금 20만 원을 갑자기 안 주는데 어용노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몇몇이 철도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2016년 치열한 조직사업을 통해 교섭권 확보를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어용노조에 관리자들이 대거 가입하고, 지노위가 그것을 인정해주면서 실패하기도 했다.
철도노조와 상의해서 직접고용 투쟁의 방향을 잡았다. 때마침 2017년 노사협의회 대표를 어용노조가 맡고 있는 것을 근참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교섭 틀도 만들고, 직접선거도 주장했다. 교섭권은 없었지만, 교섭 틀도 만들고, 어용노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 현장 노동자들이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했다. 근로자위원 선거투쟁을 제대로 하면서 출마한 동지들을 모두 당선시켰다. 현장 분위기를 끌어왔다. 이후 조합원이 한 명도 없던 주차 쪽에서 ‘주차장 무인화’로 인한 해고 철회 투쟁을 진행하고 성과를 냈다.
2018년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80일 동안 서울역 농성투쟁을 했다. 힘도 들었지만 ‘우리도 뭔가 할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코레일 원청은 농성장을 접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다. 2018년 10월 말 임단협 때 자존심을 걸고 평일 집회를 조직했는데 조합원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모였다. ‘우리가 이렇게도 모일 수 있구나’,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지부가 뭔가 할 수 있는 존재로 변모해 갔다. 그래서 작년에 파업도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파업에 들어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요구는 네 가지다. 20년 동안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생활임금 쟁취 ▲변형직무급제 폐지하고 근속급제 쟁취 ▲정년연장 ▲인원확충이다. 그중에서도 생활임금과 정년문제다.
이번 파업은 집행부의 의지가 제일 중요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활동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알게 됐다. 예전엔 연대를 품앗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연대는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투쟁하면서 투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코로나19 상황을 정권이 이용하는 거다.
조합원들을 어떻게 이끌까? 이미 합의가 돼 있는 것을 안 지키는 것이다. 정년연장 합의도 이미 한 것이니 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리면 되겠다. 합의를 사측이 안 지키는 것이고 합의 안 지키면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이 다 해고돼야 하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해고자 동지들도 이전부터 같이 싸움을 해 와서, 현장 조합원들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
조합원들도 이번에 투쟁하지 않으면 평생 최저임금이라는 생각은 퍼져있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코레일의 자회사다. 역무, 철도고객상담, 승차권 발매, 공항리무진 업무를 코레일이 위탁한 원하청 관계다. 원청이 하청에 줄 때 그동안 낙찰률을 후려치거나 적자계약을 맺어왔는데, 2019년 노사합의로 이를 시정하기로 했다. 시중노임단가의 100%를 적용하고 저임금 공공기관 인상률 4.3%를 적용하기로 했고, 회사는 코레일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 금액이 100억이다. 그런데 전년도 총인건비의 4.3%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재부 예산편성지침 때문에, 돈은 있지만 임금인상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얘기에 조합원들이 더 열 받았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른 노사전문가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고 싶다. 기재부 지침, 공공기관 혁신 지침과도 얽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정부 지침을 폐기하는 투쟁은 한두 개 사업장만의 투쟁으로는 쉽지 않을 텐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2018년 6월 27일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는 역무 등의 자회사 인원에 대해 정규직의 임금 80%까지 처우개선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에는 그 전에 인정하지 않던 여객매표업무도 역무로 인정한다는 합의를 했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지침은 핑계일 뿐이다. 작년에 총인건비 인상 제한율은 3.3%였는데, 우린 4% 인상했다. 정부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 지침 어기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걸리지만 우리는 국토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의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라 경영평가 대상이 아니다.
사실 이번 파업은 원래 공공 비정규직 파업투쟁 일정이었다. 우린 거기에 복무하고 있는데 다른 곳이 같이 파업에 들어오지는 못했다. 낙찰률 100%로 개선하는 것, 기재부 예산 편성지침 제한을 열어야 하고, 공공기관 인건비 통제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기재부 지침 예외로 인정받는 건 가능하다. 공공기관 운영위에서 정규직 임금의 80% 안 되는 곳은 계약변경에 따라 인상할 수 있다고 열어주면 된다. 우리 투쟁으로 어느 정도 열릴 수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쉽지는 않다. 공공기관 비정규직특위 동지들과 얘기해서 확장할 생각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렇게 싸울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 서로에게 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가 예외 인정받아 파업을 접을 수는 있다. 그러나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상황을 조금이라도 돌파해내야 한다. 기재부 예산 편성지침을 풀 때까지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 진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자회사라는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톨게이트 투쟁 등 평소 투쟁현장에 연대하며 자회사의 문제점, 자회사 전환을 정규직화라고 하는 정부 정책을 많이 비판하셨는데 다시 한번 이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중심에 서서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을 하는데, 간접고용이 요구하는 진짜 사장이 책임지라는 것과 맞닿아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진짜 사장은 코레일이다. 자회사를 만든 목적은 외주화다. 착취를 위해 만들어진 자회사. 코레일이 인사권도 가지고 있다. 외부 민간 용역회사보다 더하다. 공공기관에서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회사의 모든 업무는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
KTX특송의 경우, 철도역사를 이용한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배달 서비스가 되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자회사로 만들어 착취에만 몰두하니 지금은 열차가 정차하고 출발하는 그 짧은 시간에 정신 없이 상하차를 해야 한다. 아주 위험하고 노동강도도 높다. 정규직이라면 무전기 가지고 안전하게 상하차하고 작업 완료 뒤 차량 출발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책은 완전 사기다. 그래서 톨게이트 동지들 투쟁할 때 “코레일 자회사 역무원인 내가 증인이다”라며 얘기했다. 톨게이트 동지들도 그 얘기를 듣고 투쟁 의지를 더 높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의 파업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코로나19 때문에 서울은 100명 이상 집회를 할 수 없어서 어려움은 있다. 11월 12일 코레일네트웍스는 서울역 서부역과 고용노동청에서 집회를 한다. 11월 13일 고객센터지부가 기재부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코레일네트웍스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맞춰 비정규직의 전태일행진에 참여한다.
파업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즐겁도록 계획을 마련하려고 한다. 올해 7월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해 평균임금의 70%를 일할계산해서 지급한다는 노사합의를 한 바가 있기 때문에 생계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다. 그래도 투쟁이 길어지면 파업기금도 마련해야 할 거 같다. 결국 이 싸움은 철도공사, 기재부, 문재인 정부와의 싸움이다.
끝으로 <가자! 노동해방> 독자들, 철도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고 관심 갖는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노조 시작하면서 뭔가 실행하려 할 때 제약사항도 많고 두려움도 많았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돌파하지 않으면 그게 나의 한계가 된다는 걸 느꼈다. 내가 저 한계를 설정해 놓은 상태면 앞으로 더 이상 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를 끊임없이 뛰어넘어야겠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내 문제만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들, 코레일네트웍스만이 아니라 주변의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들의 힘을 모아야겠다. 그러려면 연대가 필요하다. 나 자신도 그렇고 우리 집행부도 연대 속에서 성장해왔다. 조합원들도 연대의식이 성장한다면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노동자가 되지 않을까. 그게 우리 전체 노동자가 서로 더 힘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열어가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투쟁해서 끝내는 이길 수 있도록 같이 싸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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