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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사고: 자본가들의 이윤 논리에 맡겨진 사회는 이토록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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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068회 18-11-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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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SBS뉴스


24일 오전, KT 통신시설에 불이 나면서 서울시 마포구,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은평구와 고양시 일부 지역까지 휴대폰과 유선전화,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IPTV와 카드 단말기도 먹통이 됐다. 누군가에겐 일시적인 불편함 정도로 그쳤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급차가 필요했던 누군가는 통신장애로 119 신고가 늦어져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고지역 내에 있던 한 대형병원에서도 KT가 관리하던 의료진 통신망이 끊겨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됐다.


통신사들은 조만간 5G 시대가 열린다며 홍보에 열을 올려 왔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주택이나 빌딩의 보안, 난방 등이 완벽하게 관리되고, 원격 진료가 이뤄지며, 도로에선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났다면? 어떤 식으로,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통신사 자본가들에게 맡겨진 이 사회가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단 한 번의 화재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다.


비용절감과 이윤 극대화,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왜 이토록 취약한 상태로 내몰렸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2002년 민영화를 거치면서 오직 효율적인 비용절감과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했다. 이른바 망 효율화를 위해 설비를 집중시키고, 그렇게 해서 필요 없게 된건물은 매각하거나 임대사업을 벌이는 용도로 써먹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번에 불이 난 아현지사의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규모가 커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통신시설 등급 상향조정을 하지 않았다. 등급을 올리면 백업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등 안전관리를 위한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KT는 안전을 관리할 수 있는 현장 인원도 줄여 나갔다. IMF 사태 이전에 60,000명이 넘었고 민영화 직전까지도 56,000명이던 인원이 계속 줄어 2017년엔 23,320명에 지나지 않게 됐다. 현장직 노동자들은 외주업체로, 비정규직으로 밀려났다. 지금 화재사고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업체로 쫓아냈던 노동자들이다.


물론 화재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KT의 민영화와 인력 구조조정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비용절감과 이윤 극대화의 논리,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번 화재사고 같은 재난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극히 취약하게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는 동안 KT 황창규 회장 같은 자본가의 연봉과 성과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201457,300만 원. 2015122,900만 원. 2016243,600만 원). 반대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가된다.

  

대책을 강구하는 자본가들과 정부


대한송유관공사에서 관리하는 고양시 저유소에서 큰 불이 난 지 두 달도 채 안 됐다. 그 때에도 사고의 배경에는 대한송유관공사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낳은 부실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자본은 노조를 탄압하며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이런 부실을 감시하고 저항할 수 있는 여지를 체계적으로 분쇄해 버렸다. 사고가 난 뒤에야 언론에선 수익성 추구로 안전투자 미흡따위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KT 화재사고와 100% 닮은꼴이다.(관련 기사: 화염에 휩싸인 송유관공사 민영화 성공스토리)

 

늘 그렇듯이 큰 사고가 나고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자본가들과 정부는 대책을 강구한다. 특별점검과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CCTV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사와 정부가 협력해 로밍, 이동기지국 운영, WiFi 상호지원 등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협력이 이뤄진다면, 사고 때문에 두절된 통신망에 우회로를 만들어주며 큰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중요한 메시지가 여기에 숨겨져 있다. 이미 있는 설비와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며 사회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사고 같은 재난을 충분히 예방하거나,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복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서로 더 많은 시장과 이윤을 차지하기 위한 자본가들 간의 피 터지는 경쟁 때문에 우리 사회는 있는 자원조차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손발이 묶인 채 무방비로 재난에 노출되는 게 아닌가.

 

오직 이윤을 위해 모든 걸 희생시키는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붙잡아 퇴행과 재난의 늪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이 늪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의 발목에 무겁게 매달린 자본주의라는 납덩이를 잘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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