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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회사 동료의 허망한 죽음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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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조회 7,064회 20-05-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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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530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며칠 전까지 농담도 주고받으며 같이 일하던 직장 동료의 부고를 접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몇 번이고 읽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고인이 돼 장례식장에 누워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자택 침대 위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사인을 알 수 없어 국과수에서 부검을 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심근경색은 보통 가족력이나 흡연, 비만 등 개인적인 질병이라는 인식이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업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특히 교대근무, 장시간노동, 업무과부하 및 직무스트레스 같은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공장의 교대제 근무 특성 때문에 심근경색 질환을 앓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특히 교대근무는 심근경색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대근무

 

물론 한국지엠은 주간연속2교대다. 20141월 한국지엠은 주간 10시간 + 야간 10시간의 주야 맞교대를 주간 8시간(1) + 야간 9시간(2)’ 근무체제로 바꿨다.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야 맞교대가 없어졌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도 노동자의 몸을 황폐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왜 그럴까?

 

교대근무 자체가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압이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호르몬과 다양한 신체과정을 조율하는 부위가 망가져 스트레스가 쌓인다. 동시에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고, 신체활동 능력이 감소하거나 잠을 청하기 위해 음주가 늘어나는 등 부정적인 행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쌓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업무로부터 회복이 느려지고 업무·생활 균형이 무너져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해진다. 이러한 과정이 복잡하게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다가 동맥경화 같은 질환을 유발하고, 결국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2년 그동안 이뤄진 34개의 심근경색 질환 관련 연구를 종합 분석해 보니, 교대근무를 하는 군에서 하지 않는 군에 비해 심근경색은 23%, 관상동맥 질환은 24%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작업공정

 

그러나 나는 교대근무뿐 아니라 무엇보다 작업공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지엠 부평1공장 범퍼서브장에서 시퀀스 공정에서 일을 해온 고인은 오랜 시간 리페어 공정 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다 회사의 업무재배치 계획에 따라 시퀀스 공정에 배치돼 업무를 따라갔다. 시퀀스 공정은 범퍼야적장에 쌓인 범퍼 어퍼, 로워 등 자재를 작업장 안으로 넣기 위해 대차에 자재를 싣고 옮기는 공정이다.

 

문제는 시퀀스 공정의 심각한 노동강도였다. 업무 특성상 앞 라인의 공정 속도에 따라가기 위해서 쉴틈 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주간조 때는 품질관리를 하기 위한 관리자의 감시로 라인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며 정상적인 작업속도를 유지하지만, 야간조 때는 작업자들이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 작업속도를 최대한 높인다.

 

그 과정에서 맨 처음 보급을 맡는 업무인 시퀀스 공정의 작업자들은 한 타임(2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작업 중 노동강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이 그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다?

 

노동조합은 이런 작업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하청업체와의 교섭에서 지적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했다. 추가 인원배치로 노동강도를 충분히 낮춰야 하는데도 이를 거부해온 것이다.

 

위험한 작업 동선도 한몫했다. 고인의 공정과 동일한 업무를 맡은 다른 작업자는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산재처리까지 받았다. 이렇게 지게차와 작업 동선이 겹치는 업무였기에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해야 했다. 그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각했음이 분명하다.

 

작업환경 중 소음(컨베이어 벨트, 지게차 등)이 심한 것도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작업장 안과 밖의 범퍼야적장을 오갔기에 기온 차이가 커서 혈관에 무리를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모든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고인에게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았을까.

 

함께 일하던 동료가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업무를 반복하며 채울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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