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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대화>가 보여준 것, 빈 수레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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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73회 2019-11-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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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재인은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600만 명이 넘게 시청할 정도로 큰 관심 속에 열린 국민과의 대화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오랜 격언을 상기시켜주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과거 권위주의 대통령이라면 상상조차 힘든 좋은 소통의 선례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청와대 면담을 요구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연행하는 등 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하면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는 평화’, ‘안전’, ‘인권따위의 좋은 말로만 포장된 텅 빈 수레였다.

 

이 텅 빈 수레는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오히려 명확히 드러냈다. 노동자계급에게 무엇 하나 보장할 수 없고,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공문구와 헛된 약속일 뿐인 포퓰리즘 자본가 정부의 실체 말이다.

 

등장곡으로 영국 4인조 록그룹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죠’)가 흘렀다. 진행자인 배철수는 이 곡 선정의 배경으로 저는 정치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다. 이 노래는 이번 프로그램에 임하는 청와대의 기조를 반영했다. ‘사랑의 마음으로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뜻이다. “남북 대치도 평화의 마음으로 풀어가겠다. 노동자의 고통도 헤아리고, 자본가의 염원도 헤아리면서, 노사평화를 이룩하겠다. 검찰을 개혁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앞으로도 잡겠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국민의 안전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안전운행을 위한 필수조건인 철도 인력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톨게이트 1,500명 집단해고에서 볼 수 있듯 자회사 사기극으로 판명되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ILO 협약 비준을 핑계로 최악의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 확대로 노동시간 단축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고 장시간노동이 운명처럼 노동자들을 덮치고 있다.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노동자 서민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노동자계급에게 이 사회는 생존의 전쟁터이지 한가로운 평화의 낙원이 아니다.

 

이 사회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부유한 자들과 가난한 자들로 완전히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오늘 철도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인력충원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발전소에서, 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을 수는 없다고 절규하지만, 자본가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방치하고 위험의 외주화는 확대되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5개월째 자회사 사기에 맞서 직접고용을 쟁취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는 1,500명 직접고용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마저 개무시하면서 버티고 있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강래를 비호하고 있다. 이처럼 이 자본주의 사회는 평화,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작동하지 않는 계급대립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망가뜨려놓고 최저임금 인상방향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헛소리를 일삼았다.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ILO 협약 비준 얘기 역시 노력하겠다수준의 립서비스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노동개악 의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명확히 드러냈다. 52시간을 넘어 64시간, 70시간 노동을 열어주는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특별연장근로 확대를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며 노동개악을 호소하는 일은 절대 빼놓지 않았다. 이 노동개악을 영세업체 사장들을 살리는 친서민 경제정책이라고 가증스럽게 포장하면서 말이다.

 

문재인은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수도권에서 폭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는 유력한 수단인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상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정책에서도 확장정책을 강조했는데, 법인세 대폭 인상, 재벌 사내유보금에 대한 대규모 세금 부과 등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정부재정의 부담을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에 지우는 결정적인 조치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사랑 설교로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지점에서는 아예 비껴갔다. 홍콩 시위와 같은 민감한 질문이 자료 화면에 떴지만, 문재인은 답변하지 않고 지나쳤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리트머스 시험지라 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초대받기는커녕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이 말하는 국민에는 노동자들은 배제되어 있고, 그들이 말하는 사랑의 대상에는 노동자 민중은 없었다.

 

문재인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방향? 냉엄한 계급투쟁의 진실을 사랑의 논리로 감추며 노동자 민중에게 자본가들과 정부에 협조하라는 설교를 계속 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한마디로 자본을 향한 노동자 투쟁을 멈추라는 선무방송 아닌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온갖 사기를 친 뒤, 실제로는 자본가들의 민원사항을 해결하는 자본가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계속하겠다는 선언 아닌가! 제발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줄 알라!

 

결국 이번 국민과의 대화로 다음의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화란 없다. 오직 단호한 계급투쟁만이 노동자계급의 운명을 지켜줄 수 있다. 자본가 정부의 거짓말에 절대 속지 말자. 노동자운동의 독립성이란 깃발을 움켜쥐고, 우리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당당히 내걸고 정부와 자본에 맞서 투쟁하자! 투쟁, 그것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를 향해, 진정한 평화를 위해 전진할 수 있다!” 우리의 대답은 이것이다. ‘All We Need Is Struggle’(‘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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