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알림 | 논평

<국민과의 대화>가 보여준 것, 빈 수레가 요란하다

페이지 정보

조회 2,969회 19-11-20 18:52

본문

37a3d217d69bdf17d1f3ef91af22bf0e_1574243587_0048.jpg
 

  


어제 문재인은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600만 명이 넘게 시청할 정도로 큰 관심 속에 열린 국민과의 대화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오랜 격언을 상기시켜주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과거 권위주의 대통령이라면 상상조차 힘든 좋은 소통의 선례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청와대 면담을 요구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연행하는 등 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하면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는 평화’, ‘안전’, ‘인권따위의 좋은 말로만 포장된 텅 빈 수레였다.

 

이 텅 빈 수레는 문재인 정부의 본질을 오히려 명확히 드러냈다. 노동자계급에게 무엇 하나 보장할 수 없고,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공문구와 헛된 약속일 뿐인 포퓰리즘 자본가 정부의 실체 말이다.

 

등장곡으로 영국 4인조 록그룹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죠’)가 흘렀다. 진행자인 배철수는 이 곡 선정의 배경으로 저는 정치 문외한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다. 이 노래는 이번 프로그램에 임하는 청와대의 기조를 반영했다. ‘사랑의 마음으로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뜻이다. “남북 대치도 평화의 마음으로 풀어가겠다. 노동자의 고통도 헤아리고, 자본가의 염원도 헤아리면서, 노사평화를 이룩하겠다. 검찰을 개혁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앞으로도 잡겠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국민의 안전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다. 안전운행을 위한 필수조건인 철도 인력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톨게이트 1,500명 집단해고에서 볼 수 있듯 자회사 사기극으로 판명되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ILO 협약 비준을 핑계로 최악의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 확대로 노동시간 단축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고 장시간노동이 운명처럼 노동자들을 덮치고 있다.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노동자 서민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노동자계급에게 이 사회는 생존의 전쟁터이지 한가로운 평화의 낙원이 아니다.

 

이 사회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부유한 자들과 가난한 자들로 완전히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오늘 철도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인력충원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발전소에서, 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을 수는 없다고 절규하지만, 자본가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방치하고 위험의 외주화는 확대되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5개월째 자회사 사기에 맞서 직접고용을 쟁취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는 1,500명 직접고용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마저 개무시하면서 버티고 있고,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강래를 비호하고 있다. 이처럼 이 자본주의 사회는 평화,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작동하지 않는 계급대립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망가뜨려놓고 최저임금 인상방향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헛소리를 일삼았다.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ILO 협약 비준 얘기 역시 노력하겠다수준의 립서비스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노동개악 의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명확히 드러냈다. 52시간을 넘어 64시간, 70시간 노동을 열어주는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특별연장근로 확대를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며 노동개악을 호소하는 일은 절대 빼놓지 않았다. 이 노동개악을 영세업체 사장들을 살리는 친서민 경제정책이라고 가증스럽게 포장하면서 말이다.

 

문재인은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수도권에서 폭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는 유력한 수단인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상과 같은 기본적인 조치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정책에서도 확장정책을 강조했는데, 법인세 대폭 인상, 재벌 사내유보금에 대한 대규모 세금 부과 등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정부재정의 부담을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에 지우는 결정적인 조치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사랑 설교로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지점에서는 아예 비껴갔다. 홍콩 시위와 같은 민감한 질문이 자료 화면에 떴지만, 문재인은 답변하지 않고 지나쳤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리트머스 시험지라 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초대받기는커녕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이 말하는 국민에는 노동자들은 배제되어 있고, 그들이 말하는 사랑의 대상에는 노동자 민중은 없었다.

 

문재인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방향? 냉엄한 계급투쟁의 진실을 사랑의 논리로 감추며 노동자 민중에게 자본가들과 정부에 협조하라는 설교를 계속 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한마디로 자본을 향한 노동자 투쟁을 멈추라는 선무방송 아닌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온갖 사기를 친 뒤, 실제로는 자본가들의 민원사항을 해결하는 자본가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계속하겠다는 선언 아닌가! 제발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줄 알라!

 

결국 이번 국민과의 대화로 다음의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화란 없다. 오직 단호한 계급투쟁만이 노동자계급의 운명을 지켜줄 수 있다. 자본가 정부의 거짓말에 절대 속지 말자. 노동자운동의 독립성이란 깃발을 움켜쥐고, 우리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당당히 내걸고 정부와 자본에 맞서 투쟁하자! 투쟁, 그것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리를 향해, 진정한 평화를 위해 전진할 수 있다!” 우리의 대답은 이것이다. ‘All We Need Is Struggle’(‘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뿐이죠’)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구독신청

성명/논평/알림 목록

Total 114건 1 페이지
성명  [성명] 여성 노동계급에 대한 선전포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저지하자! 댓글 22/10/14 691
알림  2022년 10월 1일 통합사회주의조직 준비위원회 출범에 즈음해 전국노동자들에게 노동해방투쟁연대(준)의 새로운 출발을 알립니다! 댓글 22/09/20 1,325
알림  [토론회]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산업전환, 노동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댓글 22/09/07 1,408
성명  [공동성명] 공권력 투입 협박 박살내고 승리를 쟁취하자 댓글 22/07/20 1,014
논평  미국 지배계급의 낙태 금지 시도를 규탄하고 이에 맞선 전국적인 저항을 지지하며 댓글 22/07/06 1,046
성명  [공동성명] 지금처럼 살 수는 없다!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의 절규에 답하자 댓글 22/07/02 1,230
성명  [공동성명]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로켓배송의 소모품이 아니다 -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노조간부 부당해고를 철회하라! 댓글 22/06/27 1,948
성명  [공동성명]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민주노총 100만 조직으로 화물노동자 총파업을 엄호하라! 더 높이 더 멀리 진군하라 화물노동자 총파업! 댓글 22/06/13 1,798
알림  [정세강연회] 윤석열정부 등장과 노동운동의 과제 댓글 22/05/10 1,689
성명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즉각 중단하라! 미국과 유럽연합은 NATO를 해체하라! 모든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패권대결·전쟁책동·억압침탈을 중단하라! 댓글 22/03/01 1,835
성명  진정한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어떻게 건설할 수 있는가? - 우리가 변혁당과 노동당의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 댓글 22/02/03 2,178
성명  미얀마 쿠데타, 봄혁명 1년 – 끝까지 미얀마 민중과 연대할 것이다 댓글 22/01/29 1,382
알림  [노해투 온라인 토론회] 주4일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투쟁 제대로 하려면? 댓글 21/12/15 1,394
성명  집회에서 노동자연대를 퇴거시키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조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관료적 조치 – 그러나 노동자연대의 자가당착과 책임회피가 사태 악화의 출발점이다 댓글 21/12/01 2,365
논평  터무니없는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전원 고발’ - 저들의 기선제압 시도에 맞서 투쟁의 물줄기를 이어나가자 댓글 21/11/17 1,489
게시물 검색


노해투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