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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배계급의 낙태 금지 시도를 규탄하고 이에 맞선 전국적인 저항을 지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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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7회 2022-07-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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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미국 지배계급의 낙태 금지 시도를 규탄하고 이에 맞선 전국적인 저항을 지지하며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1973년 이래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엎는 새로운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 사회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주 정부들은 이 판결이 나오자마자 목소리 높여 환영했다. 발 빠르게 낙태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폭행 피해자의 낙태마저 금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하는 걸 막는 법안도 준비되고 있다.


낙태권 폐지를 주도한 대법관들은 더 나아가 피임, 동성애, 동성결혼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회 전체의 반동화와 억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여기서 낙태 금지의 반동적 성격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이 조치는 다른 누구보다도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다.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낙태 시술을 받다 목숨을 잃는 여성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낙태권 보장, 무상의료 지원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이 나오자마자 미국 전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정당한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뒤흔들어온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에 뒤이어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에서 새로운 노조 조직화 물결이 현재진행형으로 넘실거리는 가운데, 낙태 금지에 반발하는 투쟁이 또 하나의 대중 결집 계기가 되고 있다.


시위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 속에서 우리는 여성, 남성, 트랜스젠더 등 각각의 성별과 흑인, 백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참가자들을 보게 된다. 스타벅스, 학교, 병원 등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한다. 노동대중을 성별과 인종 등의 장벽으로 갈가리 찢어놓으려는 지배자들의 의도와 달리 이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과 피억압 민중은 함께 손잡고 전진하려 한다. 지배계급의 분할통치와 억압에 맞서려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이번 사안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 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다’며 민주당에 투표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기승을 부려왔다. 이런 태도가 번번이 열광적인 대중투쟁의 김을 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은 자신들이 상원과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성의 낙태권을 경제적, 의료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도 낙태 금지 판결을 뒤엎기 위해선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도록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기만적인 꼬드김에 불과하다.


이런 양상은 한국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성운동 주류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흐름에 합류하면서 기득권의 일부로 흡수돼 갔다. 하지만 ‘구조적 불평등은 없다’고 떠들어대는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민주당 역시 진정으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이 정권을 쥐고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도, 더 나아가 2019년 4월 낙태 금지와 처벌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그들은 여성이 낙태에 관한 충분한 정보와 건강보험 적용, 먹는 낙태약 합법화 등 의료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에서든 중요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대중 자신의 직접적인 투쟁의 결과로 이뤄졌다. 대중을 표밭으로나 활용하려는 지배계급 정당들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스스로 단결하고 행동에 나설 때에만 저들은 압력을 받는다. 성별, 인종, 나이, 직업 등 지배자들이 분열의 도구로 써먹는 장벽들을 넘어설 때 우리의 힘은 더욱 커진다. 지금 그런 투쟁을 미국 노동자들과 민중이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투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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