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어떻게 건설할 수 있는가? - 우리가 변혁당과 노동당의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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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어떻게 건설할 수 있는가? - 우리가 변혁당과 노동당의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
사회변혁노동자당은 1월 임시총회에서 노동당과 통합당대회를 2월 초순에 개최해 대선을 통합당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한국 사회주의 운동에서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2020년 1월에 사회변혁노동자당에게 계급투쟁 주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공동 실천을 토대로 함께 당건설로 나아가자고 제안한 바가 있었다. 노동해방투쟁연대(준)는 사회변혁노동자당이 노동당과 통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우리가 왜 동의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진정한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어떻게 건설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노동자 당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해서 모든 당이 사회주의 노동자 당이 되는 건 아니다. 역사상 수많은 사회주의 당이 있었고 지금도 사회주의 당이라 이름 붙인 많은 당이 있지만, 대부분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힘을 결집시키지 못했고 심지어는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되고 말았다.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노동자계급 선진층의 조직적 결집체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 당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지지를 끌어내고, 이들의 힘을 결집해 자본주의를 분쇄하고 새로운 노동자 해방 세상을 건설하는 위대하고도 강력한 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계급 전체의 힘을 결집하는 선진층이라는 지위는 스스로를 당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획득되는 게 아니며, 오직 노동자투쟁을 주도하고 이 투쟁이 나아갈 방향을 옳게 안내함으로써 노동자계급과 한 몸으로 결합할 때만 형성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이 당은 노동자투쟁을 이끄는 전투정당에게 필요한 규율성으로 충만해 있고, 계급투쟁의 전략·전술을 안내하는 명확한 사회주의 사상으로 통일된 당이어야 한다.
그런 당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런 당으로 전진할 수 있는 명확한 길은 있다!
명실상부한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아직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당으로 나아가는 길은 분명하다. 노동자 투쟁과 함께하며 이끌고, 그 선진부위를 규율성 있고 통일된 사회주의 조직으로 부단히 조직하는 길이다. 그래서 투쟁의 지도력과 헌신성으로 노동자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확대하고,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혁명의 힘으로 벼려가며 성장해가는 길이다. 단순하게 약속하고 말로 사회주의를 떠드는 것은 의회주의 정당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당이 진심으로 노동자 혁명을 실천하고자 하는 행동하는 당이라면 이 당은 명확한 규율, 노동자 대중과의 결합력, 투쟁에서의 헌신성으로 무장한 활동가들을 통해서만 비로소 구현할 수 있다.
오직 그렇게 전진하는 사회주의 조직만이 사회주의 노동자 당으로 성장할 수 있다. 편하고 손쉬운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출발점에서 그 숫자가 아직 당을 건설하기에 충분하지 않더라도,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부위의 힘을 모아 노동자 투쟁을 이끌며 성장하는 전투조직만이 명실상부한 노동자계급의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조직만이 가난한 민중, 학생, 지식인 등 자본주의에 맞서고자 하는 진지한 투사들 전체를 혁명적 노동자 당 속에 하나로 녹여내며, 고용·임금·노동조건 등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요구만이 아니라 주거, 대중교통, 보건의료, 교육, 여성, 기후 등의 모든 사회적 의제들을 포괄하면서, 사회 전반의 혁명적 재편을 위해 실천하는 투사들의 당을 조직할 수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
오늘날 쇠퇴하는 자본주의는 실업·불안정한 일자리·가난·불평등·전쟁·기후위기·차별과 억압 등 수많은 재앙을 노동자 민중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에 맞서 프랑스, 칠레, 카자흐스탄 등 수많은 나라들에서 노동자 민중이 투쟁으로 일어서고 있다. 이 투쟁을 이끌고 자본주의를 분쇄하는 강력한 힘으로 성장시키는 혁명적 지도력의 건설, 즉 사회주의 노동자 당의 건설은 이 시대의 가장 결정적인 과제다.
만약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제기한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운동”이 그러한 비상한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기 위한 계획이었다면 그것은 너무나 정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운동”에서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의지하고 있는 방법들은 사회주의 노동자 당 건설의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심지어는 그것과 대립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위험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듭해서 그 지점들을 경고했다.
첫째 우리는 의회주의·합법주의 위험성을 배제하고 계급투쟁 속에서 당을 건설할 것을 제기했다. 선거 공간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선거 공간에서의 캠페인을 중심으로 당을 건설하고자 계획한다면 그것은 의회주의·합법주의 당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 대신 우리는 노동자 투쟁을 이끌기 위한 공동실천을 중심으로 하면서, 선거 활동을 노동자 투쟁에 종속시키는 가운데 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하자고 주장했다.
둘째 단순히 양적 확대에만 골몰한 나머지, 표만 던지는 비활동 당원들을 모아내는 당은 현장의 노동자들에 기반한 활동정당이자 직접적인 대중행동과 투쟁을 이끄는 전투정당이 아니라, 단지 표만 던지면서 사회주의자로 자임하는 중간계급이나 지식인들의 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당은 자본주의에 단호하게 행동으로 맞설 수 없고 결국 선거나 의회와 같은 합법적이고 안전한 자본주의 공간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의회주의·합법주의 당으로 굴러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동당과 같은 비활동가 중심의 선거정당과 결합해, 수천명의 당원들을 일거에 모아서 등록정당을 세우려는 당 건설 계획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우리는 2020년 1월에 사회변혁노동자당에 공동의 당 건설 운동을 제안하면서,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등록정당으로 출발하지 않으며, 향후 검증된 활동당원 2천 명을 확보할 때 사회주의 합법화 투쟁을 전면화하는 방향에서 정당등록을 추진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이 2월에 노동당과 통합을 결정한 것은 우리의 경고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등록정당을 구성하는 대다수 당원들은 노동당 소속이고 이 당에 활동당원은 소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운동! 좋다, 그러나 그 당은 어떤 당인가?
당건설 운동을 자연발생적인 과정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전술”은 정말이지 옳다. 그 점에서 레닌을 비롯한 러시아의 혁명가들이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운동”을 추진한 것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위대한 경험이었다. 바로 그것을 통해서 1917년 노동자 혁명을 이끌었던 러시아 사회주의 노동자 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비밀경찰의 엄청난 탄압에 맞서 규율성 있게 활동하고 노동자 투쟁을 이끄는 단련된 활동가들로 당을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그들의 “계획”은 말만 많은 지식인들의 당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긴밀히 결합해 있으며 노동자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활동가들의 당을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그들의 “계획”은 바로 이렇게 출발해서 러시아 전체를 뒤흔들 위대한 투쟁들을 조직함으로써 강력한 사회주의 노동자 당으로 전진하자는 계획이었다. 바로 그렇게 수백명을 모아냈던 러시아 사회주의 노동자 당은 이후 거대한 노동자 혁명투쟁의 국면에서 혁명을 위한 당활동을 결의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을 조직해, 역사상 존재했던 가장 강력한 노동자 당으로 성장했다. 바로 이것이 “계획으로서의 전술”의 정신이다. 그 핵심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계급투쟁을 성장시키는 계획을 혁명적 전위들을 조직하는 계획과 뗄 수 없는 하나로 긴밀히 융합시키는 것이다.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전술이 모두 다 사회주의적인 것도, 올바른 것도 아니다. 개량주의 정당이나 의회주의 정당도 얼마든지 목적의식적으로, 계획적인 전술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추진한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운동”은 어떤 당을 짓기 위한 계획인가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객관적 결과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계급투쟁을 이끎으로써 힘을 결집하지 않은 채 당장의 대통령 선거라는 상황에 갇혀, 수천 명의 당원을 보유한 등록정당을 즉각 구성하려는 강박에 휩싸인다면 결국 노동당과의 통합 말고는 다른 길이 없을 것임을 우리는 경고해왔다.
우리가 경고했던 바대로 노동자 투쟁 속에서 사회주의 투사들을 형성하고 규율 잡힌 조직적 대오로 모아가는 일련의 진지한 실천들을 대체한 등록정당 계획은 결국 노동당과의 통합당으로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노동자 투쟁과 활동정당 노선에 입각한 당 건설 계획 대신, 대선을 통한 당 건설 계획에 사로잡힌 결과물이다. 그 주관적 의도와 관계없이 이것은 의회주의 정당 건설을 위한 계획으로서의 전술이 될 수 있을 뿐, 혁명적 노동자 당 건설을 위한 계획으로서의 전술이 결코 될 수 없다.
활동정당 노선에 입각해 선진적인 투사들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으며 계급투쟁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당이 형성되지 못하고 선거용 정당으로 탄생하고 작동해온 노동당과의 통합을 통해 건설하는 당은 선거 때만 반짝이는 당일 뿐, 노동자 투쟁에 선거활용 전술을 종속시키는 진정한 노동자 투쟁정당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의회주의 정당이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 투쟁정당의 형성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선거에서 얻는 단순한 표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에 이 당이 실제로 결집할 수 있는 대중의 숫자다! 그리고 이 숫자는 오직 사회주의 활동가들의 투쟁조직을 통해서만 체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바로 거기에 의회주의 정당과 혁명주의 정당, 노동자 민중을 대상화시키는 당과 노동자 민중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밀어 올리는 정당 사이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조급증, 일시적인 성공에 대한 유혹을 넘어서야 당 건설 운동의 전통을 세울 수 있다!
정치에서 조급함은 가장 위험한 덫이다. 조급함, 초조함의 물줄기를 몇 개 모아놓는다고 해서 그로부터 전진하는 물줄기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민중 속에서 전개하는 일련의 치열한 실천들, 명확한 사상적 정립과 투철한 조직적 규율의 형성, 선진노동자들과 노동자 대중 속에서 쌓아가는 신뢰와 권위를 통해서 수천 명을 조직한 활동정당을 건설해가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고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정은 약화되는 노동자 운동을 전투적·민주적·계급적 운동으로 성장시켜 계급투쟁을 획기적으로 전진시키는 대중적 실천과 맞물려야만 비로소 제대로 성과 있게 수행될 수 있기에 쉽사리 완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는 과정에서 힘이 모이고 성장한다면, 노동자 투쟁의 확대와 맞물려 질풍노도처럼 전진할 수 있는 시기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지금처럼 노동자 운동이 온갖 질병에 신음하고 노동자 투쟁의 물줄기가 본격화하지 않은 이 어두운 시기에 사회주의 노동자 운동만 비약적으로 단번에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야말로 사실은 노동자계급운동과 분리된 당을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다.
오직 노동자의 계급투쟁능력의 발전과 함께하는 세력, 그것과 연결해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운동을 추진하는 세력만이 진실한 노동계급당에 이를 수 있다. 조급함에 굴복해서 이러한 길을 벗어나 순식간에 수천 명의 당을 건설하는 손쉬운 길을 찾는 것은 치명적인 유혹의 덫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 “조급함”을 “계획으로서의 당 건설” 혹은 “2022년 대선에의 개입” 등 아무리 좋은 언사로 정당화시킬지라도, 그것의 본질은 의회주의 노선에 굴종하는 것이며, 운동을 청산주의로 유도하는 “조급증”이라는 “심리적 자생성”에 굴종하는 것이다.
그것은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투사들에게 앞길을 열어주는 행위도 아니다. 미래의 운동을 이끌어갈 젊은 투사들에게 필요한 조직은 의회주의로 감염된 비활동 당이 아니다. 혁명적 사회주의의 명확한 강령과 사상, 그것에 근거한 노동자 투쟁 속에서의 헌신, 언제나 투쟁에 모든 것을 헌신할 수 있는 투사들의 규율 잡힌 조직을 통해 기필코 사회주의 노동자 당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불굴의 확신으로 충만한 조직, 그리고 의회주의·개량주의·조합주의에 맞선 투쟁의 역사적 교훈과 전통을 넘겨주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고참 사회주의자들이 젊은 동지들에게 져야 할 책임성이다.
우리의 길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자기 길을 갈 권리가 있다. 다만 우리는 그 길은 사회주의 노동자 당을 향한 길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과 함께 통합사회주의당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이제 각자의 실천을 통해서 역사 앞에 검증받는 길만이 남아 있다.
“비판의 무기는 무기의 비판을 대신할 수 없다”는 오랜 격언을 우리는 마음에 새긴다. 날카로운 “비판”은 곧 우리 자신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잣대”가 될 것이다. 오직 실천만이 우리가 행한 비판의 적합성과 진지함을 보증할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 세계 혁명운동의 역사적 교훈, 노동자 투쟁과 함께 하는 일관된 실천 속에서 우리는 “비판의 무기”를 “무기의 비판”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사회주의 노동자 당 건설은 노동해방투쟁연대(준)만이 아니라 모든 진지한 사회주의 투사들, 특히 전투적인 선진노동자들이 함께해야만 비로소 본격화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단결해 사회주의 노동자 당을 향한 대장정에 착수할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 노선을 지켜온 사회주의자 동지들, 노동자 투쟁 속에서 헌신하면서 노동해방의 길을 걸어온 선진노동자들, 사회주의를 향해 인생을 걸 것을 맹세한 청년 동지들과 함께 우리는 한국 사회주의 노동자 당 건설을 위한 계획을 토론하고 실천할 것이다.
2022년 2월 3일
노동해방투쟁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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