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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도리’와 ‘예의’의 탈을 쓴 지배자들의 규범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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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49회 2020-07-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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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도리예의의 탈을 쓴 지배자들의 규범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 뒤 일부 언론은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들이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며 침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만에! 그들은 아주 명료하게 발언하고 있다. 그의 죽음 앞에 줄지어 존경심과 애도를 표하고, 대통령의 이름으로 조화를 보내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소리를 지르며 인간의 도리예의를 갖다 붙이는 그들의 태도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한 발언이 아닌가.

 

이런 태도가 우연이 아니라는 건 징역 36개월형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장례식장에서도 확인됐다. 이때에도 문재인은 대통령의 이름으로 조화를 보냄으로써 명확한 정치적 발언을 했다. 저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보다 가해자인 권력집단 동료의 죽음에 더 크게 가슴 아파했다. ‘인간의 도리예의라는 단어를 휘두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는 성 평등 구호를 외치면서 뒤로는 완강하게 성차별 체제를 수호하는 위선이다.

 

이들의 위선은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면서 시청 앞에 분향소까지 차려놓은 데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올해 227, 문중원 기수의 비극적인 죽음을 기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광화문에 세운 분향소를 박원순의 서울시는 공무원과 용역 300, 경찰 12개 중대를 동원해 강제철거했다. 절규하던 유가족은 실신했고 7명이 다치고 4명이 강제로 끌려갔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핑계를 댔다.

 

51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절 집회에 대해서도 박원순의 서울시는 감염병 예방법 운운하며 금지 통보했고, 74일로 예정됐던 노동자들의 집회에도 금지 통보가 내려졌다.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은 518, 616, 623일에 걸쳐 세 차례나 강제철거됐다. 역시 감염병 예방법 운운하는 빌미가 뒤따랐다. 코로나19 핑계로 해고돼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또다시 코로나19 핑계로 길거리에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마저 짓밟혔다.

 

이 모든 게 박원순의 서울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노동자의 죽음 앞에,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투쟁 앞에 저들은 인간의 도리예의따위는 일찌감치 내다 버렸다. 그랬던 자들이 이제는 버젓이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수백 명의 용역과 경찰을 동원해 노동자의 분향소와 농성 천막을 강제철거하며 감염병 예방법 운운하던 예의 바른 주둥이는 어디로 갔는가.

 

저들이 말하는 인간의 도리예의란 어디까지나 노동자, 민중이 지배자들 앞에 고개를 조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철저한 계급적 규범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도리예의의 탈을 쓴 지배자들의 규범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 우리에겐 노동자의 도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더없이 소중하다


우리는 지배자의 죽음이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한다. 노동자를 짓밟는 자들에 대한 존경이 아니라 성범죄와 착취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연대할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모든 2차 가해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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