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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연쇄 살인의 공범자들 -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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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62회 2020-05-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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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조치는 하나도 없었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작업할 경우 환기시설도 확인해야 하고, 산소농도도 측정해야 하고, 들어가 작업하는 노동자와 바깥 노동자의 소통체계도 마련해야 하고, 안전관리자도 배치돼야 한다. 하나도 된 게 없었다. 10만 원도 안 되는 산소농도측정기 하나 없었다.

 

어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34세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2차 하청이자 물량팀이었던 고 김성인 노동자는 LNG운반선 파이프 안에서 용접을 했는데, 작업하기 전 아르곤가스가 차 있는 파이프 안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질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25월에도 하청 노동자 한 명이 용접용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올해만 현대중공업에서 5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현대중공업지부 발표에 따르면 1972년 창사 이래 적어도 46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었다.

 

사람 목숨 50만 원

 

고인이 죽기 전 “466명의 죽음에 대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사업주가 제대로 책임을 진 적은 2004년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구속이 유일하다.(521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성명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국회도 살인의 공범이다.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해도 고작 벌금 40~50만 원 내면 그만인데, 회사가 무엇이 두려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에 투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는가?

 

얼마 전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 유가족도 이렇게 말하며 분개했다. “2008년도에 이와 똑같은 화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에 40명이 죽었는데 (원청업체 대표는) 벌금 2천만 원밖에 안 나왔어요. 그럼 한 사람당 50만 원입니다. 어떻게 인간의 목숨을 50만 원에 비유할 수가 있어요. 아 사람 죽여도 50만 원, 100만 원이면 되는구나.”(<‘10명 중 9명이 집행유예·벌금산재 사고 처벌 강화되나>, YTN)

 

산재 사망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기업에 별도로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은 수년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김용균법이라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정작 도급금지 대상에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는 빠졌다. 도급 금지 대상을 전면 확대하고, 나아가 외주화 자체를 막아야 한다.

 

기업들의 연쇄 살인을 방치하는 노동부도 공범이다. 현대중공업에선 511일부터 20일까지 고용노동부 안전보건 특별감독이 있었다. 열흘간 총지적 574, 시정조치 372, 사법조치 356, 권고 42, 160건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런데 과태료는 고작 13,955만 원으로 끝이다. 자본가들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이런 특별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하청 노동자가 또 죽었다.

 

노동부의 특별감독은 면피용에 불과하다. 회사는 특별감독 때만 위험한 작업을 안 하거나 위험한 현장 모습을 감춘다. 노동부는 이를 용인한다. 회사가 다 알고 미리 대응할 수 있게 해 준 다음 형식적으로 감독을 할 뿐이다. 현장에 안전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특별감독을 연장해 달라는 지부의 요구도 무시했다.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도 보여주기 식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작업과 동일한 공정 내 모든 작업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실제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만 중지명령을 내린다.

 

기필코 이 비참한 현실을 바꿔내자

 

이번 사망사고 관련해 현대중공업지부는 오늘 하루 현대중공업 생산현장 전면 작업중지와 특별안전교육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거부했다. 조선사업부만이라도 오전 4시간 특별안전교육을 제안했지만 이것조차 거부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오늘 12시에 250여 명이 항의집회를 열었고 대의원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고 김성인 노동자 추모 및 현중 규탄 출근투쟁을 진행했고 항의집회에 결합했다.

 

노동자들은 사업주 구속,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투쟁을 선언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만의 과제가 아니다. 다가오는 528일이 구의역 김군 사망 4주기다. 4년이 흘렀지만 변한 게 전혀 없고 노동자는 오늘도 죽어 나간다. 자본가들과 정치권에 맡겨 놓으면 세상은 이런 식으로만 굴러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업주 구속, 다단계 하도급 폐지, 산업안전보건법 도급금지 대상 확대를 위해 노동자가 직접 투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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