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서 노동자연대를 퇴거시키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조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관료적 조치 – 그러나 노동자연대의 자가당착과 책임회피가 사태 악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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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집회에서 노동자연대를 퇴거시키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조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관료적 조치 – 그러나 노동자연대의 자가당착과 책임회피가 사태 악화의 출발점이다
정치단체 노동자연대에 관한 11월 18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 결정 사항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물론 노동자연대와의 연대를 중단하기로 한 민주노총의 기존 결정은 책임회피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인 가해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노동자연대에 대한 정치적 비판으로서, 그리고 피해자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서 정당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관계 단절 자체가 온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책임회피, 날조, 부정,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 등 그간 노동자연대가 보인 태도의 문제점을 더 많은 노동자들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성별을 넘어선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위해 그런 태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중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 즉 노동자운동 자체의 정치적 성장을 이뤄내는 게 관건이다.
11월 18일 민주노총 중집 결정은 이 방향에서 빗나가 있다. 중집은 노동자연대가 민주노총 집회장에서 신문, 책자 등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민주노총 투쟁 사안에 대한 현수막 게시 및 지지행위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며 퇴거시키기로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노동자연대 회원이 온라인 홍보활동을 하는 것도 금지했고, 대상과 범위가 모호한 방식으로 민주노총 활동에 결합하는 것도 배제하기로 했다. 이는 노동자들 자신의 토론과 결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지침으로 간단하게 문제를 덮어버리는 관료적 조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옆으로 치워두기’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대중적 판단과 의지가 세워지고 이로부터 올바른 정치적 압력이 행사되지 않는 한, 민주노총 집회장과 활동에서 퇴거당하더라도 노동자연대는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피해자들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노총 중집의 이번 결정은 노동자연대가 운동 내에서 부당하게 억압당하는 순교자 행세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노동자연대는 자신들이 그간 민주노총 지도부의 노사정 야합 시도에 맞서 입바른 소리를 주도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노조관료 집단이 자신들을 배척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식으로 상황을 포장해 왔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자들의 아전인수 격 주장에 실소(失笑)조차 나오지 않지만, 민주노총 중집 결정의 관료적 빈틈을 이용해 노동자연대가 한껏 목청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위로부터의 단순한 지침에 의존하려는 시도를 철회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 사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자료와 토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한편 우리는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기에 이른 첫 번째 책임이 노동자연대 측에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언급한다. 노동자연대는 자기 회원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그것은 노동자연대와 무관하다’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고, 노동자연대 활동가 P가 일으킨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비방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애초에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강제로 ‘사건화’하고, 피해자의 사적인 상담 내용까지 유출시킨 것도 노동자연대다. 피해자를 돕는 데 앞장섰던 전지윤 씨에게 5천만 원 손배소송을 거는 노동자연대의 모습에 이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한 글에서 노동자연대는 2차 가해 개념을 “사건 발생 전 피해자 ‘행실’과 이력을 끄집어내어 피해 호소 여성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것”에 국한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행실과 이력’을 끄집어내어 피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데 주력해온 게 다름 아니라 노동자연대다. 노동자연대는 더 이상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무슨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며 피해자와 조력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부르주아 법질서를 이용해서 전지윤 씨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걸어놓은 5천만 원 손배소송도 마땅히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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