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전원 고발’ - 저들의 기선제압 시도에 맞서 투쟁의 물줄기를 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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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터무니없는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전원 고발’ - 저들의 기선제압 시도에 맞서 투쟁의 물줄기를 이어나가자
“집회와 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는 독재국가다”, “집회 시위에 알레르기처럼 반응하는 정부의 과잉대응….”
누구의 말일까?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 말들은, 사실 2015년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자신이 내뱉은 말들이다. 당시 그는 집회 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민주국가’라고 주장했고, 집회장 주변을 에워싼 경찰 차벽을 ‘반헌법적’인 조치라고 규탄했다. 그런데 이제는 문재인 정권 자신이 노동자들의 집회 시위에 알레르기처럼 반응하면서, 스스로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한 경찰 차벽으로 계엄 분위기를 조성한다.
위선의 절정이다. 불과 1년 전 문재인은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하면서 또다시 “노동존중”을 입에 담았다. 올해 문재인 정권은 전태일 정신을 기리며 투쟁에 나서려는 노동자들이 아예 모이지도 못하도록 청계천 전태일다리를 봉쇄했다. 청계광장에는 경찰버스로 알박기를 해놓고, 그것도 모자라 그 주위를 차벽과 철제펜스로 겹겹이 둘러쳤다.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도 금지 통고가 내려지고 원천 봉쇄됐다. 지하철은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 때문”이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며 시청역, 을지로입구역 등을 무정차 통과했다. 정작 우익단체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자유롭게 집회를 여는 상황이었다. 야구장과 축구장에도 수만 명의 관중이 모여 응원전을 벌이며 치맥을 즐겼다. 실내에 수천 명이 모이는 콘서트도 열렸다. 오직 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만이 금지됐다.
터무니없게도 서울시는 ‘집회 참가자 전원’을 고발 조치했다. 경찰은 이미 10월 20일 집회 관련해 67명의 수사 전담팀을 꾸렸는데, 이번 집회 후 전담팀 인원을 75명으로 늘렸다. 보수 언론매체들은 한목소리로 민주노총을 물어뜯는 중이다. 문재인 자신이 내놓은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지금 이곳에 ‘민주국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무엇이 두렵길래 이토록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느냐”고 정부를 성토했다. 정말이지 정부와 자본가들은 스스로 ‘민주국가’라는 가면을 내팽개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불평등과 억압에 저항하는 광범한 투쟁이 칠레, 프랑스, 홍콩, 미국, 볼리비아, 레바논, 이라크,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터져 나왔다. 이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대중 속에서 다양한 경로로 표출됐다. 코로나 봉쇄 조치로 이 투쟁들은 잠시 가라앉았지만, 전 세계적인 위드코로나 흐름과 함께 다시 노동자투쟁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끊이지 않고 노동자 파업이 벌어지는 최근 미국 상황은 코로나 봉쇄 조치 완화와 함께 노동자들의 반격 분위기가 광범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런 양상을 보면서 한국 정부도 긴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들은 기선제압을 하면서 노동자투쟁이 급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려 한다. 그러나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차례의 집회 시위에서 노동자들은 정부의 ‘금지’ 위협에 굴하지 않으며 점점 더 자신감 있게 대규모로 모였다. 코로나 시기 내내 인내하고 헌신하며 희생을 치러온 노동자들은 더 많은 걸 요구하며 투쟁에 나설 정당한 권리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여전히 ‘방역이 우선’이라며 노동자들의 투쟁의 권리를 묵살하려는 태세다. 정권의 기선제압 시도를 파탄 내야 한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이른바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노동자가 설 곳은 없을 것이며, 그저 자본가들의 이윤을 회복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소모되고 말 것이다.
다행히 노동자들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청년노동자대회 등 규모 있는 일련의 집회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다른 몇몇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더 많은 노동자가 함께 투쟁 기지개를 펼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들이다. 투쟁으로 민주적 권리를 지켜내자. 자본을 위한 일상회복이 아니라 불평등과 차별을 제거하는 새로운 일상을 향한 투쟁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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