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산업은행 앞세워 노동개악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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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산업은행 앞세워 노동개악 선전포고
오늘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신년 간담회는 노동자 전체를 겨냥한 노동개악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었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쌍용자동차 지원과 관련해 이동걸 회장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걸었고,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거라고, 사실상 파산으로 몰아갈 거라고 협박했다.
노동개악의 전위대로 나선 산업은행이 내건 첫 번째 조건은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계약하라”는 것이다. “흑자도 되기 전에 매년 노사협상한다고 파업하는 자해행위”를 중단하라고 못박았는데, 실제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건 단체협약이 아니라 임금협약이다. 요컨대 이동걸 회장은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임금협약까지 포함해 모든 교섭을 3년 단위로 연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위기를 느끼고 경제가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는 시대에 3년 단위로 단체협약, 임금협약을 맺으면 그 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꼼짝없이 손발을 묶여 지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협약 유효기간 연장을 명백한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반대해왔다. 이동걸 회장의 말과는 180도 반대로 오히려 이런 노동개악을 받아들이는 거야말로 노동자 입장에선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저들이 쌍용차 지원의 두 번째 조건으로 내건 것은 “흑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지”하라는 것이다. 말로만 본다면 마치 흑자가 나오면 쟁의행위를 해도 된다는 투다. 어차피 저들은 정작 흑자가 날 때가 되면 ‘이제 좀 경제가 살아나는 마당에 웬 파업이냐’라며 또다시 노동자의 정당한 저항을 비방할 것이다. 게다가 알려져 있다시피 쌍용차는 이미 10년 넘게 무쟁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걸 산업은행이, 문재인 정권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런 조건을 내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깨뜨리기 위해 극악한 폭력을 휘두른 건 단지 쌍용차 노동자들만을 겨냥한 게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가공할 탄압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모든 노동자에게 이런 탄압을 겪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투쟁을 포기하고 경제위기 고통을 받아들이라며 위협한 것이다. 쌍용차를 ‘본보기’로 삼으려 했다.
문재인 정권이 다시 한번 전체 노동자를 겨냥해 쌍용차를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파산으로 치닫고 싶지 않다면 무조건 노동자가 정부의 노동개악 공격 앞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런 식으로 칼을 치켜올리면서 “각오를 다지셔야 할 것”이라고 내뱉었다.
정말이지 노동자들은 각오를 다져야 한다. 지난해부터 ‘역대급 노동개악’이라고 규정했던 상황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양보와 무쟁의 정신으로는 자본가들과 정부의 공격을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 2021년은 반격을 시작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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