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투쟁에 등장한 을지로위원회, 중재 쇼 집어치우고 문재인 정부를 대표해서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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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9월 2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전체 비정규직 투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톨게이트 투쟁에 대해 “을지로위원회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 공감대가 무엇인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한국노총 입장문에 의미심장한 구절이 또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서로의
차선이 모여 모두의 최선이 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은 대화로써 풀어나갈 것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1,500명 전체 직접고용 요구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요구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본사 점거농성과
서울요금소 캐노피 고공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어떤 차선책도 노동자의 염원과 대립한다. 서로의 차선이 모여 모두의 최선이 된다는 것도 말장난에 불과하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치열하고 대담한 투쟁은 정부와 도로공사를 압박하고 있다. 자회사 폐기, 직접고용 쟁취 요구는 톨게이트 투쟁을 넘어 병원, 철도 등 여러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 톨게이트 투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의 기만성과 허구성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노총의 연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농성대오의 기세에 놀라 진압 작전을 포기했고,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급기야 10월 1일 오늘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같이 만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를 대표해서 나와라!
박근혜 정권 시절 등장한 을지로위원회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중재자 행세를 하며 실제로는 노동자의
단결력을 마비시키고 투쟁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을지로위원회 핵심들은 자본가들의 숙원 처리에 앞장서
왔다. 열린우리당이 무려 152석으로 단독으로 국회 과반을
차지했던 노무현 정권 시절, 기간제법 제정과 파견법 개악을 밀어붙인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이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이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을지로위원회는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을지로위원회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직접고용투쟁에서 자회사 방안을 밀어 넣으며 투쟁의 허리를 분질렀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의 을지로위원회는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이 됐다. 을지로위원회가 투쟁하는 노동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지는 세력으로서 등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 정부의 ‘대변자’이자
‘실세’로 등장하는 것이다. 마땅히 공기업인
도로공사의 행보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자 코스프레를 계속 하는 이유는 노동자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할 생각이 없고,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부담과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해서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을지로위원회, 아니 그 뒤에 숨어 있는 정부, 민주당에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을지로위원회는 분명하게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교섭 대표의 자격으로 나와야 한다.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는 이강래에게 교섭 전권을 넘겨받아 나와야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을지로위원회를 그렇게 규정하고 상대해야 한다. 실질적인
노정교섭의 형태로 당당히 을지로위원회와 만나야 한다. 정부와 민주당을 대표하지 않는 중재자 따위는 필요
없다.
즉, 을지로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중재자 코스프레를
하는 걸 용납해선 안 된다. 을지로위원회는 더 이상 이쪽저쪽을 오가며 거간꾼 행세하지 말라. 교섭 대표로 나올 거라면 도로공사 이강래의 행보를 제어할 수 있는 확실한 전권을 갖고 나와라. 그러지 않고 이강래에 대한 구속력과 책임도 없이 중재를 운운할 거라면 더 이상 얼굴을 내밀지 말라. 이렇게 맞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민주당을 밀어붙일 수 있다. 그들은 변명하지 못할 것이며,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민주주의 원칙을 단호히 지키자!
노동조합은 을지로위원회와 이뤄지는 모든 대화를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 즉 조합원들의 토론과 동의를 바탕으로 모든 면담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 면담과
교섭에 참가하는 대표자는 투쟁을 전개하는 노동자들 자신에 의해 선출되고 통제되는 대표자여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을지로위원회의 은밀한 중재 쇼를 허용함으로써 지금껏 투쟁으로 쌓아 올린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소중한 성과를 허물어뜨려선 안 된다. 정말이지 큰 위험이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노동자투쟁을 망가뜨린 수많은 사례가 있다. 을지로위원회와의
미팅은 교섭의 형식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 민주주의가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자
코스프레에 집착하는 이유도, 일반적인 교섭 형식이 강제하는 구속에서 벗어나 밀실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조합원들은 자신의 요구를 결정하고, 교섭 대표를 통제하며, 교섭의 모든 정보를 들을 완전한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행사해야만 밀실에서 중재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양보를 강요하려는 정부와 도로공사의 속셈을 파탄 낼 수 있다.
톨게이트 투쟁은 중요한 분기점에 접어들었다. 도로공사와 정부는
갈라치기와 중재를 핑계 삼은 양보 강요로 투쟁대오를 흔들려 할 것이다. 이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야 한다. 더 끈질긴 투쟁 결의, 투쟁하려는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연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로 넘어서야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천백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든 고통과 분노를 대변하며, 가난한 여성 노동자의 모든 고통과 분노를 대변하며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 붓자. 승리는 노동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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