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의 시대는 남북한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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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만행’의 시대는 남북한을 가리지 않는다
9월 22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노동자가 북방한계선 이북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목숨을 잃었다. 남북한 양측의 주장은 서로 엇갈린다. 그가 월북을 시도했는지 조류에 휩쓸려갔는지, 북한군이 그의 시신을 불태운 것인지 부유물만 소각한 것인지 등은 지금 확인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김정은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긴 시간 표류해 지쳐 있는 노동자를 북한군이 10여 발의 총탄을 쏴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정의당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우리 주민을 사살하고 불에 태운 그 함정을 격파했어야 했다”고까지 말했다. ‘한반도평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느낌이다.
물론 표류 중인 공무원 노동자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한 북한군의 행태는 만행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더욱이 이는 일부 하급병사들의 일탈행위도 아니다. 북한은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 봉쇄지침을 내렸다. 국경에 접근한 사람과 동물 모두를 무조건 사살하라는 지침이었고, 실제로 여러 명의 북한 주민이 사살됐다고 한다. 북한을 모종의 사회주의 내지 노동자국가라고 믿거나 또는 어찌됐든 냉혹하기 짝이 없는 한국보다는 온정이 남아있는 나라라고 믿는 이들이 여전히 있는데, 이 사건을 통해 조금이나마 분별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하는 건 과연 여야 지배계급 정당들과 정부, 보수언론들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철천지원수인 것처럼 다투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이윤의 성채를 쌓아올리고 지키기 위해 노동자를 갈아 넣는 데서는 그 어떤 동맹보다 강력하게 똘똘 뭉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콜센터와 택배 물류센터 등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장에서부터 집단감염이 일어나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뒤를 이어 현대중공업, 현대기아차 등 제조업 대공장에서도 확진자들이 발생했고, 서울의 지하철역 청소 노동자들도 집단적으로 감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노동자들은 아무리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일하러 나가야 했다. 집단적으로 일하며 대면접촉을 피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건 어쩌면 시간문제였다. 고령의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 지배계급 정당들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이윤 생산체제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의 산재사망사고로 악명 높았다. 하루 평균 6, 7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1년이면 2,000명이 넘는다. 자본과 노동 사이에 내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자본가를 위해선 기꺼이 수백조 원을 쏟아 부으면서, 빵부스러기 수준의 재난지원금을 노동자 민중에게 지급하는 문제 앞에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벌벌 떠는 문재인 정부와 여야 지배계급 정당들 그리고 보수언론들 모두가 이 내전의 공모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이제 와서 “우리 국민이 죽었는데” 운운하는 모습은 역겨울 뿐이다.
코로나19 막겠다고 노동자에게 총질하는 자들이든,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자를 갈아 넣으며 내전을 벌이는 자들이든, 그 누구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북한 지배계급 정부들과 지배계급 정당들에 대한 일체의 지지를 거두고 정치적으로 독립하는 것, 이 만행의 시대에 노동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이다.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공무원 노동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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