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의 공과(功過)를 함께 논하자는 자들에게 묻는다 – 역사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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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학살자의 공과(功過)를 함께 논하자는 자들에게 묻는다 – 역사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자, 5‧18 광주 학살의 주범, 그리고 4천억 비자금 부정축재의 장본인 노태우의 국가장을 두고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 노태우의 국가장이 왜 글러먹은 이야기인지를 덧붙여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 떠나서 5.18 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의 원혼과 유족의 분노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는 세상이다. 1980년 광주 학살의 진상은 지금껏 규명되지 않았고, 학살자들은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다.
평소 광주민중항쟁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며 국민의힘과 대립각을 세워오던 문재인, 이재명은 비겁하게도 학살자의 국가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재명은 노태우의 빈소를 조문하면서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 못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평가”한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들에겐 준엄한 역사적 심판보다 당장 눈앞에 박두한 선거에서 표 몇 장을 더 끌어 모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노태우와 오십보 백보인 한통속의 지배자들을 빼놓고도, 사회 일각에서 노태우의 공과(功過)를 함께 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득세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노태우의 북방정책을 대표적인 업적으로 내세우며, 군부 독재에서 민주화 체제로 이행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 것이 노태우의 공(功)이 된다고 주장한다.
노태우의 공과를 함께 논하자는 이들에게 묻는다. 신채호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대체 당신들의 아(我)는 누구이며, 비아(非我)는 누구인가? 역사를 만들고 전진시키는 것은 한 줌도 안 되는 지배자들인가, 아니면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 민중인가? 저들은 극소수 지배자가 자본의 이윤과 체제 유지를 위해 노동자 민중을 ‘통치’하는 체제가 고정 불변의 것이라 전제한 채, 어느 지배자가 좀 더 영민하고 합리적이었는지를 따져 묻는다.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해 때로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것이 지배자들의 교활함이다. 노태우가 전두환보다 털끝만큼이라도 나은 평가를 받을 지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급성장한 노동자 민중 운동이 강제한 결과일 뿐이다. 예컨대 5공 권력의 핵심부였던 노태우는 ‘5공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권력의 연원을 탄핵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였기 때문이다. 노태우의 제1 업적이라는 북방정책도 세계적인 데탕트 국면에서 남한 자본의 이윤 확대를 위한 합리적 대응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역사를 극소수 지배자가 아니라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노동자 민중이 만들어나간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노태우는 당시 노동자 민중의 대중투쟁이 강제한 거대한 역사적 전진의 격랑 속에서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한 명의 어릿광대에 지나지 않았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에 의하여 쟁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 사상인 사회주의 사상에 동의하는 누구라도, 학살자 노태우가 지배자로서 보여준 공과를 함께 논하자는 주장에 단 0.001%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말로는 민주세력을 자임하면서도 몇 장의 표에 팔려 학살자의 국가장을 추진하고 조문에 나서는 문재인, 이재명 세력에게 돌려줄 것은 경멸과 혐오의 감정뿐이리라.
전노협에 대한 야만적 공안탄압을 서슴지 않았던 노태우 정권 시절, 한진중공업 박창수 열사는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지키며 “전노협이 나고 내가 전노협인데 어떻게 전노협을 탈퇴할 수 있단 말이냐”며 저항하다 끝내 산화했다. 바로 이들 노동자 투사의 불굴의 투쟁 정신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평가하고 계승해야 할 진정한 역사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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